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회사가처분 제도의 활용과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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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19.06.0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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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에 많이 활용…사실상 종국적 판단 되기도

1. 주식회사의 주주총회나 이사회, 자본 등 단체법적 요소와 관련된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분쟁은 그 내용과 결과에 따라 회사 안팎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소송실무상 유용한 분쟁해결 수단으로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제도가 많이 활용된다. 해마다 주총 시즌이 되면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가처분 소식이 언론에 오르내리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주주총회 상정 안건을 둘러싸고 가처분절차를 통해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하였다.

◇김도형 변호사
◇김도형 변호사

'한진칼 주총 안건' 가처분 공방

회사의 단체법적 요소와 관련된 법률관계를 둘러싼, 이른바 회사 분쟁에서 가처분이 자주 등장하는 데에는 경제규모의 확대로 기업경영의 일선에서 발생하는 분쟁 자체가 늘어나면서 이를 사법절차에 의하여 해결하려는 인식과 업무처리 관행이 자리 잡은 것 외에 소수주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소액 주주들의 권리확대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활동이 증가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들이 늘어나면서 경영권 위협 요소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경영권 방어 문제가 대두되면서 가처분절차에 의한 법적 공방을 벌이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한 기업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문제로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지거나 가족 간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기업들이 경영권 분쟁 문제를 중대한 리스크로 인식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이하 '임시지위 가처분'이라고 함)이란 당사자 사이에 현재 다툼이 있는 권리 또는 법률관계가 존재하고 그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기까지 현상의 진행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권리자가 현저한 손해를 입거나 급박한 위험에 처하는 등으로 장래의 본안소송에 의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 그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고자 법원이 잠정적으로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하여 하는 보전처분을 말한다.

보전 대상 종류 묻지 않아

보전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종류를 묻지 아니하며,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임시의 조치를 행하는 것이므로 회사 분쟁에서는 단순히 현상을 동결하는 경우도 있지만(예: 주주총회의 개최금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의 집행에 의하여 새로운 법률관계가 잠정적 · 임시적으로 형성되기도 한다(예: 의결권 행사 허용, 주주총회 안건 상정).

2. 실무상 회사 분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임시지위 가처분은 다툼 있는 권리 내지 법률관계의 대상 또는 내용에 따라 대체로 다음의 유형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주주 지위 및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가처분 유형이다. 주식양도의 효력이 문제되는 등 주식의 귀속을 둘러싼 분쟁이 있는 경우에 주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또는 주주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회사 사이에서 주주 지위에 기한 의결권의 행사를 허용할지 여부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결권행사금지 또는 의결권행사허용 가처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얼마 전 대법원이 타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한 자, 명의개서를 마치지 아니한 자를 실질주주로 인정하여 주주권의 행사를 허용하여 왔던 종래의 태도를 변경하여 회사에 대한 법률관계에서는 주주명부에 적법하게 기재된 주주만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함으로써(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명의수탁자나 차명주주가 이사해임청구, 주주총회 소집요구,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 등 회사법상의 각종 권리 행사를 적법하게 할 수 있게 되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대법, 종래 태도 변경

한편 위법 · 불공정한 신주발행으로 인하여 주식 가치가 희석되거나 제3자가 신주를 인수함으로써 기존 주주의 회사지배권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등 주주의 이익을 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신주를 취득한 자를 상대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을 구할 수 있다. 그밖에 관련 법률에 의하여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거나 의결권 행사에 관한 약정이 있는 경우에 이와 달리 의결권을 행사하려는 자를 상대로도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제기할 수 있다.

다음으로 회사의 조직이나 기관의 활동과 관련된 가처분 유형으로,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의 개최금지나 그 결의의 효력정지, 주주총회 안건의 상정 또는 상정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등이 있다.

이러한 가처분들은 이사회나 주주총회의 소집절차 또는 결의사항이 법령 · 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등 회사 기관의 활동을 둘러싼 분쟁으로, 채권자에게 생길 현재의 위험 및 지위의 불안정을 잠정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이 중 주주총회 안건의 상정가처분은 특히 경영권의 향배를 정하는 이사의 선임, 해임 등을 둘러싸고 주주제안권의 행사가 좌절된 경우에 이사회의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 측에서 제기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사의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로 인하여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사를 상대로 한 행위금지 가처분을 구할 수 있고, 그밖에 이사의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도 이 유형에 속한다.

이사 상대 행위금지 가처분도 가능

한편 회사의 자본과 관련된 가처분 유형으로는 신주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나 전환사채 등의 발행과 관련하여 그 발행금지 가처분, 발행 또는 전환된 주식의 상장금지 가처분 등이 있다.

신주발행의 예를 보면, 그 시간적 단계별로 납입기일 이전에는 신주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납입기일이 경과하여 신주발행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는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을 구할 수 있고, 상장되기 전이라면 주권상장금지 가처분도 생각할 수 있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신주발행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방법에 의하는 경우에 상법상 인정되는 유지청구권에 근거한다(상법 제424조).

가처분소송 실무상 특히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상황에서 제3자에 대한 신주발행의 불공정성 여부 판단은 신주발행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자금조달의 목적 등 경영상의 필요와 함께 기존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에게 경영권 유지 등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비교하여 결정하는데, 신주인수인과 기존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의 관계, 신주발행의 규모, 그로 인한 주주 지분율의 변동 내용, 회사의 자금조달 현황 및 조달자금의 용도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밖에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 가처분 유형의 대표적인 것으로 회계장부의 열람 · 등사 가처분이 있다. 이는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사의 장부와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에 근거하는데(상법 제466조), 소수주주로 하여금 이사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대표소송을 통한 책임을 추궁하거나 소수주주의 권리 보호 등을 위하여 필요한 목적과 범위 내에서 회사의 경영상태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3. 회사가처분은 위와 같이 회사의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의 여러 국면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일반 민사 법률관계에 관한 임시지위 가처분과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이므로 이에 대한 소송실무상의 고려가 필요하다.

