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남'에서 '여'로 성별 정정에 부모 동의 불필요
[가사] '남'에서 '여'로 성별 정정에 부모 동의 불필요
  • 기사출고 2019.07.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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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가법] "본인 선택 존중해야"

인천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정우영 부장판사)는 7월 1일 고환 적출술 등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A(28)씨가 가족관계등록부 중 성별란 기재를 '남'에서 '여'로 바꾸어달라며 낸 신청사건의 항고심(2019브6)에서 A씨의 신청을 기각한 1심을 취소하고, "성별란에 기재된 '남'을 '여'로 정정하는 것을 허가하라"고 결정했다. A씨의 부모는 성별 정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나, 성인의 성별 정정 신청에 부모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남성으로 태어난 A씨는 사춘기 무렵부터 일관하여 출생 당시의 생물학적인 성에 대하여 불일치감과 위화감을 느끼고 반대의 성인 여성에 대하여 귀속감을 느끼면서, 학창시절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었고, 그로 인하여 남고로 진학한 고등학생 시절 교우관계에 있어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곤 했다. A씨는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부모와 따로 생활하게 되었고, 그 무렵부터 간혹 여성스러운 옷을 입어보거나 액세서리 등을 착용하다가, 2014년경부터 머리를 기르고 여자 복장을 하는 등 여성으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생활하기 시작하였는데, 성 정체성 문제에 직면하여 정신과 진료를 통하여 약을 복용하고도 우울증 증세가 종종 발현되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2014년경부터 본격적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기 시작한 A씨는 2015년 2월 담당의사로부터 성전환증 진단을 받았다. A씨는 호르몬 치료를 계속 받아오다가 2016년 4월 여성 유도화를 위한 고환 적출술을 받았고, 2년 후인 2018년 2월에는 태국에 있는 병원에서 여성 질 성형술 등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조치를 마쳤다. 이에 따라 A씨는 남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상실했고, 현재도 정기적으로 여성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 중 성별란에 기재된 '남'을 '여'로 정정해달라는 신청을 냈으나 1심에서 기각되자 항고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신청인은 현재 여성으로서의 만족감을 느끼고 공고한 성정체성의 인식 아래 여성의 의복, 두발 등의 외관을 하고 있고 개인적인 영역과 직업 등 사회적인 영역에서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신청인이 학부와 대학원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신청인을 지도하거나 주위에서 지켜보았던 지인(知人)들은 신청인이 수년간 여성의 삶을 살아 왔고, 주위 사람들은 신청인을 여성으로서 대우해 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며 "신청인은 학업을 수행하거나, 성전환과 관련된 수술, 치료 등을 받으면서 7000만원 상당의 대출금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으나, 최근 대전에 있는 연구 업체에 취직하여 상당한 급여를 받으면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청인은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적자로서, 미혼이고, 자녀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등 신청인에게 범죄 또는 탈법행위에 이용할 의도나 목적으로 성별정정허가신청을 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현재 신청인의 성별 정정에 대하여 신청인의 부모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동의 여부가 성별 정정 허가에 관한 필수 요건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신청인이 사춘기 무렵부터 생물학적인 성과는 반대되는 성적 주체성과 자아를 가지고 장기간 생활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고 장기간 호르몬요법 치료를 해오다가 위험을 감수하고 성전환 수술까지 받은 점, 신청인 역시 신청인의 부모를 설득하기 위하여 노력하여 왔으나, 그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신청인은 현재 만 30세에 가까운 나이로서, 수년간 자신의 상태에 관하여 고민하여 신중히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보이는바, 그러한 선택 역시 존중받을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신청인의 부모가 신청인의 성별 정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성별 정정을 불허가할 만한 직접적 사유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