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20년 간병한 뇌병변 아버지와 함께 죽으려다가 혼자 살아난 아들 징역 7년
[형사] 20년 간병한 뇌병변 아버지와 함께 죽으려다가 혼자 살아난 아들 징역 7년
  • 기사출고 2019.05.0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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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배심원 7명 만장일치 유죄 평결

자신이 20년간 간병한 아버지(사망 당시 75세)와 함께 죽으려다가 혼자 살아남은 아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이창경 부장판사)는 4월 29일 존속살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아들 A(41)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2018고합426 등)에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1998년경 아버지의 지병을 이유로 군대를 의가사 제대하게 된 이후 아버지를 모시고 생활하다가 2004년경 아내와 혼인했다. 그 후 A씨는 2005년 10월 뇌병변 4급 장애인으로 등록된 아버지를 부양하며 생활하던 중, 2007년경부터 충남 태안군에 있는 영목항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했으나, 2008년경 도박을 하면서 지게 된 빚을 갚기 위해 아버지 명의의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수협으로부터 7000만원을 대출받아 같은 금액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11년경부터 2013년경까지 활어운반사업을 하면서 수천만원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고, 이와 같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아버지를 부양하는 문제와 사업실패로 인한 채무의 증가 등을 이유로 아내와의 사이가 급격히 악화되어 2014년경 결국 아내와 이혼했다. 또 사업실패 등을 이유로 제2금융권 채무, 사인으로부터 부담하게 된 차용금 채무 등을 포함하여 약 1억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되자 자신이 횟집 종업원으로 근무하면서 벌어들인 수익을 채무에 대한 이자 변제를 위해 모두 소비하는 등 급격히 재정 상태가 악화되었다.

A씨는 2018년 7월경 충남 태안군에서 "카드를 빌려주면 600만원을 주겠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자신 명의의 체크카드를 넘겨준 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었다. 가족관계가 파탄난 점과 급격히 불어난 채무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점, 4급 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더 이상 부양할 능력이 없게 된 점, 범죄를 저질러 수사기관의 추적을 받게 된 점에 대해 자신의 삶을 비관한 A씨는, 8월 18일 0시 48분쯤 "어디 갈 곳이 있다, 동생들이 기다린다"며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버지를 깨워 K5 승용차의 보조석에 태운 후 오전 1시 8분쯤 이 승용차를 운전하여 영목항 물량장으로 몰고 갔다. 아버지가 "너 어디 가냐"라고 말하자 "아버지 죄송해요"라고 말하고 승용차를 바다에 고의로 추락시켜 아버지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전날 저녁 8시쯤 식당에서 전처와 함께 식사를 했으며, 그후 소주 2병을 사서 밤 11시 46분쯤까지 술을 마셔 차를 운전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59%의 술에 취한 상태였다. A씨는 또 아버지를 차에 태우기 전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돈도 없고 힘들어 1년 넘게 고민하였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 아무 죄 없는 아버지는 내가 모셔간다. 이제 잘 걷지도 못하니 ■■야 뒷정리 빨리 끝내고 나는 바다에 뿌려줘라」는 취지의 유서를 동생들과 전처에게 발송했다. A씨의 아버지는 사고 직후 출동한 경찰에 구조됐으나 병원 이송 과정에서 결국 숨을 거뒀다. A씨는 범행 후 스스로 탈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을 낳고 길러 준 친부를 살해한 행위는 우리 사회의 근본가치 중의 하나인 인륜을 저버리는 것으로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고, 사회적 비난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지적하고, "당시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피고인 없이 혼자서는 생존이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할 정도라거나, 피고인 등이 도저히 부양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까지 악화된 상태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극단적인 선택에 공감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 피고인은 수십년 동안 뇌병변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친부인 피해자를 장남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으로 젊은 시절을 다 바쳐 성심성의껏 봉양해 왔던 것으로 보이고, 그러던 중 과도한 채무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접근매체 양도로 인해 수사까지 받게 되자 자신의 삶을 비관하던 끝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살하기로 마음먹은 다음, 홀로 남게 될 부친이 동생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무거운 짐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부친과 함께 생을 마감하기 위하여 존속살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양형의견은 징역 7년이 3명, 징역 8년이 4명이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