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IBA 총회를 다녀와서
2006 IBA 총회를 다녀와서
  • 기사출고 2006.11.0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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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영 변호사]
2006도 IBA(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 국제변호사협회) 총회가 2006년 9월17일부터 9월22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IBA 총회에는 IBA 총회 역사상 최대 참가 인원인 3880명의 변호사 및 법조인이 전 세계 각국에서 참가하였으며, 대한변협을 대표하여 이국재 인권이사, 황보영 국제이사, 백윤재 사업이사가 참가하였다. 금번 IBA 총회는 법치주의, 즉 'Rule of Law'를 대주제로 하였으며, 이와 함께 business sector에서는 각 분야별로 선정된 다양한 주제가 있었고, 특히 변호사업의 국제화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다음은 금번 회의의 대주제인 Rule of Law와 변호사업의 국제화를 둘러싼 토론과 회의 내용이다.

기본원칙으로의 복귀 : Rule of Law

◇황보영 변호사
이번 2006년 IBA 총회에서 '법치주의(Rule of Law)'를 중심 주제로 삼은 것은 9 ·11 테러 이후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테러의 위협과 이를 예방한다는 이유만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각종 인권유린과 초법적 행위들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또한 선진국들과 유엔이 중동문제와 자국의 테러예방에 정신을 팔고 있는 사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는 제3세계의 또 다른 독재정권 또는 혼미한 정국 역시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법치주의의 심각한 위협이다.

IBA와 ABA(American Bar Association)가 공동으로 IBA 총회 전인 2006년 9월16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아일랜드의 전 대통령이었던 Mary Robinson은 법치주의가 인간의 개발, 인간의 개인적 안전과 인권을 지키는 데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는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그녀는 테러리즘에 의하여 야기되는 위협들에 대하여 각국이 취하고 있는 정책과 보안 관련 조치가 법치주의를 침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Robinson은 2001년에 있었던 9 ·11 테러가 인간본성에 대한 테러일 뿐 아니라, 지난 5년 간 보여 준 테러에 대한 대처방법 역시 전통적인 법치주의 원칙에 배치되는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정부가 민주적인 정부로서는 통상 해선 안 될 납치나 고문을 자행하고 있고, 보안의 미명하에 표현의 자유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들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같은 Robinson의 주장은 심포지엄에 참석한 많은 발표자와 토론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영국의 검찰총장(attorney general)인 Lord Goldsmith경은 9 ·11 테러 이후의 테러리즘에 대처하는 영국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내용의 강연을 하였다. 그는 토니 블레어 수상이 8월에 "극단주의에 대한 세계적인 투쟁에 있어서는 힘(force) 못지않게 관용(tolerance) 역시 아주 중요한 수단이다"고 한 연설을 언급하면서, 법치주의와 같은 권리와 원칙을 계속하여 지키는 것이야말로 바로 그와 같은 노력의 하나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Goldsmith경은 부시 행정부가 죄수들의 신문 수단을 제한하고 있는 제네바 협약을 재해석하려는 시도에 대하여 비난하고, 그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고문이 자행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제네바 협약 제3조는 너무나 중요한 국제적 기준으로 모든 나라가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편 9월20일에 진행된 Justice and Human Rights 회의에서는 또 다른 측면에서의 법치주의의 실종 혹은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캐나다의 차기 변호사협회장인 J Parker MacCarthy는 캐나다의 빈곤층에 대한 법률구조가 심각하게 부족함을 언급하면서 최근 캐나다변호사협회가 British Columbia 주정부를 상대로 시범 케이스로 소를 제기하였으나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MacCarthy 차기 협회장은 항소할 뜻임을 밝히면서 "정부는 법률상 대리인을 선임할 능력이 부족한 빈곤층을 너무나 외면하고 있다. 재판과 법률에 대한 적절한 접근권(access)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정의는 공허한 울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피지변호사협회장인 Graham Leung에 따르면, 피지에는 법률구조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피지 전체 인구의 56%를 차지하는 근로계층 및 빈곤계층은 심각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정의(justice)의 부재 요인은 훨씬 더 근본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나이지리아의 George Adesola Oguntade 판사는 1966년 군사정권이 민주정부를 전복한 이후의 심각한 국정혼란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법원과 판사의 부패와 무능을 질타하였다. 나이지리아의 장기간 군사정권은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고 석유로 벌어들인 돈은 사회기반시설에 전혀 투자되지 않아 법정에조차 전기가 정상적으로 제공되지 않고 죄수들을 법정까지 호송할 차량마저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나이지리아의 현실과 "변호사들이 주말마다 판사들과 카드를 치면서 언제나 져주곤 한다"는 네팔 변호사의 한탄은, 기본적인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 곳에서는 결코 법률을 통한 정의가 지켜질 수 없다는 것에 모든 참석자들이 공감하였다.

