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의 불꽃 '변론 대결' 흥미
변호사들의 불꽃 '변론 대결' 흥미
  • 기사출고 2006.10.04 08: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판중심주의 관심속 출간된 '세상을 바꾼 법정'미국 역사 뒤흔든 8개 사건 소개한 '케이스 북'
이용훈 대법원장의 연이은 발언이후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가 일반 국민들의 입에도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 대법원장의 말마따나 법원의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된 두 제도가 홍보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세상을 바꾼 법정
민사재판의 구술주의나 형사재판에서의 공판중심주의 모두 법정에서의 직접 진술을 중시하는 재판제도다. 공판중심주의는 특히 법정에서 법관이 조사한 증거에 의해 유무죄를 확정돼야 한다는 중요한 의미가 들어있다. 우리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상 당연한 요청이라고 한다. 다만 그동안 그렇게 운영돼 오지 못해 이를 법 규정 그대로 제대로 해 보자는 주장이라고 한다.

두 제도가 전면 실시되면 재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질까.



꼭 부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궁리출판사가 최근 펴낸 '세상을 바꾼 법정'이 그것이다. 원제는 'AND THE WALLS CAME TUMBLING DOWN'. '그리고 벽들이 무너져 내렸다' 정도로 새길 수 있을 지 싶다.

배심제를 근간으로 하는 미국 법정의 주요 사건을 묶어 놓은 일종의 케이스 북이다. 사건의 소개를 곁들인 가운데 변호인과 검찰의 구두변론 내용이 사건의 진행에 따라 적절한 분량으로 편집돼 있다.

신문사 편집인 출신으로 캘리포니아 주 벤추라 카운티의 차장검사인 마이클 리프와 변호사로 페퍼다인대 로스쿨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강의하고 있는 미첼 콜드웰이 함께 펴냈다.

책에 소개된 모두 8개의 케이스는 미국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중요한 사건들이다. 책의 제목이 '세상을 바꾼 법정'이 된 이유를 알만 하다. 저자들은 "9.11테러, 케네디 암살, 진주만 공습처럼 역사의 대전환이 항상 계시록적인 사건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고 역사의 중요 전환점을 이룬 판결의 의미를 강조한다.

특히 기본적인 인권문제를 다룬 사건들로 대상을 선정했다고 한다.

8개의 사건을 소개하면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카렌 앤 퀸란과 인간답게 죽을 권리 ▲아미스타드 선상의 반란-자유를 되찾기 위한 흑인 노예들의 슬픈 항해 ▲우리 안의 적-매카시 선풍에 맞선 라디오 스타 ▲투표권 없는 자유는 가짜다-'투표한 죄'로 구속된 수전 B. 앤서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식민지 시대의 언론 자유를 위한 투쟁 ▲포르노 황제와 전도사-언론 자유의 상징이 된 '허슬러'의 발행인 ▲생명의 가격-의료보험 회사를 상대로 한 환자의 투쟁 ▲훌륭한 태생을 위한 유전자 개량-캐리 벅의 강제 불임시술과 출산의 자유의 제한 등이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배심제를 연구하기도 한 서울중앙지검의 금태섭 검사가 번역했다. 그는 특히 얼마전 한 일간지에 '현직 검사의 수사받는 법'이라는 글의 연재를 시작했다가 중단하기도 해 더욱 유명해졌다.

우리 재판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갈 지는 더욱 두고봐야 하겠지만, 이 책이 법조인과 법학도에게 좋은 케이스 북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 시대를 풍미한 미국 변호사들의 불꽃튀는 대결을 보면서, 우리 법조에도 이런 책이 하루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모두 636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