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다른 노조와 교섭 중 단협 먼저 체결한 노조원만 격려금 지급…부당노동행위"
[노동] "다른 노조와 교섭 중 단협 먼저 체결한 노조원만 격려금 지급…부당노동행위"
  • 기사출고 2019.05.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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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대신증권에 패소 판결

회사가 단체교섭 중이던 여러 노동조합 중 먼저 단체협약이 체결된 노조의 조합원에게만 격려금을 지급했다면 부당노동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4월 25일 대신증권이 "격려금 지급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두33510)에서 대신증권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가 피고보조참가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를 대리했으며,  대신증권은 1, 3심은 김앤장, 항소심은 법무법인 세종이 대리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금융직과 사무직 종사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산별 노조로, 대신증권의 근로자 51명이 2014년 1월 25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에 가입했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이틀 후인 27일 대신증권에 지부 설립을 통보하며 단체교섭을 요청했다. 한편 대신증권의 다른 근로자 46명은 1월 29일 기업별 노조인 대신증권 노조를 설립하고 나흘 후인 2월 2일 대신증권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이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대신증권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협의를 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이에 대신증권 노조가 대신증권에 개별 교섭을 요구, 대신증권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대신증권 노조에 개별 교섭을 진행할 것을 각각 통보했다.

대신증권 노조는 2014년 3월 27일부터 12월 2일까지 단체교섭을 진행, 12월 3일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하면서 단체협약 체결일을 기준으로 조합원에게 '무쟁의 타결 격려금' 150만원과 '경영목표 달성과 성과향상을 위한 격려금' 15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잠정)합의서'를 작성했다. 이어 대신증권 노조의 인터넷 까페에 '2014년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 주요 내용 안내'라는 제목 하에 조합원에게 격려금 300만원을 지급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과 '단협 잠정 합의에 따른 조합원 실무(가입/조합비/격려금 등) 안내'라는 제목 하에 '12/17까지 가입한 조합원에게 격려금 지급'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글을 게시했다. 대신증권은 12월 17일 대신증권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대신증권 노조로부터 받은 조합원 명단 등을 기준으로 대신증권 노조의 조합원을 242명으로 확정하여 2014년 12월 말경 약 7억원의 격려금을 지급했다.

이에 아직 회사와 단체교섭이 진행 중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가 격려금 지급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원고 회사가 개별 교섭을 진행하며 대신증권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이상의 수준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협약 체결을 거부하는 행위는 단체교섭 거부 · 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고, 서울지노위는 격려금 지급 행위가 단체교섭이 진행 중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의 단결권과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하되 나머지 구제신청은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증권이 부당노동행위 인정 부분에 대해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도 격려금 지급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보아 대신증권의 청구를 기각, 대신증권이 상고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대신증권은 2014년 5월 28일부터 그해 11월 26일까지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진전이 없어 11월 26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가 결정권자가 나와서 교섭할 수 있도록 대표교섭 전환을 촉구하면서 단체교섭 장소에서 퇴장하였고, 다음날 다시 대신증권 대표이사가 참여하는 대표교섭을 요구하였으나, 회사 측은 12월 8일 기존에 작성된 합의서의 내용대로 단체교섭을 진행할 것임을 통보, 노조 측에서 교섭결렬을 통보했으며 변론종결일 현재 단협을 체결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먼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9조의2 1항 단서에 따라 개별 교섭 절차가 진행되던 중에 사용자가 특정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에 따라 해당 노조의 조합원에게만 금품을 지급한 경우, 사용자의 이러한 금품 지급 행위가 다른 노조의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에 따른 것이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이 경우 사용자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금품을 지급하게 된 배경과 명목, 금품 지급에 부가된 조건, 지급된 금품의 액수, 금품 지급의 시기나 방법, 다른 노조와의 교섭 경위와 내용, 다른 노조의 조직이나 운영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다만 지배 · 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반드시 근로자의 단결권의 침해라는 결과의 발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을 인용, "원고 회사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대신증권 노조와의 개별 교섭 과정에서 대신증권 노조의 조합원들에게만 '무쟁의 타결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한 행위는 여전히 개별 교섭 중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쟁의행위 여부 결정 등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의사결정을 원고 회사가 의도한 대로 변경시키려 한 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원고 회사는 2015. 12. 3. 대신증권 노조와 단체협약을 잠정적으로 합의하면서 '무쟁의 타결 격려금' 150만원과 '경영목표 달성과 성과향상을 위한 격려금' 150만원을 단체협약 체결일 현재 조합원에 한하여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단체협약을 같은달 17. 체결하기로 하여 14일의 기간 동안 대신증권 노조가 격려금 지급을 조합원 가입 유치의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과 그로 인하여 원고 회사가 지급해야 할 격려금이 증가될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실제로 대신증권 노조는 잠정합의 내용을 조합원 가입 유치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였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회사는 대신증권 노조로부터 복리후생에 대한 사항을 양보받는 것에 대한 대가로 격려금을 지급하는 것을 넘어 대신증권 노조가 격려금 지급 사실을 조합원 가입 유치 수단으로 홍보하게 함으로써 개별 교섭 중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의 단체교섭에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따라서 대신증권이 대신증권 노조의 조합원들에게만 격려금을 지급한 행위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의 단체교섭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로 행하여진 것으로 노동조합법 81조 4호에서 정한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의 조합원 8명은 대신증권과 대신증권 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날과 당일에 노조를 탈퇴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