수일 간의 논의를 통하여 변호사들은 또한 인신매매, 부패, 환경, 기업의 책임에 관해서 논의하였고 결론적으로 법치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면서, 법치주의의 실현과 보호는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법조인들이야말로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수단으로서 교육과 대중매체, 또 법치주의를 지키겠다는 장기적인 약속이 필요하다는 점이 논의되었다.

IBA 총재인 Francis Neat는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법률가들이 절대 조급해 하면 안 된다고 언급하면서 영국에서조차도 법치주의 개념이 탄생된 이후 그것이 세계적인 민주주의로 발전하는 데까지 300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Steffan Landsman 교수는 "지금 세계는 도덕적 십자로(moral crossroads)에 있다. 우리의 선배들이 유엔을 창조하고 법치주의를 더욱 확고하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들을 만들어 내었지만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며 그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할 사람은 바로 법률가들이다"고 말하였다.

변호사업의 국제화

영국 law firm인 Richards Butler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기업 상호간의 결합이나 합병이 성행하였으며, 이런 경향은 대표적인 전문서비스 부분인 변호사업계에도 크게 영향을 미쳐 16개였던 런던의 중견규모의 로펌이 합병 등으로 인하여 11개로 줄었다고 한다. 로펌 간 합병의 증가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며 특히 대서양 연안 로펌 간의 상호 합병(transatlantic mergers)은 다국적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IBA는 기존의 법률 서비스의 중심지를 역내시장(onshore)으로, 그 이외의 외국을 역외시장(offshore)으로 분류하여 작성한 최근의 보고서에서 역외 법률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어 놓았는바, 이는 법률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IBA가 분석한 역외법률시장의 주요 변화의 내용이다.

첫째, 거의 대부분의 법률시장 분야가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자산관리(private wealth management)나 보험의 경우 그 성장이 더욱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개인자산관리는 단순히 개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문제를 넘어서 가족 중심의 사업체일 경우에는 웬만한 중소 회사 규모의 자산관리업무를 넘어섰으며, 특히 전세계적인 헤지펀드의 활동도 증가하여 이를 위한 법률업무가 동반하여 증대되고 있다.

둘째, 법률시장의 증대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2개월 동안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로펌이 매출의 증대를 보고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정부 규제의 강화 및 이에 따른 역외 로펌에 의한 법률 서비스의 증대이다. 즉, 영국의 FSA가 헤지펀드에 대하여 좀 더 강화된 규제안을 제안하고 있는 것과 같이, OECD나 EU, 미국을 비롯하여 각국은 여러 가지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역외 로펌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넷째, 새로운 신흥시장의 등장이다. Conyers Dill & Pearman 사무소의 Richard Finlay 변호사에 따르면, 역외 법률사무소의 가장 큰 기회는 중동이나 인도, 러시아 또는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는 향후 중국을 증권이나 금융업무의 가장 큰 시장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미 Conyers Dill & Pearman은 홍콩과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조세회피지역인 Cayman Islands를 이용하는 중국 혹은 홍콩으로부터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Cayman Islands나 Bermuda는 IPO 업무의 경유지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British Virgin Islands의 경우에는 지주회사나 이를 통한 기업 유지 및 경영업무의 메카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다섯째, 전통적 시장(미국이나 영국의 입장에서는 onshore)의 중요성 또한 감소되지 않고 있다. 역외금융을 취급하는 로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두바이의 International Finance Center나 Dublin 센터 혹은 런던과 같은 전통적 금융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업무에 관한 한, 전통적 금융센터와 이를 중심으로 하는 로펌과 새로이 등장하는 역외 로펌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섯째, 역외 로펌의 지역적 확장 역시 또 하나의 주요 변화로 꼽을 수 있다. Maples and Calder와 Conyers Dill & Pearman은 두바이에 사무소를 개설하였으며, Maples and Calder는 또 더블린에도 사무소를 개설하였다. 이와 같은 로펌의 지역적 확장은 대규모 로펌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일곱째, 세계화의 경향이다. 각 지역의 법률시장이 점점 더 증대하고 또한 대규모 로펌이 지속적으로 그 업무의 범위 및 지역을 확대함에 따라 역외 · 역내 시장이 점점 더 일부 대규모 로펌에 의하여 지배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역외의 주요 로펌이 잘 알려진 세계적 로펌의 이름하에 결합되고 있으며, 소규모 로펌도 그 브랜드에 따라 선택되는 경향이다.

그 이외에도 기존의 지역적 고객으로부터 대규모 다국적 기업으로 전환되고 있으므로 고객은 좀 더 고급의, 신속한, 시간과 지역에 구애 받지 않는 서비스를 요구함으로써 로펌의 서비스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빨라지고 있으며,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로펌의 업무가 전통적인 법률업무에만 머무르지 않고 비법률적, 행정적 업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논의되었다.

◇대한변협신문에 실린 황보영 변호사님의 글을 변협과 필자의 양해아래 전재합니다.

대한변협 국제이사(byh@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