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별거상태 아내 아파트 찾아가 출입문 발로 차고 흔든 것만으론 주거침입 무죄
[형사] 별거상태 아내 아파트 찾아가 출입문 발로 차고 흔든 것만으론 주거침입 무죄
  • 기사출고 2019.05.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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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주거에 들어가야 '침입'

별거 상태에 있는 아내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가 출입문을 발로 차고 흔드는 것만으로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4월 23일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모(60)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2054)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2017년 10월 22일 오후 7시 31분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부인 A(당시 60세)씨와 딸(당시 32세)이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자 출입문을 발로 차고 손잡이를 수회 흔드는 등의 방법으로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김씨는 부인과 약 35년간 혼인관계를 유지하다가 2016년 10월경 이씨로부터 이혼소송이 청구되어 2017년 8월 서울가정법원에서 '9월 30일까지 이 아파트에서 퇴거하는 등' 조건부로 혼인유지 결정을 받아 한 달 후인 9월경부터 별거상태에 있었다.

김씨는 "출입문이 열려서 안으로 들어갔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우선 피해자 A씨의 진술은 '피고인이 발로 차고 출입문을 흔들어서 출입문이 열렸다'는 취지인데, 피고인이 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온 것이라면 출입문 시정장치의 걸쇠가 휘거나 파손되었어야 하는데, 피해자 A씨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걸쇠가 휘거나 파손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시정장치의 오작동으로 출입문이 열린 것이었다면, 통상 이를 수리하거나 교체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 A씨는 시정장치를 추가로 설치하였을 뿐, 기존 시정장치를 수리하거나 교체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 A씨의 진술을 선뜻 믿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설령 피해자 A씨의 진술과 같이 출입문 시정장치의 오작동으로 출입문이 저절로 열린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출입문 안으로 들어갈 당시에는 피해자들이 출입문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출입문 안으로 들어간다는 점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김씨는 공용으로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복도 등을 통해 들어가 주거지 출입문을 발로 차고 흔드는 등의 행위를 하였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들의 주거의 안정과 평온이 침해당하였으므로 주거침입죄는 기수에 이르렀다"며 항소했다. 그 이후 김씨가 아파트 출입문을 통하여 그 안으로 들어간 것은 양형사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공동주택 안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계단과 복도 역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하기는 하나,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객체는 피해자들이 거주하고 있던 아파트 자체인바 피고인이 공용부분에 들어옴으로써 이미 주거침입죄가 기수에 이르렀다는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주거침입죄에서의 '침입'은 주거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사실에서 특정된 주거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므로 출입문 밖에서 문을 발로 차고 흔드는 것만으로 주거침입죄가 기수에 이른다고 볼 수도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