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제2차 납세의무
[리걸타임즈 칼럼] 제2차 납세의무
  • 기사출고 2019.07.0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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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변호사]

납세의무자는 '세법에 따라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는 자'를 말한다. 그리고 납세의무는 오직 세법에서 정한 납세의무자만이 부담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다른 사람의 납세의무를 대신 부담할 이유는 없다.

◇이종혁 변호사
◇이종혁 변호사

이는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중시하는 조세법률주의의 요청이다. 예를 들어 어떠한 법인과 그에 출자한 개인주주가 있다고 해보자. 법인은 법인세 등 납세의무를 부담하고, 개인은 배당과 같은 소득에 대하여 소득세 등 납세의무를 부담한다. 법인과 개인은 별개의 인격이므로, 어느 한쪽의 납세의무를 다른 한쪽에 대신 부담시킬 수 없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세법에서 납세의무의 범위가 확장되는 경우가 있다. 위 사례에서 법인이 그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하지 못하였을 경우, 세법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전제에서) 주주에 대하여 미납된 법인세를 대신 물릴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본래 납세의무자가 아닌데도 타인의 납세의무를 대신 떠안을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다수의 불복소송에서 납세의무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납세의무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은 납세의무자의 예측가능성을 심히 해친다는 비판이 있다.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제2차 납세의무' 제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조세징수 확보 위한 예외적 제도

제2차 납세의무는 본래 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 그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 본래 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를 대신 부담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는 국가의 조세채권을 보전하고, 조세징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과세관청은 본래 납세의무자를 상대로 세금징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제2차 납세의무자를 지정하게 된다. 이후 과세관청은 제2차 납세의무자가 내야 할 세금과 산출근거, 납부기한 등을 기재한 납부통지서와 납세고지서를 보내고, 이로써 제2차 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가 확정된다.

제2차 납세의무는 주된 납세의무의 존재를 전제로 성립된 것이므로 주된 납세의무에 대하여 생긴 무효, 취소, 변경, 소멸 등의 사유는 제2차 납세의무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된 납세의무자가 세금의 일부를 납부한 경우에는 나머지 금액의 범위 안에서 제2차 납세의무가 존속하고, 제2차 납세의무자가 세금의 일부를 납부한 경우에 주된 납세의무는 납부한 금액만큼 소멸하게 된다.

제2차 납세의무의 4가지 유형

앞의 설명과 같이 제2차 납세의무는 조세징수를 위한 특례이므로, 그 적용 요건과 범위는 입법정책으로 정하게 된다. 현재 세법에서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유형의 제2차 납세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각 유형 별로 책임범위에 차이가 있다. 이는 납세자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세금폭탄을 떠안을 수 있는 사유들이므로, 미리 챙겨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청산인 등의 제2차 납세의무이다(국세기본법 제38조). 주된 납세의무자는 해산법인이고, 제2차 납세의무자는 해산법인의 청산인 또는 청산 후 남은 재산을 분배받은 자이다. 이때 제2차 납세의무자는 각자가 받은 재산의 가액을 한도로 납부책임이 있다.

두 번째는 출자자 등의 제2차 납세의무이다(국세기본법 제39조). 실무에서 가장 많이 문제되는 유형이므로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주된 납세의무자는 법인이고, 제2차 납세의무자는 법인의 무한책임사원 또는 과점주주 등 출자자이다. 이때 출자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그 국세의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여기서 과점주주란 주주 또는 유한책임사원 1명과 그 특수관계인의 소유주식 또는 출자액 합계가 50%를 초과하면서 그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들을 말한다. 무한책임사원은 그 책임에 한도가 없으나, 과점주주의 경우에는 실질적 소유주식비율에 따른 금액을 한도로 책임을 진다(국세기본법 제39조 단서).

위헌성 논란…헌재에선 합헌 판단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인데, 주주 유한책임 원칙과 자기책임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헌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법인격을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실질적인 조세평등을 이룬다는 입법목적을 고려하여 제도 자체는 합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8. 5. 28.자 97헌가13 결정).

세 번째는 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이다(국세기본법 제40조). 주된 납세의무자는 무한책임사원 또는 과점주주이고, 제2차 납세의무자는 법인이다. 법인은 출자자의 소유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매수희망자가 없거나 그 양도가 제한된 경우 그 출자자의 소유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가액을 한도로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

네 번째는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이다(국세기본법 제41조). 주된 납세의무자는 사업양도인이고, 제2차 납세의무자는 사업양수인이다. 사업양수인은 양도일 이전에 납세의무가 확정된 체납세액에 대하여 양수한 재산의 가액을 한도로 책임을 진다. 최근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 범위가 축소되었다. 종전에는 사업양수인이 사업에 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 경우 전부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였으나, 2019년 세법 개정으로 현재는 사업양수인이 양도인과 특수관계인이거나 양도인의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사업을 양수한 경우에만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2조).

제2차 납세의무는 본래 납세의무자가 아닌 제3자에게 보충적으로 납세의무를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적용 요건을 세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를 반영하여, 대법원은 제2차 납세의무의 적용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제2차 납세의무의 한계

제2차 납세의무 제도는 조세법률주의는 물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제2차 납세의무제도가 세금징수의 편의에 치우쳐 납세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 "과점주주의 과점주주에 대해서도 제2차 납세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즉, 주된 납세의무자가 법인세를 체납하여 그 과점주주(법인, 1차 과점주주)에까지 납세의무가 확장되었는데, 1차 과점주주가 다시 납부기한까지 그 법인세를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그 1차 과점주주의 과점주주(2차 과점주주)에까지 납세의무가 확장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는 사법상 주주 유한책임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이자, 자기 고유의 담세력에 따라 부담하는 납세의무가 아니므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과점주주의 과점주주에 대하여 재차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울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8두36110 판결).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제2차 납세의무의 본질을 고려하여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였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본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여러 단계의 체납 법인들을 통하여 제2차 납세의무를 면탈하려는 시도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으나, 납세의무의 면탈이 명확한 사례에 대해서는 실질과세원칙 등으로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