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계약서 서명때 별도 위임장 있어야 중재합의 주장 가능"
[Special Report] "계약서 서명때 별도 위임장 있어야 중재합의 주장 가능"
  • 기사출고 2019.05.09 13: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달라지는 중동 분쟁해결 절차 주의해야"

"중동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관련된 분쟁이 늘어나고 있어요. 특히 주목할 점은 전에는 한국 기업들이 주로 당하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한국 기업들이 먼저 중재나 소송을 제기하는 공세적인 면이 없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경험이 많이 쌓였으니까요."(Naief Yahia 이집트 변호사)

이번에 한국팀과 함께 한국을 찾은 스나이더(Thomas Snider), 야히아(Naief Yahia), 알카타니(Saeed Alqahtani) 등 3명의 알타미미 변호사는 모두 분쟁해결 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알타미미가 한국 기업의 분쟁해결에 이번 방한의 초점을 맞추었다. 한국팀 관계자는 카타르 도하 메트로 프로젝트 계약해지와 관련한 삼성물산의 국제중재 수행 등 알타미미에서 현재 핸들링하고 있는 한국 관련 분쟁이 줄잡아 스무 건이 넘는다고 했다.

◇중동 로펌 알타미미가 4월 24일 코엑스에서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열어 중동지역에서의 분쟁해결 제도 최신 동향 등에 대해 소개했다.
◇중동 로펌 알타미미가 4월 24일 코엑스에서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열어 중동지역에서의 분쟁해결 제도 최신 동향 등에 대해 소개했다.

스무 건 넘게 분쟁 사건 수행

알타미미에서 중동지역 내 로컬 소송 등을 관장하는 야히아 변호사는 "중동도 그렇지만, 런던 중재 등도 한국 회사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사례를 많이 접할 수 있다"며 "그만큼 한국 기업들이 분쟁해결 시스템이나 중재 또는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과정 등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중재 등을 제기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의 기업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흘간 연속해서 진행된 세미나에서도 분쟁 관련 이슈가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다. 알타미미 중재팀장인 스나이더 미국변호사가 발표한 주제는 "Emerging trends in international arbitration in the Middle East". 그는 중동 9개국의 뉴욕협약 등 국제중재 협약 가입 현황과 UNCITRAL 모델법의 수용, 작년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UAE 중재법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UAE의 DIAC, DIFC-LCIA 등 중동지역의 주요 지역 중재기관과 절차, 중재판정의 집행문제 등에 대해서도 각 기관을 비교해가며 설명했다.

◇Saeed Alqahtani 사우디아라비아 변호사
◇Saeed Alqahtani 사우디아라비아 변호사

이어 야히아 변호사와 알카타니 사우디 변호사가 차례로 "Key issues in dispute resolution in Saudi Arabia and the UAE"를 주제로 발표, 분쟁이 많은 사우디와 분쟁해결 장소로 선호되는 UAE의 사례를 각론으로 소개했다.

상대방 당사자 확인도 중요

이번 세미나에서 알타미미의 변호사들이 가장 역점을 두어 주의를 당부한 것은 중재조항이 포함된 계약서에 서명하는 서명인의 적법한 중재합의 권한 수임과 나중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궁극적으로 피해배상 등을 받을 수 있는 상대방 당사자 확인의 문제였다.

스나이더 변호사는 "중재합의가 합의대로 인정되려면 계약 체결 당시 서명권자가 '중재합의'에 대한 특정권한을 위임받았는지가 적법한 위임장을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며 "기존의 위임장 등이 중재합의에 대한 권한을 명시적으로 특정하여 포함하지 않고 있는 경우, 상대방이 중재합의를 무시하고 현지 법원에 소를 제기했을 때 계약서 내의 중재합의 조항을 근거로 소 취하를 요구하고 중재를 통한 분쟁해결을 주장하는 것이 힘들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LLC의 General Manager의 경우는 괜찮지만 한국 기업의 Branch Manager가 별도의 위임을 받지 않고 중재조항이 포함된 계약서에 서명했으나 분쟁이 일자 현지의 상대방이 중재합의를 무시하고 로컬 법원에 제소한 사건에서 한국 기업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대응이 쉽지 않다고 세미나에 함께 참석한 하지원 미국변호사가 부연해 설명했다.

