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군복무 중 허리 통증으로 우울증 심해져 자살…보훈보상대상"
[행정] "군복무 중 허리 통증으로 우울증 심해져 자살…보훈보상대상"
  • 기사출고 2019.05.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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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군복무와 상당인과관계 인정돼"

군복무 중 허리 통증으로 우울증이 심해져 자살한 군인의 부모가 소송을 내 보훈보상대상자 유족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창원지법 김형원 판사는 4월 24일 군 복무 중 자살한 A씨의 부모가 "국가유공자유족 등록거부처분과 보훈보상대상자유족 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경남동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단12191)에서 "보훈보상대상자 유족 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003년 8월 육군에 입대한 A씨는 2004년 11월경 초소 작업 중 처음 허리 통증이 발생한 이래 '제4-5요추간, 제5요추-천추간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고, 2005년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청원휴가를 가는 등 군 병원과 민간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았다. A씨는 평소 "허리 통증이 심하고 양쪽 무릎에 대한 통증도 있다"고 하소연 하였으며 잠을 자지 못해 마스크를 눈에 가리고 잠을 자고 때로는 휴지로 귀를 막고 자려고 했다. 또 평소 동료들에게 "허리 부상으로 인해 전역 후가 막막하다. 죽고 싶다. 인생 망쳤다"는 등의 말을 해왔다.

A씨는 2005년 6월 25일 아침 대대장 관사로 전화하여 직접 면담요청을 했다. 이어 이틀 후인 6월 27일 국군병원 외진을 받은 결과 진료를 위해 청원휴가 사용을 권고받고, 다음날인 6월 28일 오후 부소대장, 중대장에게 청원휴가를 원하는 취지로 면담했으나,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대 소속 정보장교는오히려 그날 저녁 점호 전 A씨 소속 중대에 불시 보안점검을 하고, 당직사관에게 "중대원들이 비인가 책자와 CD를 소지하였다"는 지적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중대 당직사관이 오후 8시 45분쯤 중대원 전원을 집합시켜 단체 얼차려를 지시하고, 허리가 아픈 A씨로 하여금 이를 지켜보게 하거나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4회'를 하도록 지시했다. 당직사관은 또 5분 후인 8시 50분쯤 지적받은 중대원들에 대하여 별도 얼차려와 반성문 작성을 하게 하고, 오후 9시 5분쯤부터 내무실별로 내무검사를 한 후 준비가 소홀한 내무실 인원들에게 얼차려를 하게 한 다음, 10분 정리시간을 주고 2차 내무검사를 실시하고 재차 얼차려를 하게 했다.

다음날인 6월 29일 오전 5시 45분쯤 잠을 이루지 못하고 허리에 손을 얹고 내무실 통로에 있는 총기거치대 주변을 맴돈 A씨는 1시간 후인 오전 6시 45분쯤 압박붕대를 이용하여 목을 매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국방부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가 2017년 1월 'A씨의 사망이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순직으로 인정하자, A씨의 부모가 경남동부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등록 신청을 했으나, 경남동부보훈지청이 국가유공자유족 등록거부처분과 보훈보상대상자유족 등록거부처분을 내리자 소송을 냈다. 한편 이 사건으로 중대장 등 간부들은 군당국으로부터 견책 등 징계처분을 받았다.

김 판사는 보훈보상대상자 해당 여부와 관련, "A씨는 입대전에는 육체적 · 정신적 문제가 없었는데, 입대 이후 2004년 11월경부터 2005년 6월 29일 사망할 때까지 7월 가량 지속적인 육체적 고통에 시달려 왔고, 단체생활에서 열외 · 고립되어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한 상태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것이 원인이 되어 불면증, 우울감, 무기력을 겪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 군 복무로 인한 단체생활 자체만으로는 국가의 수호 ·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는 하나, 이는 대부분의 군인이 사병으로서 복무하는 동안 감내하여야 하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의 필수적인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점, 특히 A씨는 군생활로 인하여 신체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진료를 받거나 정서적 위로를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던 점, A씨는 군의관의 소견에 따라 절박한 심정에 중대장 등에게 청원휴가를 거듭 요청하였음에도 모두 거부된 상황에서 그 직후 대대 정보장교에 의해 A씨 소속 중대에 대한 검열이 이루어졌던바, A씨로서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보복조치라고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더 나아가 A씨와 동료 중대원에 대한 얼차려와 계속된 내무감사로 말미암아 A씨는 극도의 수치심과 동료에 대한 미안함, 자책감을 느꼈고, 이에 해소되지 않는 육체적 고통과 우울감 등 기저질환이 결합하여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행동으로 나가게 되었다고 보이는 점,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부상 ·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의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군인 등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는 신체적 고통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상이 심해져 있는 와중에 자신으로 인해 자신과 동료들이 얼차려를 받게 되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자 심적인 고통이 극단으로 치달아 자유의지가 배제된 상태에서 자해에 이르게 된 것으로서, A씨의 사망은 군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보훈보상대상자유족 등록거부처분 부분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A씨는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본인의 의사에 따라 군 복무 여부를 선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군복무 시기도 청소년에서 성년으로 이행하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정신적으로 아직 미성숙한 시기인데, 가족이나 친구와 격리되어 단체생활을 하고 엄격한 지휘계통과 규율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A씨가 경험해야 했던 앞서 본 일련의 상황들은 A씨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이고, A씨의 개인적인 나약함으로 치부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군복무 중 질병이 발생한 장병이 불면과 우울로 상당기간 고초를 겪고 있었던 상황 아래에서 지휘관이 제반 사정으로 청원휴가를 거부하였다면, 장병의 상태를 확인해보는 충분한 조치를 취함이 없이 오히려 A씨가 대대장에게 직접 전화하는 등 위계질서 · 보고계통을 무시한 것에 대한 집단적 군기잡기로 비춰지게 할 만한 내무검열과 반복적 얼차려로 나아간 것은 군당국의 조치가 미숙하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그러나 국가유공자 해당 여부에 대해서는, "(A씨가 자살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이 있었다고 볼 요소들이 나타나지 않는 점, A씨가 육체적 고통이 있기는 하였으나, 이는 통상적으로 불면증과 우울증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점, A씨가 자살을 시도하게 된 원인이 다소 정신적으로 취약한 체질적 소인을 가지고 있었고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상당 부분 경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의 사망이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가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되어 A씨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거부처분 부분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