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명예전역 군인에 '수사 중' 사유 명예전역 취소 불가"
[행정] "명예전역 군인에 '수사 중' 사유 명예전역 취소 불가"
  • 기사출고 2019.06.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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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명예전역 효력 발생 후 취소처분 도달해 무효"

이미 명예전역을 한 군인에 대해 뒤늦게 수사 중임을 사유로 명예전역을 취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경우 명예전역 취소는 아직 전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만 가능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5월 30일 국군통신사령부 참모장으로 근무하다가 명예전역한 김 모씨가 "명예전역 선발 취소처분은 무효"라며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두49808)에서 이같이 판시, "(명예전역 인사명령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도달한) 명예전역 선발 취소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명예전역 명령의 효력이 발생한 날은 2015년 3월 31일 0시이나 선발 취소처분은 나흘 뒤인 4월 3일 김씨에게 도달, 무효라고 판결한 것이다.

1981년 소위로 임관하여 복무하다가 대령으로 진급한 뒤 2014년 1월부터 국군통신사령부 참모장으로 근무한 김씨는 2015년 1월 명예전역 대상자로 선발되어 그해 3월 31일자로 명예전역 인사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국방부검찰단이 인사명령 발령 이후인 3월 23일 김씨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수사를 개시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육군본부가 같은해 3월 27일 명예전역 선발 취소 사유인 '감사원 등 감사기관과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비위 조사나 수사 중에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김씨에 대한 명예전역 선발을 취소하기로 의결하고 국방부에 이를 건의한 것. 국방 인사관리 훈령 96조 2항은 명예전역 심사일 현재 감사원 등 감사기관과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비위 조사나 수사 중인 자(3호) 등에 해당하는 경우 명예전역수당 지급대상자 선발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또 훈령 99조 1항 1호는 명예전역 대상자로 확정된 후 선발 대상자가 '96조 2항의 명예전역수당지급 선발 제외대상에 해당하게 된 경우(선발 취소)'에 추천권자가 상신할 경우 사안별로 국방부장관이 그 취소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가 3일 뒤인 3월 30일 김씨에 대한 명예전역 선발을 취소한다는 처분을 내리고, 육군참모총장이 다음 날인 3월 31일 이를 김씨의 소속 부대장에게 하달, 4월 3일 명예전역 선발이 취소되었다는 내용의 육군참모총장 명의의 공문이 김씨에게 송달되자 김씨가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명예전역 대상자로 확정된 사람이 단순히 조사 · 수사를 받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명예전역 선발이 취소된다면, 대상자가 실제로는 어떠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 그가 입게 될 손해는 단순히 명예전역 선발제도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공익과 비교하더라도 훨씬 더 클 수 있고,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미 명예전역한 군인에 대해서도 명예전역 선발 취소 결정을 할 수 있다면, 명예전역수당을 지급받는 것을 전제로 정년 이전에 전역한 군인의 기득권과 신뢰를 한층 더 크게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수사나 조사 진행 중'이라는 잠정적 사유를 이유로 한 명예전역 선발 취소 관련 규정의 해석에는 엄격해석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전역일 이후에 무혐의 처분 등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명예전역수당 재지급 신청이 한정적으로 허용될 뿐이므로, 이러한 엄격해석 원칙을 관철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이어 "종국적으로 명예전역의 효력이 발생한 다음에는 국방 인사관리 훈령 99조 1항 1호, 96조 2항 3호가 적용될 여지가 없고, 국방부장관이 군인 명예전역수당지급 규정 12조를 근거로 위와 같은 명시적 규정을 둔 이상 이와 별개로 명예전역 대상자가 전역한 다음에도 같은 사유를 들어 명예전역 선발을 직권 취소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요컨대, 위와 같은 훈령 규정들의 문언과 체계와 취지를 종합하면, 단순히 감사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의 조사 · 수사를 받고 있다는 잠정적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한 명예전역 선발 취소 결정은 명예전역 대상자가 명예전역이나 전역 이전에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명예전역 선발 취소 결정은 현역 군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고에 대한) 명예전역 선발 취소처분이 원고에 대한 전역명령이 효력을 발생한 이후인 2015. 4. 3.에야 비로소 원고에게 도달하여 효력이 발생하였으므로, 더 이상 명예전역 선발을 취소할 수 없는 시점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전역일자를 2015. 3. 31.자로 원고에 대한 명예전역 인사명령이 있었던바, 명예퇴직이 퇴직자의 의사에 따라 퇴직하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는 명예전역 인사명령에 기재된 2015. 3. 31. 영시부터 군인의 신분을 상실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명예전역 선발 취소처분은 군인의 신분을 상실한 원고에게 행해진 것으로 위법하고, 그 하자가 중대 ·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