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해외 인턴십에 참여했다가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잘 있어라 나 간다' 문자 남긴 뒤 추락사…보험금 주라"
[보험] "해외 인턴십에 참여했다가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잘 있어라 나 간다' 문자 남긴 뒤 추락사…보험금 주라"
  • 기사출고 2019.05.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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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추락 개연성…자살 단정 불가"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이 함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잘 있어라 나 간다'라는 문자를 남긴 뒤 건물에서 추락사했다. 자살일까?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도영 부장판사)는 4월 18일 태국 파타야에 있는 한 콘도에서 추락해 사망한 대학생 A(사망 당시 25세)씨의 어머니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2018가합1822)에서 "자살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 "현대해상은 원고에게 보험금 2억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2017년 6월 태국 파타야로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을 떠난 A씨는 8월 3일 오전 1시 40분쯤 자신의 숙소인 파타야의 한 콘도 22층 옥상에서 난간 너머로 추락해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어머니가 아들이 기분전환을 위해 콘도 옥상에 올라갔다가 실수로 추락해 사망한 사고라며 보험금 2억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현대해상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태국으로 떠나기 4개월 전인 2017년 2월 현대해상과 가입금액 1000만원인 기본계약, 가입금액 1억원인 상해사망담보특약, 가입금액 1억 6000만원인 상해사망추가담보특약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은 "A씨가 사고 직전 여자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콘도 옥상에서 고의로 투신하여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해의 우연성 요건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맞섰다.

사고 직전 A씨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한 여학생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에서 "그럼 내가 싫다고 말해줘, 평생 보기 싫다고. 포기하게 해주라 제발. 잘 있어라 나 간다. 너도 정말 이기적이다. 한번만이라도 얼굴이라도 보여주지" 등의 말을 남겼다. 2017년 11월 손해사정업체가 작성한 현장사진 자료에 따르면 A씨는 8월 3일 오전 1시 37분쯤 숙소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숙소가 있는) 15층에서 22층으로 이동하여 오전 1시 39분쯤 22층에 있는 비상출구를 통해 계단을 이용하여 옥상으로 이동한 뒤 휴대전화기를 바닥에 두고 128cm 높이의 난간에서 슬리퍼를 신은 채 추락한 것으로 보고됐다.

재판부는 자살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록 A씨가 옥상 난간에 올라가는 등 스스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A씨가 추락사한) 사고는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서 A씨가 신체에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A씨의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평소 우울감이나 불안감 등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거나 정신과 계통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볼 자료는 전혀 없다"고 지적하고, "A씨가 평소 작성해놓은 메모 등에 의하면 A씨는 영어공부, 각종 자격증 취득 등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고(사고 당시 참여하고 있었던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도 취업 준비의 일환으로 보인다), 어머니와의 여행, 유럽여행, 세계일주 등의 여행과 자전거 국토종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스카이다이빙 등 도전적인 스포츠를 목표로 삼고 있었는바, A씨는 하고 싶은 일이 많고 모험심 강한 사람으로 보이고, 달리 심적으로 여리거나 나약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연인관계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으로부터 만남을 거절당하고 관계가 끝나면서 심리적인 상처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사정만으로는 A씨가 여학생과의 관계로 삶이 좌우될 정도의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A씨의 가까운 친구들조차도 A씨의 여자관계에 관하여 A씨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으며, '잘 있어라 나 간다'는 메시지는 대화를 마무리하거나 이별을 고할 때 흔히 사용되는 말이어서 A씨의 유서나 죽음을 암시하는 기록 등이 전혀 없는 이 사고에서 이 메시지가 죽음을 암시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A씨가 여학생과의 문자메시지 대화 후 곧바로 자살충동을 일으켜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A씨는 평소 고층 난간에서 바깥쪽으로 상체를 내미는 등의 행위를 하기도 하였는바, A씨의 겁이 없고 모험심 강한 성격이나 성향을 고려할 때, A씨가 사고 직전 여학생과의 불화로 콘도 옥상으로 올라가 건물 바깥쪽을 등지고 옥상 난간에 걸터앉는 등의 방법으로 기분전환을 하고자 했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이고, 걸터앉기 위해 난간에 올라간 상태 혹은 걸터앉은 상태에서 무게중심을 잃어 아래로 추락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성격, 평소 성향에 비추어 보면 사고를 예견하지 못한 채 이와 같은 행위를 하여 우발적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사망은 피고의 보험금 지급사유인 '상해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