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대리점 이슈 집행 동향
[리걸타임즈 칼럼] 대리점 이슈 집행 동향
  • 기사출고 2019.07.1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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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관점에서 업종별 접근 필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18. 10. 30. 소상공인 보호 기능을 전담하는 유통정책관을 신설하면서 그 산하에 대리점거래과를 신설하였다. 2017. 9. 기업집단국이 신설된 이래 새로운 국이 하나 더 신설되면서 공정위가 대리점거래에 쏟는 관심을 다시 한 번 대내외에 천명한 셈이다. 공정위 보도자료는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집중 감시"하는 것이 대리점거래과 신설의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강상욱 변호사(왼쪽) · 조용훈 변호사
◇강상욱(왼쪽) · 조용훈 변호사

2016. 12. 23.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이 시행된 이후 시장에서는 광범위하고 대대적인 조사가 즉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 문제를 직권조사보다 제도 개선 측면에서 접근하면서, 2017. 2. 식음료 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 제정, 2017. 5. 대리점거래 불공정관행 근절 대책 발표, 2017년 서면실태조사, 2018. 4. 의류 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 제정 등을 실시하였다. 이어서 2018. 10. 대리점거래과가 신설되었고, 2018. 11.~12. 식음료, 의류업계 대리점거래 실태조사가 추가로 이루어졌다.

첫 업종별 직권조사 실시

대리점거래과는 위와 같은 준비와 실태조사를 거쳐 2019. 6. 조사관 20여명을 동시다발적으로 투입하는 현장조사를 전격 실시하였다. 2018. 연말 실태조사에서 주로 문제가 지적된 식음료, 통신, 의류업계를 대상으로 하였다. 제도 개선으로 시작한 공정위의 대리점 불공정관행 근절 노력이 드디어 직권조사라는 형태로 집행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대리점거래과 신설 후 이러한 업종별 직권조사는 처음이다. 이번 조사의 처리 방법과 방향은 신설 대리점거래과 업무의 방향을 예측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대리점거래를 하는 공급업자와 대리점 모두가 이번 조사의 쟁점과 처리 기준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불공정 대리점거래 유형 추가

대리점법 시행 이후 "대리점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 및 "대리점거래에서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가 제정되면서 대리점법의 집행 기준이 과거에 비해 한층 더 명확해졌다. 특히 "대리점거래에서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2018. 12. 21. 시행)는 과거 대리점거래 관련 공정위 심결 및 판례에서 문제된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대리점법 시행령에 명시되지 아니한 불공정한 대리점거래의 유형 13가지를 추가한 것이어서 대리점거래 검토 시 참고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아직까지 공정위의 심결례와 법원의 판례가 충분히 쌓이지 아니한 상태라 여전히 공정위의 법 집행 과정에서 다듬어져야 할 부분들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점에서 다음 몇 가지 부분은 공정위의 대리점거래 관련 법 집행 과정에서 대리점거래 관여자들이나 시장에서 이해하고 있으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정거래법도 함께 검토해야

흔히 대리점법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의 특별법이므로 대리점거래에 대해서는 대리점법만 적용되고 공정거래법은 배제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리점법 제4조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대리점법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가 정하고 있는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특칙일 뿐이다. 거래상 지위를 제외한 다른 불공정거래행위 관련 쟁점들, 즉, 거래거절이나 차별적 취급, 경쟁사업자 배제, 부당고객유인행위 등 대리점거래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쟁점에 관하여는 여전히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대리점거래가 문제될 경우에는 대리점법뿐만 아니라 여전히 공정거래법도 함께 검토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또한 대리점법은 공급업자가 구입강제행위 및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행위를 하여 대리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공정거래법과 달리 손해의 3배까지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리점법이 적용되는 경우 과징금 계산에 있어서도 유의할 점이 있다. 공정거래법과 대리점법의 과징금에 대해서 각각 독자적인 과징금 고시가 제정되어 있고 그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과징금 고시에는 항상 복잡한 계산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부당지원행위를 제외하고는) 관련매출액의 2%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해진다.

