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끝나도 통상이슈 계속될 것"
"미중 무역전쟁 끝나도 통상이슈 계속될 것"
  • 기사출고 2019.07.0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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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전문' 이수미 변호사의 Law Talk
"계약서의 통상 관련 조항도 꼼꼼히 체크해야"

작금의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이슈를 들라면 미중 무역전쟁에서 알 수 있듯이 통상문제를 꼽는 데 주저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통상변호사들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리걸타임즈가 미국 로펌 아놀드앤포터(Arnold & Porter)에서 미국의 수출통제법, 무역제재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이수미 워싱턴 DC 변호사를 긴급 인터뷰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미국의 수출통제와 관련해 클라이언트에 자문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으며, 한국에서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전화로 리걸타임즈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아놀드앤포터에서 활동하는 '통상 전문' 이수미 워싱턴 DC 변호사
◇아놀드앤포터에서 활동하는 '통상 전문' 이수미 워싱턴 DC 변호사

"수출규제 쪽에서 말하면, 미국은 자국의 국가안보 이슈 때문에 수출규제를 굉장히 강력하게 집행한다는 게 기본취지예요. 우선 한국기업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거는 미국의 부품이라든지 기술에 의존해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기본적으로 미국의 수출통제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수출통제법이 한국기업의 비즈니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어떻게 준수해야 하는지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출 라이선스 불허' 입장

그녀는 이어 "미국에서 생산된 완제(부)품을 수입해서 재수출하는 이런 기업일 경우에는 간단명료한데, 그것은 무조건적으로 현재 미국의 거래금지 대상에 올라 있는 화웨이 같은 데는 수출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물론 미국 정부의 수출 라이선스를 받으면 되는데, 미국은 기본적으로 수출 라이선스 신청이 들어오면 허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책적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그런 경우가 아니고 제품을 생산하는 데 미국의 기술이 좀 투여가 된다든가 또는 미국산 부품을 삽입하는 경우. 이 변호사는 "이런 경우는 정확하게 한국기업이 만든 완제품이 미국의 수출통제를 받는지 안 받는지 판단하기 어려운데, 그렇기 때문에 미 수출통제 전문가가 필요한 거고, 우리 같은 통상변호사들이 들어가서 자문하고 분석해드리는 것"이라며 "테크니컬하게 들어가는 거"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가 미국의 여러 수출규제 중 미 상무부가 주관하는 수출통제법 등에 따른 수출규제를 4개의 유형으로 나눠 상세히 안내했다.

수출규제의 4가지 유형

첫째, 미국이 원산지(origin)인 제품은 화웨이 같은 제재대상에 직접적으로는 물론 간접 재수출도 안 된다. 두 번째, 미국 오리진 제품은 아니지만, 미국 영토에 들어왔다면, 다시 미국 영토에서 직접적으로 화웨이 등 제재대상 기업에 수출할 수 없다.

세 번째는 미국에서 부품을 수입해서 한국기업이나 해외기업에서 그 부품을 완제품에 삽입했을 때인데, 이 경우는 복잡한 룰(rule)이 있고, 이 룰을 통해서 계산을 해야 한다. 이 변호사는 "부품가치를 토대로 계산하는데, 계산을 하다 보면 한국기업이 한국을 포함한 제3국에서 완제품을 만들 때 미국 부품이 들어가면 미국의 수출규제를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미국 부품이 삽입되지 않더라도 미국의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완제품의 경우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미국의 수출규제를 받게 된다. 이 변호사는 "이 4가지의 카테고리에 해당하게 되면 미국기업이든 한국기업이든 어느 누구도 화웨이와 같은 제재대상 기업에 수출할 수 없다"며 "이러한 내용이 미국의 수출통제법(Export Control Reform Act)의 하위규정인 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에 자세히 나와 있다"고 소개했다.

수출통제법에 따른 규제 이외에 한국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또 하나의 포인트는 계약서의 통상 관련 조항. 이 변호사는 "미국기업 등과 계약을 맺어 미국산 부품이라든지 기술을 가져올 때는 계약서에, 이것은 미국 정부에서 제재하는 기업한테는 팔면 안 되고, 그 기업에 파는 물건에 넣어도 안 된다는 등 수출규제에 관련된 여러 조건이 붙을 수 있는데, 계약서상의 이러한 내용을 꼼꼼히 체크해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마디로 미국 정부의 법 집행 리스트뿐만 아니라 한국기업이 맺은 개별 계약서상의 리스트도 다 따져보아야 한다는 주문인데, 이 변호사는 "최근 들어 계약서의 제재(sanction)나 수출규제에 관련된 조항들을 어겼다는 이유로 기업들 사이에 소송, 중재가 많이 늘어났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계약 때도 통상이슈 검토 필요"

이 변호사는 또 "정말 작은 기업이 아니고 웬만한 기업이라면, 무역 관련 계약서에 대개 통상 관련 조항을 넣게 되어 있을 것"이라며 "새로 계약을 맺을 때도, 통상이슈가 으레 등장하니까, 면밀한 검토와 자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정부의 법 집행보다 기업간의 계약서 분쟁이 더 많고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의견. 그녀는 "정부의 법 집행은 위반사례를 다 알아내기가 쉽지 않고, 알아내더라도 항상 법 집행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 사이에선 계약서를 둘러싼 분쟁이 많고, 일단 분쟁에 들어가게 되면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이 부분에 좀 더 민감하게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 만남 주목

6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릴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만날 예정이어 미중 무역전쟁의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수출규제의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이 변호사는 "트럼프가 무역이슈를 하이재킹해 인질로 삼아버렸지만, 전망은 정말 예측 불허"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무역이슈가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미중간에 무역전쟁이 해결되더라도 화웨이와 관련해선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논란이 남아있기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되면 이것도 해결된다 이렇게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의견이다.

그녀는 "화웨이건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 처음 대두된 이슈가 아니고, 최소 2012년부터 미 의회에서 화웨이는 아무래도 미국 정부에 조달되는 기술에도 많이 투입이 되어 있다는 등 우려와 워닝(warning)이 있었다"며 "혹시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중국과 무역전쟁에 들어가면서 화웨이를 하나의 수단으로 쓰는 거다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역이슈가 트럼프만의 이슈라고 볼 수 없고, 미국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안보 차원에서 화웨이나 ZTE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한국기업들도 미국의 수출통제 등 무역이슈에 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상 관련 법령 실시간 모니터링

이 변호사는 통상이슈에 대한 자문을 위해 주기적으로 한국을 찾지만, 꼭 다 한국에 와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한국기업 등을 상대로 자문을 많이 한다고 했다. 또 새로 나온 미국의 대통령령 등 통상 관련 법령이나 규정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분석해 고객사 등에 전달하는 등 정말 바쁘게 지낸다고 말했다.

"언론에 화웨이 등 미국의 제재대상 기업에 대한 뉴스가 크게 나오면 다들 겁을 먹는 것 같은데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봐요. 미국의 수출통제법이 포괄적이긴 하지만, 많은 경우에 수출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면밀하게 분석을 해서 진짜 수출규제 대상인지 아닌지 판단해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외교관으로 활동한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 외국에서 생활한 이수미 변호사는 연세대에서 학부과정을 마치고, 프린스턴대 대학원(MPA)을 거쳐 2002년 콜럼비아 로스쿨(JD)을 나왔다. 올해로 변호사 경력 18년째의 중견변호사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