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 변호사의 북경통신] '藥神 사건'-인도 복제약 판매사건
[김종길 변호사의 북경통신] '藥神 사건'-인도 복제약 판매사건
  • 기사출고 2019.06.0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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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강소성고급법원은 '연운항 약신사건'으로 불리는 가짜약품 판매 사건의 2심 변론을 열었다. 1심 법원인 연운항중급법원은 2018년 8월 31일 인도 복제약을 중국 내에서 불법판매한 혐의로 11명에 대하여는 3년 9개월에서 6년 6개월의 유기징역을 선고하고, 1명에 대하여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김종길 변호사
◇김종길 변호사

이 사건이 '약신(藥神)사건'으로 불리게 된 원인은 바로 작년에 상영된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 때문이다.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인도의 남성 건강식품을 판매하던 청용(程勇)은 장사가 부진했다. 부친은 병석에 누워 있고, 전처는 다른 남자의 애를 임신하고도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 와중에 백혈병을 앓는 한 손님으로부터 인도에서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복제약 이마티니브(Imatinib)를 사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후 복제약을 수입판매하는 일을 하게 된다. 이 복제약은 글리벡과 효능은 같으나 가격이 훨씬 저렴했다. 그리하여 청용은 복제약 수입판매로 큰돈을 버는 동시에 백혈병 환자들에게 '약신'으로 불리는 영웅이 된다. 이 영화는 유명한 대사를 남겼다. "세상에는 오직 한 가지 병이 있다. 바로 가난이라는 병이다."

복제약의 성지 인도

인도는 복제약의 성지인데, 1972년 이후 의약품에 대한 물질특허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방법을 약간만 다르게 하면 같은 성분의 약품을 합법적으로 제조하여 판매할 수 있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복제약인 이마티니브, 폐암 치료제 이레사(Iressa)의 복제약인 제르티십(Gefticip), 간암 치료제 넥사바(Nexavar)의 복제약인 소라페나트(Sorafenat) 등이 모두 인도 제약회사에 의해 생산, 판매되고 있다. 이들 암치료제의 정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므로, 중국에서는 인도 복제품을 대량으로 수입해서 복용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실제인물과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바로 인도 복제약의 판매로 기소되었다가 검찰의 공소취소로 풀려난 루용(陸勇)이라는 인물이다. 루용은 장쑤성 우시에서 방직품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으로 집안이 넉넉한 편이었다. 그런데 그는 백혈병 판정을 받게 되고, 글리벡을 1달에 1갑을 먹어야 하는데, 1갑의 가격이 23,500위안(한화 약 400만원)이어서, 2년간 60만 위안(한화 약 1억원)의 돈을 쓰게 된다. 그러던 중 인도에서 글리벡을 복제한 이마티니브가 있다는 것을 알고 구매해서 복용해보니 약효가 같았다. 가격은 20분의 1에 불과했다. 그는 백혈병을 앓는 환우들에게 이 약을 소개하고 구매를 도와주었다.

정품의 1/20 가격

그는 백혈병 환자들 사이에서 '약협(藥俠)'으로 불렸다. 그러나 인도 복제약은 중국의 약품관리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는 '가짜약품 판매죄'로 체포되어 2014년 7월 기소되었다. 그가 공안에 붙잡혀갈 때 백혈병 환자들이 눈물로 그를 배웅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1000여명의 백혈병 환자들이 그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 후 검찰은 여러 방면의 검토를 거쳐 결국 그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였고, 135일간 구치소에 구금되어 있던 그는 석방되었다. 검찰이 기소를 철회하면서 밝힌 불기소 이유는 다음과 같은 6가지이다.

첫째, 루용 본인이 백혈병 환자이다. 둘째, 그는 자신이 복제약을 복용해보고 효과가 있자, 다른 백혈병 환자들에게 소개해주고 구매정보를 알려주었다. 셋째, 루용은 다른 백혈병 환자들을 위하여 복제약을 구매하면서 전혀 이윤을 남기지 않았다. 넷째, 루용이 대리구매해준 사람은 모두 백혈병 환자이고, 약품판매상이나 중개상은 없었다. 다섯째, 루용이 구매해 준 복제약은 사람의 건강에 해가 없고, 오히려 치료효과가 있었다. 여섯째, 정규약품의 가격이 너무 비싼데, 루용의 행위는 백혈병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주었다.

