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제주에 생활 기반 둔 중국인 간 대여금 소송, 한국 법원에 관할권"
[민사] "제주에 생활 기반 둔 중국인 간 대여금 소송, 한국 법원에 관할권"
  • 기사출고 2019.06.24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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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실효성 있는 집행 위해 소 제기 실익 있어"

중국인 간에 중국에서 발생한 대여금 분쟁이더라도 소 제기 당시 이들의 실질적 생활 기반이 한국에 형성되었다면 한국 법원에 관할권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6월 13일 중국인 왕 모씨가 중국인 공 모씨 부부를 상대로 낸 대여금반환소송의 상고심(2016다33752)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공씨 부부는 왕씨에게 9억 65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중국에서 사채업을 하던 왕씨는 공씨 부부가 중국에서 부동산개발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2009년 5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4차례에 걸쳐 중국화 500만 위안을 빌리고도 갚지 않자, 2014년 공씨 부부 소유의 제주시 한립읍에 있는 부동산과 디스커버리4 3.0D 차량, 국내 은행 2곳에 대한 예금채권 등을 가압류한 뒤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이 사건에 관하여 우리나라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대법원은 "원고가 소를 제기할 당시 피고의 재산이 한국에 있는 경우 한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승소 판결을 얻으면 바로 집행하여 재판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이 피고의 재산이 한국에 있다면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판결의 실효성 측면에서 한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재산이 우연히 한국에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은 피고에게 현저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원고의 청구가 피고의 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그 재산이 한국에 있게 된 경위, 재산의 가액, 원고의 권리구제 필요성과 판결의 실효성 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에 따르면, 왕씨는 2014년 무렵 한국에서 영업을 하려고 입국했고, 공씨 부부는 2013년 3월경부터 6월경까지 한국과 중국을 수시로 오가며 그 무렵 제주도에 거주지를 마련했다. 또 공씨는 제주시에 타운 한 채를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고, 귀덕리의 대지와 그 지상 건물 1동도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 공씨 부부는 이외에도 디스커버리4 3.0D 차량과 국민은행 등 한국은행 두 곳에 예금채권을 가지고 있다.

공씨는 2013년 6월부터 왕씨의 소 제기 시점까지 제주도에 계속 거주 · 생활하면서 자녀를 국제학교 제주캠퍼스에 입학시키고 양육했다.

공씨 부부는 2013년 4월 유효기간 1년의 관광통과(B-2) 비자를 취득했다가 투자이민제에 따른 투자대상 부동산을 매수했다는 이유로 거주자격 변경을 신청하여, 자녀와 함께 유효기간 2년의 거주(F-2) 비자를 취득했다. 거주 비자는 2년의 유효기간이 지난 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효기간이 3년 연장되고, 그때까지 투자재산을 보유하여 투자자의 자격이 유지되면 만 5년이 되는 날 영주권을 취득하게 된다. 한편 공씨의 재산에 관하여 가압류 결정이 내려지자 공씨의 비자등급이 하향 조정되었고 배우자의 비자도 유효기간이 단축되었다. 공씨 부부는 현재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대법원은 원심을 인용, "피고들이 한국에 있는 부동산과 차량을 구입하여 이를 소유 · 사용하고,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한국에 생활의 근거를 두고 자녀를 양육하면서 취득한 부동산에서 실제 거주해 왔으며, 자녀를 한국에 있는 학교에 입학시키고 피고들과 자녀 모두 한국 영주권 취득의 전제가 되는 비자를 취득하였고, 원고도 소 제기 무렵 한국에 입국하였고 변론 당시까지 상당한 기간을 한국에서 거주하면서 향후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수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나 피고들이 소 제기 당시 한국에 실질적인 생활 기반을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피고들은 분쟁을 회피하고자 중국을 떠난 뒤 한국에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재산을 취득하였으므로 원고가 자신들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들이 한국에 부동산과 차량 등 재산을 소유하고 있고 원고가 이를 가압류한 상황에서 이 사건 청구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위해서 원고가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실익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중국법이라 하더라도 국제재판관할과 준거법은 서로 다른 이념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소와 한국 법원의 실질적 관련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국제사법 26조 2항 2호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들의) 금전소비대차계약 체결 당시 원고의 상거소와 영업소가 있는 중국법이 준거법이 된다"며 "피고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국 관련 법령에 따라 연대하여 원고에게 차용금과 이에 대한 약정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고, 차용금 500만 위안을 항소심 변론종결일에 가까운 2015년 6월 8일 당시의 외국환시세에 따라 한국 통화로 환산한 9억 65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