그러나 대리점법에서는 관련매출액을 기준으로 하지 아니한다. "법 위반 금액"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어 대리점법 위반 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계산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법 위반 금액은 대리점법 시행령 제19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구입강제한 상품의 가액, 제공하도록 강요된 경제상 이익의 가액, 삭감하거나 지급하지 아니한 판매장려금의 금액과 같은 것들이다. 그러므로 대리점법이 규정하고 있는 "법 위반 금액"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공정거래법상의 "관련매출액"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법 위반 금액"의 범위를 정할 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법은 제87조에서 "대리상"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지만 "대리점"의 개념은 정의하고 있지 아니한데, 대리점법은 제2조에서 최초로 "대리점"과 "대리점거래"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대리점법상 대리점은 물품 공급에 대한 모든 supply chain을 규율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에 공급하는 사업자만 대리점

대리점법상 "대리점"은 공급받은 상품 또는 용역을 "불특정다수의 소매업자 또는 소비자"에게 재판매 또는 위탁판매하는 사업자를 말하고, "대리점거래"는 이러한 대리점을 전제로 정의되었다. 이러한 대리점법의 정의 규정에 의하면, 물품이나 용역의 supply chain에서 소매업자 이전 단계에 여러 중간도매상이 있을 경우 소매업자나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사업자만이 대리점에 해당된다.

반대로 그 이전 단계의 중간 상인들은 소매업자나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경우가 아니므로 현행 대리점법에 의하면 대리점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이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조항을 달리 해석하여 대리점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도 있을 수 있는데, 실무상 적용범위가 어떻게 될지 아직 법원의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이 부분은 향후 실무상 어떻게 규율 될지 계속 유의해서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현행 규정상으로는 supply chain에서 대리점의 범위가 제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대리점거래에 있어서 아직 법원의 태도가 명확하지 아니한 쟁점도 많지만, 실무상 복잡한 사건을 해결할 때 도움이 되는 판결례도 적지 않은 편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필자의 법률사무소에서 진행했던 민사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유의할 만한 판결이 있어서 소개하기로 한다. 수원지방법원 2015. 8. 21. 선고 2013가합18007 손해배상 판결이다.

판매목표 미달성 이유로 계약 해지

대리점거래에 관한 실무를 담당하다 보면, 흔히 사업자들이 판매목표 강제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판매목표 설정은 business의 필수 요소인데 이를 어디까지 추구할 수 있는지가 실무상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안에서 피고는 원고의 판매목표 미달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였고, 원고는 피고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한국 내 독점판매권을 부여하였고, 국내에서의 제품 매출 및 브랜드 관리를 전적으로 원고의 유통경로에만 의존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거래조건의 특성상 판매목표 미달성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에는 합리적 사유가 있으므로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 그 과정에서 판매목표가 어떠한 방식으로 합리적으로 설정되었는가를 검토하였다. 이 사건은 공정위에 신고되어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공정위도 무혐의 결정을 하였다.

이 사안에서 볼 수 있듯이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판단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합리의 관점(rule of reason test)에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를 기반으로 한다. 위법성 여부 판단에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관계의 확정과 여기에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경쟁제한성 또는 공정성에 관한 법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판결례이다.

'업종별 집행' 중시

공정위의 표준대리점계약서 제정, 실태조사, 직권조사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바로 '업종별 집행'이라는 점이다. 공정위는 표준대리점계약서 제정이나 실태조사 과정에서 업종별 쟁점을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직권조사도 업종별로 진행하였다. 이와 같은 공정위의 법 집행은 업종별, 거래유형별로 문제되는 쟁점이 각각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보인다. 예를 들면, 식품 업종에서는 주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밀어내기' 한 후 반품을 허용해주지 않거나 공급한 제품의 일정 비율 내에서만 반품을 허용해주는 등 부당하게 반품을 제한하는 행위가 발생하는데, 위탁매매로 영업을 영위하는 의류 회사에서는 위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리점거래에 대한 법적 접근도 업종별로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리점 계약서를 검토하거나 대리점거래 관련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 법률가들뿐만 아니라 해당 업종(industry) 전문가의 식견과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구체적 타당성의 측면에서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강상욱 · 조용훈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sangwook.kang@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