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새마을금고 이사장 후보자의 호별방문 지지 부탁 처벌 불가"
[헌법] "새마을금고 이사장 후보자의 호별방문 지지 부탁 처벌 불가"
  • 기사출고 2019.06.0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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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새마을금고 정관에 금지기간 위임 위헌"

새마을금고 이사장 후보자가 선거 유세 기간 중 대의원의 집을 방문해 지지를 부탁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형사처벌과 관련되는 주요사항인 금지기간을 새마을금고 정관에 위임한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5월 30일 새마을금고의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 중에 임원 선거 운동을 위한 호별방문 행위를 처벌하는 새마을금고법 85조 3항 중 해당 부분에 대해 부산지법이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2018헌가12)에서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 조항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015년 12월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출마한 A씨는, 새마을금고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 중에 회원을 호별로 방문하는 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유세 기간 중인 11월 25일과 12월 2일 이사장 선거권이 있는 새마을금고 대의원의 집에 방문하여 자신이 당선될 수 있도록 부탁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2018년 2월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심 계속 중이던 같은해 5월 새마을금고법 85조 3항 중 '22조 2항 5호에 관한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 부산지법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새마을금고법 22조 2항 5호는 "누구든지 자기 또는 특정인을 금고의 임원으로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 중에 회원의 호별(사업장 포함)로 방문하거나 특정장소에 모이게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같은법 85조 3항은 "22조 2항을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정관은 법인의 조직과 활동에 관하여 단체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정한 자치규범으로서, 대내적으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제3자를 구속하지는 않는 것이 원칙이고, 생성과정과 효력발생요건에 있어 법규명령과 성질상 차이가 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마을금고법 85조 3항 중 22조 2항 5호에 관한 부분(심판대상조항)은 형사처벌과 관련되는 주요사항을 헌법이 위임입법의 형식으로 예정하고 있지도 않은 특수법인의 정관에 위임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정관 작성권자에게 처벌법규의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정관에 구성요건을 위임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와 형벌에 관하여는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비추어 허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호별방문 등이 금지되는 기간을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 중에'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정관에서 어느 정도의 기간으로 정할 것인지 범위나 기준도 전혀 법률에서 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선거 기간 내로 할 것인지 여부도 정하지 아니한 채, 처벌되는 행위의 범위를 전적으로 정관에 맡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죄형법정주의에서 말하는 예측가능성은 법률 조항만을 보고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만으로는 수범자인 일반 국민이 호별방문 등이 금지되는 기간이 구체적으로 언제인지 예측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와 형벌에 관하여는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7월 29일 2008헌바106 결정, 2016년 11월 24일 2015헌가29결정에서 범죄구성요건을 정관에 위임한 구 농업협동조합법 50조 4항, 구 중소기업협동조합법 137조 2항에 대하여 죄형법정주의 위반을 이유로 각각 위헌결정을 한 바 있다.

헌재 관계자는 "이 사건은 이와 같은 선례의 취지에 따라, 법률이 범죄구성요건을 헌법이 위임입법의 형식으로 예정하고 있지도 않은 특수법인의 정관에 위임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음을 재차 확인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