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선임병이 후임병을 구타하다가 반발한 후임병에게 얻어맞아 다쳤더라도 국가에 관리 · 감독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이종광 부장판사)는 5월 15일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18나62371)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강원 홍천군에 있는 중대에서 일병으로 복무하던 2017년 1월 28일 오전 7시 55분쯤부터 오전 8시 55분쯤까지 중대 사열대에서 병영식당으로 이동하던 중, 옆에 있던 같은 중대 이병이던 B씨가 제식 동작 간 목소리를 작게 하자, 이를 지적하기 위해 B씨를 부르며 자신의 왼팔을 휘둘러 손등으로 B씨의 오른 옆구리와 팔꿈치 부위를 2∼3회 때렸다. B씨가 자신의 지적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화가 난 A씨는 같은 방식으로 B씨의 오른 옆구리와 팔꿈치 부위를 2차례에 걸쳐 2∼3회씩 더 때렸다.
이에 구타를 당한 데 화가 난 B씨가 오른 팔꿈치와 주먹으로 A씨의 안면부를 3∼5회 때리고, 오른 발로 A씨의 완쪽 종아리와 무릎 부위를 5∼6회 때렸다. 이로 인해 종아리뼈가 부러지는 등의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은 A씨가 B씨와 국가를 상대로 19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편 서로 때린 혐의로 A씨는 2017년 8월 군사법원에서 벌금 30만원, B씨는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되었다.
재판부는 "군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 폭언, 가혹행위와 집단 따돌림 등 사적 제재를 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되고(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26조), 병 상호간에는 직무에 관한 권한이 부여된 경우 외에는 명령, 지시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같은법 35조 3항)"고 전제하고, "원고는 이 법률에 따라 선임병이라 하더라도 후임병인 B씨가 제식 동작 간 목소리를 작게 하였다거나 자신의 지시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더라도 B씨를 폭행하거나 권한 없이 명령 또는 지시를 아니 됨에도 위법하게 B씨를 폭행하였고, 이러한 원고의 위법한 폭행에 의하여 순간적으로 흥분한 B씨가 원고를 폭행하여 원고가 상해를 입게 된 것으로 결국 우발적인 싸움에 의한 것이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같이 피고 소속 지휘관들이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싸움에서 입은 원고의 상해에 대하여 상해의 가해자인 B씨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더라도, B씨의 관리 · 감독자인 피고에게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국가는 관심병사인 B씨에 대하여 집중적 관리 · 감독함으로써 병영 내 사건 · 사고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집중적 관리 · 감독이 필요한 관심사병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여 B씨가 전입되어 온 2017. 1. 9.과 같은 달 18일, 20일, 26일 대대장과 중대장에 의한 면담과 관찰이 이루어져 피고 소속 지휘관에 의하여 지속적 면담과 교육이 실시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