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임대차 종료된 의료장비에 고장…자기 책임 아니라는 증명 못하면 임차인이 수리비 물어야"
[민사] "임대차 종료된 의료장비에 고장…자기 책임 아니라는 증명 못하면 임차인이 수리비 물어야"
  • 기사출고 2019.05.2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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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임대인에 수선의무 있어도 마찬가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어 임대인에게 반환해야 할 의료장비에 고장이 난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수리비를 요구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임대인이 장비에 대한 수선의무를 부담하더라도 임차인이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고장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임대인에게 수리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4월 11일 의료장비 제조업체인 G사가 영업손해와 장비 차임, 수리비 등 7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H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다291347)에서 이같이 판시, 수리비 청구는 기각해 7400여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수리비도 지급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수호가 원고를 대리했다.

G사는 2015년 1월 자궁경부암의 중요 원인 인자인 HPV(인유두종 바이러스)의 감염여부 검사에 사용되는 HPV 칩과 성전염성 질환(STD)의 감염여부 검사에 사용되는 STD 칩을 공급하고, 2016년 12월까지 2년간 관련 검사장비인 의료장비를 차임 월 70만원에 임대하는 내용의 계약을 H의료재단과 체결하고, H재단에 이 장비를 인도했다.

그런데 H재단이 장비를 인도받아 사용하던 중 2016년 6월 장비에 고장이 발생했다. H재단이 5개월 후인 2016년 11월 1일경 G사에 장비의 고장으로 검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서 장비를 회수해 갈 것을 요청하자, G사는 다음날인 11월 2일경 H재단에 장비를 회수해 가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G사는 이후 통보 내용과 달리 이를 회수해 가지 않고, H재단을 상대로 의료장비의 반환과 함께 "H재단이 HPV 칩과 STD 칩의 최소 구매수량을 지키지 않아 손해를 봤다"며 영업손해와 장비 차임, 장비 수리비 2000만원 등 78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H재단이 G사에 영업손해와 장비차임 등 7400여만원을 지급하고 장비를 돌려주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G사의 수리비 청구에 대해서는, "이 장비의 고장은 이를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인 피고가 계약에서 정해진 목적에 따라 장비를 사용 · 수익하는 것을 방해받을 정도의 것으로서 임대인인 원고가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피고의 사용 중 과실로 인하여 장비에 고장이 발생하였다거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피고가 장비의 수리비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그러나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 임차인이 반환할 임대차 목적물이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 임차인은 불이행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목적물 반환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고, 훼손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전제하고, "다만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훼손이 임대인이 지배 · 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하자를 보수 · 제거하는 것은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 · 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하고, 임차인이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훼손으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법리는 임대인이 훼손된 임대차 목적물에 관하여 수선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의 수리비 청구는, 임대인인 원고와 임차인인 피고 사이에 임대차 목적물인 장비에 관한 임대차가 종료하였는데, 피고가 반환할 장비가 고장이 나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피고의 목적물 반환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피고는 장비의 고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목적물 반환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장비의 고장이 원고가 지배 · 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장비의 고장으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피고에게 물을 수 없고, 이는 원고가 고장이 난 장비에 관하여 수선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심은 장비의 고장이 피고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인지 또는 장비의 고장이 원고가 지배 · 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발생한 것인지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심리 · 판단하였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원심이 마치 임대인인 원고가 피고의 사용 중 과실로 장비에 고장이 났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보고, 원고가 고장이 난 장비에 관하여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는 것만으로 원고의 수리비 청구를 배척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H재단이 장비의 고장이 H재단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는 증명을 못하면 수리비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