Branch Manager, 별도 위임장 있어야

◇Thomas Snider 미국변호사
◇Thomas Snider 미국변호사

하 변호사는 또 "한국 기업에선 현지 법원에서의 소송을 통한 해결보다 중재합의를 관철하기 위해 커머셜한 내용에서 다른 부분을 양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상대방 측에선 어차피 중재는 못갈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우리 측의 양보가 의미 없는 협상, 합의가 될 수 있다"며 "유효한 중재합의가 그만큼 중요하고,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중재합의 권한의 별도 위임 여부를 꼭 체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엔 상대방 당사자의 확인 문제. 야히아 변호사는 "두바이에서는 발주처가 직접 계약을 하지 않고, 시행사 등에 넘기고, 시행사도 실제 자산이 없는 회사가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며 "이러한 경우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나중에 분쟁이 발생해 중재 등을 제기해 승소하더라도 실제로 상대방으로부터 받아낼 돈이 없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중동에서의 사업과 관련한 분쟁해결 방안으로 중재를 선호하고, 분쟁해결기관으론 지금까지는 런던 중재가 가장 우세했으나, 얼마 전부터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중재기관의 선택은 계약 당사자의 협상력에 달려 있는 문제로, 개개의 계약마다 옵션이 다르다고 할 수 있으나, 중동내의 중재기관을 택하는 경우가 아직까지는 그 수가 많지 않다는 전언. 실제로 SIAC 집계 결과, 지난해 SIAC을 이용한 외국 당사자 중 UAE 당사자가 7위, 한국 당사자가 8위를 차지할 정도로 SIAC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알타미미 중재팀도 베이스는 두바이에 두고 있으나 SIAC 중재에 대비해 싱가포르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SIAC 중재 인기

이번 세미나에선 지난해 6월 시행된 UAE 중재법도 주목을 받았다. UNCITRAL 모델법을 상당부분 받아들이고 UAE 중재절차를 최근의 국제기준에 맞춘 게 특징으로, 그동안 적용되어 온 UAE 민사절차법상의 중재규정을 대체한 것이다.

◇Naief Yahia 이집트 변호사
◇Naief Yahia 이집트 변호사

스나이더에 따르면, 중재판정부가 임시적인 보전처분을 할 수 있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었으며, 절차적인 효율성과 신속성을 강화했다. 예컨대 중재판정에 대해서는 법원에 15일내에 불복해야 하고, 법원은 30일 내에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앞에서 강조한 것처럼 중재합의에 대해 적법한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명시되었다. 또 중재판정 서명시 중재인이 반드시 UAE에 체류할 것이 요구되지는 않으나, 독립적 재판관할이 인정되는 경제자유구역인 DIFC, ADGM엔 UAE 중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스나이더는 또 "국제중재 분야의 최신 이슈 중 하나인 제3자 자금제공(Third Party Funding)에 대해서도 중동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며 "최근에 DIFC 내에 제3자 자금제공 전문회사들이 설립되기 시작하는 등 조만간 많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야히아 변호사는 "회사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분쟁해결방법을 큰 틀에서는 중재로 해결한다고 정해 놓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케이스마다 또 프로젝트마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다르고, 특히 중동에서는 현지 법원에서 중재판정을 집행하는 절차나 기간이 다르고, 상대방 회사의 자산을 찾아 집행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나아가 프로젝트 진행 중에도 분쟁화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사 · 노동 전문 법원 생겨

리야드에 상주하는 알카타니 변호사는 "사우디도 한국 기업의 분쟁이 많은 곳 중 하나이고, 지난해부터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고, "상사분쟁이나 노동문제만 다루는 법원이 생기는 등 분쟁해결기관이 세분화되면서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예전에는 온라인으로 재판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방안 등은 생각할 수도 없었는데, 그런 부분도 많이 개선되는 등 법원의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우디에서는 샤리아 원칙에 따라 이자를 부과하거나 받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고, 계약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더라도 실제 입은 손해(actual loss)를 증명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원칙에 반하는 외국 판결의 경우 실제 집행까지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 알카타니 변호사는 "특히 사우디의 경우 판결의 상호집행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국가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최근 사우디상사중재센터(SCCA)를 설립하는 등 외국 기업을 위한 분쟁해결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고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