이 영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리커창 총리가 이 영화를 보고난 후 특별히 난치병 환자들에 대한 수입약품의 가격인하 등 공급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를 내린 데서도 알 수 있다. 영화가 상영된 후, 쉬저우, 랴오청, 충칭 등지의 다른 '약신사건'들도 대부분 불기소처분되거나 가볍게 처벌받는 것으로 끝났다.

연운항에서만 중형 선고

앞에서 언급한 '연운항 약신사건'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이 사건에서 문제된 인도 복제약이 바로 영화에 나온 그 글리벡이었다. 그리고 1심에서 많은 피고인들이 중형을 받았다. 11명이 3년 9개월에서 6년 6개월의 실형을 받은 것이다. 영화상영 이후 다른 지방에서는 대체로 불기소처분하거나 감경처분하는데 반하여, 유독 연운항에서만 중형이 선고되었다.

다음으로, 이들 피고인들은 구속된 채로 재판을 받았는데, 구금기간이 2016년 5월에 이미 만료되었음에도 석방되지 못했다. 연운항중급법원은 최고법원에 사건 처리에 관한 지시 요청을 한 후에 아직 지시를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재판을 하염없이 끌었는데, 연운항중급법원은 "법원 내부의 지시 요청기간은 재판기한에 산입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구속된 피고인들을 풀어주지도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하여 1심 판결 후 일부 피고인은 구금일수가 선고형량보다 많은 경우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2014년 12월 1일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은 <약품안전형사사건 처리의 법률 적용의 약간 문제에 관한 해석>을 내놓았다. 원래 중국형법 제141조에는 가짜약품 판매죄에 관하여, 형량을 3년 이하 유기징역으로 규정하면서, 정황이 엄중한 경우에는 3년이상 10년 이하의 유기징역으로, 정황이 특별히 엄중한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하도록 되어 있다. 위의 해석이 나오기 전까지는 엄중한 경우와 특별히 엄중한 경우의 기준이 없었는데, 위 해석에서 판매금액이 20만 위안 이상은 엄중한 경우로, 50만 위안 이상은 특별히 엄중한 경우로 규정했다.

판매금액 20만 위안 이상이면 가중처벌

그리하여 위 해석이 나오기 전까지는 가짜약품 판매금액이 1만 위안이건 100만 위안이건 모두 3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해졌었는데, 이제는 20만 위안과 50만 위안이 넘으면 가중처벌되게 된 것이다. 위 해석이 나오기 이전인 수사단계에서 피고인들이나 수사기관이나 판매금액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금액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게 되었으므로 재판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의 피고인들이 판매금액의 액수를 다투게 되었다.

피고인들 중에는 의사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정품 글리벡을 구매할 형편이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인도 복제약의 구매를 소개해주었다는 혐의다. 최고형을 받은 홍콩의 약품상 린용샹은 인도 제약회사로부터 갑당 3달러의 수수료를 받고, 중간에서 약품의 운송 등을 담당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다투고 있다.

첫째, 본건의 판매자는 인도 제약회사이고 구매자는 대륙의 구매자들이며, 자신은 중간에서 고정된 수수료를 받고 운송 등을 담당했을 뿐이므로 '판매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판매자라면 판매차익을 얻어야 할 텐데, 자신은 용역에 대한 대가로 고정수수료를 받은 것이므로 거래단계에서 용역을 제공한 자에 불과하고 판매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둘째, 자신은 홍콩에서 약품 도소매업 허가를 가지고 있으므로 설사 약품 판매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현지법에 위반되는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의 사법기관은 인도 복제약 판매에 대한 처벌과 관련하여 고민에 빠져 있다. 법률적으로는 분명히 범죄이나, 도덕적으로 비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운항 약신사건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으므로, 아마도 이 사건의 판결에서 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김종길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jgkim@donginla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