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재산분할 청구 않겠다' 이혼조정 성립됐어도 노령연금은 나눠야
[가사] '재산분할 청구 않겠다' 이혼조정 성립됐어도 노령연금은 나눠야
  • 기사출고 2019.06.2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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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연금 분할 비율 명시 안 했으면 수급권 인정"

이혼소송 중 '재산분할을 더 이상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되었다고 하더라도, 연금의 분할 비율 등에 대해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다면 국민연금법이 규정한 대로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한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민연금법 64조 2항에 따르면, 분할연금액은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액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6월 13일 김 모씨가 "나에게 노령연금 100% 전액을 지급하라"며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두65088)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김씨의 전 부인인 A씨에게 분할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1997년 11월 A씨와 결혼해 자녀 1명을 둔 김씨는 2016년 9월 A씨를 상대로 이혼, 위자료와 재산분할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A씨도 김씨를 상대로 이혼 등을 요구하는 반소를 냈다.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7년 9월 김씨와 A씨는 서로 이혼하되, 재산분할로 김씨가 부산 북구에 있는 아파트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받음과 동시에 A씨에게 1억 7000만원을 지급하고, 김씨가 미성년자녀의 양육비를 부담하는 내용 등의 조정이 성립되었다. 조정조서에는 '김씨와 A씨는 향후 상대방에 대하여 조정조서에서 정한 사항 이외에는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청산조항)도 들어있었다.

조정이 성립된 후 A씨는 국민연금공단에 국민연금법 64조의3에 따른 분할연금 선청구를 했다. 이에 김씨가 조정조서와 함께 국민연금법상 연금에 대한 자신의 분할 비율이 100%, A씨의 분할 비율이 0%로 된 '연금 분할 비율 별도결정 신고서'를 국민연금공단에 제출했으나, 조정조서에 연금의 분할 비율이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분할 비율 별도결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거부 통지를 받자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와 A씨의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 결과 조정조서 9항(청산조항)에 의하여 원고의 노령연금 분할비율은 100%, A씨의 분할연금 분할비율은 0%로 결정되었으므로 이에 따른 원고의 연금분할비율 별도결정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주자 국민연금공단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국민연금법 64조에 규정된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은 이혼한 배우자에게 전 배우자가 혼인 기간 중 취득한 노령연금 수급권에 대해서 연금 형성에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여 청산 ⋅ 분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가사노동 등으로 직업을 갖지 못하여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배우자에게도 상대방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을 기초로 일정 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2015헌바182 결정 참조)"이라고 전제하고, "이는 민법상 재산분할청구권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이혼배우자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직접 수령할 수 있는 이혼배우자의 고유한 권리"라고 밝혔다. 이어 "원칙적으로 일정한 수급요건을 갖춘 이혼배우자는 국민연금법 64조에 따라 상대방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노령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분할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며 "다만 국민연금법 64조의2 1항(특례조항)에 따라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절차에서 이혼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의 심판으로 연금의 분할 비율에 관하여 달리 정할 수 있으며, 이는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개별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2016헌마54 결정 참조)"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법 64조의2 1항은 "64조 2항에도 불구하고 민법 839조의2 또는 843조에 따라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고, 2항은 "1항에 따라 연금의 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분할 비율 등에 대하여 공단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어 "이러한 국민연금법상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의 법적 성격과 이 사건 특례조항의 내용과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특례조항에서 정한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라고 보기 위해서는,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절차에서 이혼당사자 사이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을 달리 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거나 법원이 이를 달리 결정하였음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며 "이와 달리 이혼당사자 사이의 협의서나 조정조서 등을 포함한 재판서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이 명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재산분할 절차에서 이혼배우자가 자신의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분할 비율 설정에 동의하는 합의가 있었다거나 그러한 내용의 법원 심판이 있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아니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이혼당사자는 특례조항에 따라 재산분할 과정에서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만 반드시 이를 포함시켜 분할 비율 등을 별도로 정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이 국민연금법상 인정되는 고유한 권리임을 감안하면, 이혼 시 재산분할절차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바가 없을 경우 분할연금 수급권은 당연히 이혼배우자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원고와 A씨의 이혼조정조서에 포함된) 청산조항은 원고와 A씨가 향후 상대방에 대하여 이혼과 관련된 재산분할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으므로, 그 적용범위는 어디까지나 이혼 시 재산분할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은닉된 상대방의 재산에 관하여 이혼당사자 사이의 재산분할 청구를 금지하는 것에 한정되고, 따라서 이혼배우자인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자신의 고유한 권리인 분할연금 수급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청산조항이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가 청산조항에 따라 원고의 연금 분할 비율이 100%, A씨의 분할 비율이 0%로 결정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조정조서에는 원고와 A씨 사이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을 국민연금법 64조 2항과 달리 정하였다고 볼만한 기재가 없고, 이혼소송에서 원고와 A씨가 변호사를 통해 제출한 소장과 준비서면, 반소장과 준비서면 등에 담긴 재산분할 등에 관한 주장이나 조정에 따른 재산분할 비율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재산분할 절차에서 A씨가 자신의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분할 비율 0%)하기로 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