[노동] '회사와 정리해고 합의' 이유 전 노조위원장 제명 무효
[노동] '회사와 정리해고 합의' 이유 전 노조위원장 제명 무효
  • 기사출고 2019.07.10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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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회사 측에 구조조정 최소화 요청"

정리해고를 통해 해고된 근로자 중 일부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복직했더라도 노동조합이 회사 측과 정리해고를 합의했다는 이유 등으로 전 노조위원장을 조합원에서 제명한 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민사12부(재판장 김용두 부장판사)는 최근 B사의 전 노조위원장인 최 모씨와 전 부위원장 박 모씨, 전 사무장 김 모씨가 노조를 상대로 낸 노조원 징계 무효확인 소송(2018가합21209)에서 "노조가 최씨에게 내린 제명처분, 박씨와 김씨에게 내린 2개월의 조합원 권리 정지(정권)처분은 모두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최씨는 2009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B사의 노조위원장으로, 박씨와 김씨는 2009년부터 노조 상무집행위원으로 재직하다가 2012년부터 박씨는 부위원장으로, 김씨는 사무장으로 각각 재직했으나, 2017년 12월 실시된 임원 선거로 새 노조집행부가 2018년 1월 출범한 후 최씨는 제명처분을, 박씨와 김씨는 정권 2개월의 처분을 받자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소송을 냈다.

노조 측은 "최씨는 2009년 6월 회사 측과 정리해고를 합의하여 6명의 직원을 부당해고했을뿐더러 원고들은 2017년 7월 조합원 4명의 흡연 사건과 휴대폰 사용 부분을 회사 측에 보고하고, 회사 측과 협력하여 조합원을 징계했으며, 최씨는 2017년 12월 위원장 선거운동 기간 중 낙선운동의 일환으로 현재 위원장에 대한 반대표를 찍으면 성과금 100%를 받아준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행위 등을 했으므로 정당한 징계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 최씨가 피고의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09. 4. 3. 원고 최씨는 회사 측과의 협의를 통하여 매출 감소와 경영악화 상황,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에 대하여 듣고 회사 측에 구조조정의 최소화를 요청하는 한편, 회사 측과 협력하여 구조조정 대상자 선정 기준을 마련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2009. 4. 8. 구조조정 대상은 당초 회사 측이 제안한 10명에서 6명으로 축소되었으며, 2009. 4. 10. 회사 측에서 제시한 공정별 평가에 의한 구조조정 대상자를 바탕으로 2009. 4. 15. 및 5. 8. 두 차례의 협의 과정을 더 거쳐 최종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자를 확정하여 2009. 6. 11. 구조조정 대상자 6명을 해고하게 되었는바, 이에 관하여 원고 최씨는 당시 피고의 위원장으로서 회사 측과 성실한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구조조정 대상자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최대한 해고를 피하고 구조조정 대상자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실제 노조위원장이 노조원의 해고에 앞장 설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렇게 볼 여지가 많다"고 지적하고, "비록 회사는 2009. 8. 17. 경남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구조조정 대상자 6명 중 3명에 대한 2009. 6. 11.자 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었다고 보아 부당해고로 판정받아 이 근로자들 중 일부가 다시 회사에 복직하게 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 최씨가 당시 피고의 위원장으로서 회사 측과 협의 과정에 응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노조의 설립 목적에 반한다거나 조직을 와해시키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2017. 7.경 조합원 4명에 대한 징계 건과 관련하여 이 조합원 4명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원고 최씨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징계결의에 참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 또한 찾아볼 수 없는 점, 2017. 12.경 선거운동 기간 중 현 위원장에 대한 낙선운동과 관련하여서도 비록 원고 최씨가 동료 직원 몇명에게 비슷한 취지로 언급한 사실이 있다고 할지라도 원고 최씨의 말이 어느 정도 범위의 조합원들에게 전파되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이 언행을 한 사실만으로 선거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인 경위와 내용 등을 두고 보더라도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 최씨의 언행이 '금품을 제공하거나 향응을 약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원고 최씨의 문제된 행위가 제명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최씨에 대한 징계처분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무효라는 것.

재판부는 박씨와 김씨에 대해서도, "피고가 원고 박씨, 김씨에 대한 징계사유로 내세우는 2017. 7.경 조합원 4명에 대한 징계 건과 관련하여 이 조합원 4명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원고들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징계결의에 참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 또한 찾아볼 수 없다"며 "원고 박씨, 김씨에 대한 징계처분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무효라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