유리한 시기 선택해 전격 신청

무엇보다 회사가처분 사건은 특정일에 효력 발생이 예정되어 있거나 이를 염두에 둔 회사법상의 각종 행위(예: 주주총회 개최, 의결권 행사, 신주발행 등)를 대상으로 시간적 제약 속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가처분신청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계획되어 있던 회사법상의 행위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기도 한다.

가처분 신청인이 은밀한 소송준비를 거쳐 자신에게 유리하게 시기를 선택하여 전격적으로 가처분을 구하는 데 대하여, 상대방인 회사 측에서는 촉박하게 지정되는 심문기일에 맞추어 변론을 준비해야 함은 물론 예정된 회사법상 행위의 효력발생일 전에 사건을 처리하고자 하는 법원의 심리 일정과 이에 임박하여 사건이 처리됨으로 인해 충실한 방어 준비에 대한 부담이 크고, 따라서 단기간에 가용한 역량을 집중 투입하여 신속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특정 주주와 회사(또는 이사)간의 분쟁이라고 하더라도 표면적인 당사자를 넘어 다수의 이해당사자가 개입되어 있거나 직간접적으로 회사의 다른 주주들과 조직 전체, 채권자 등 회사관계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가처분신청 단계에서부터 상대방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 검토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 가처분 당사자의 개별적인 이해관계 외에도 회사 전체의 법률관계나 이해관계, 나아가 사건이 공익적 사정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검토하여 가처분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이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 압박, 공격수단으로 활용

한편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기되는 가처분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전체적인 경영권 분쟁의 구도 속에서 연속하여 제기되는 소송전략 중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가처분결정을 받아내는 것보다는 가처분신청 자체가 상대방을 압박하거나 상대방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는 공격 내지 방어 수단으로 활용된다.

예컨대 경영권 분쟁 중에 우호세력 확보에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내고자 현 경영진에 의한 회사 운영의 불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표)이사의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 회계장부 열람 · 등사 가처분 등 동원할 수 있는 여러 유형의 가처분(때로는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의 검사를 위한 검사인선임신청 등 비송사건까지 포함하여)이 동시다발적으로 또는 단계적으로 연속하여 제기되는 경우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쟁사안의 실체와 성격에 맞추어 그 수단으로서 적합한 가처분을 적시에 선택할 필요가 있고, 이를 방어하는 측에서는 재판부로 하여금 겉으로 드러난 분쟁이나 소송수단의 이면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처분의 본안소송화

회사가처분은 판결 확정 이후에 있을 장래의 집행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권리관계에 관한 다툼을 이유로 채권자에게 생길 현재의 위험 및 지위의 불안정을 잠정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 구체적인 유형이나 형태가 민사집행법에 일의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소송실무상 어떠한 내용의 가처분결정을 할 것인가는 채권자의 필요에 상응하여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회사의 단체법적 법률관계가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이를 둘러싼 분쟁에서의 가처분 내용도 다양하고 비정형적인 경우가 훨씬 늘어났는데, 법원의 재량과 역할이 커진 만큼 가처분의 잠정성이나 본안재판의 부수성과 같은 원래의 속성은 약화되면서 회사가처분 사건이 오히려 본안소송처럼 되거나 이를 대체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즉 회사가처분 사건에서 소송물인 권리나 법률관계가 이행되는 것과 같은 내용의 가처분결정이 있으면 본안사건의 승소확정판결이 집행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달성하게 된다. 따라서 승소한 채권자 측에서는 이후 본안소송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반면에, 패소한 채무자 측에서는 나중에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가처분에 따라 잠정적으로 변경된 현상을 회복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무용한 경우로 이어진다.

예컨대 특정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나 신주의 발행처럼 특정일에 효력 발생이 예정되어 있는 회사법상의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가처분사건에서는 이를 저지하는 가처분결정에 대한 이의나 항고 등 불복수단에 의한 시정이 시기적으로 무의미해지고, 가처분결정이 사실상 종국적 판단이 되면서 첨예하고 민감한 회사 분쟁에 대한 법적 판단이 사실상 단심(單審)으로 끝나는 경우도 실무상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법원에서는 신속한 심리를 통해 실질적인 불복기회를 보장하고자 하고 가처분 요건에 대한 소명수준을 증명에 가까운 정도로 엄격히 요구하는 등 가처분의 발령을 신중하게 하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다양한 회사 분쟁의 특성과 일반 민사 법률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현행 보전소송구조로 인해 회사가처분 사건의 특수성이 소송실무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법원, 가처분 발령 신중 경향

회사가처분 제도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물론 주주대표소송을 위해서든 또는 주주권 가치 제고라는 명분 아래 적극적인 경영감시활동의 일환으로서든 회사의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에서 주요한 법적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고, 그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회사분쟁의 적정하고 신속한 해결을 위해서는 회사가처분 소송의 특징과 실무운용에 유의하면서 가처분제도를 적절히 활용하거나 이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도형 변호사는 각급 법원의 판사를 역임한 후 여의도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끝으로 올 3월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했다. 서울남부지법 시절 회사 소송과 관련하여 다양한 유형의 상사 가처분, 비송사건을 전담 처리했으며, 율촌에서도 상사 · 경영권 분쟁 등 분쟁 사안에 단골로 투입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24기로 수료했다.

김도형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dhkim1212@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