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석 헌법재판관 퇴임사
서기석 헌법재판관 퇴임사
  • 기사출고 2019.04.1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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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잡히고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재판으로 사랑과 신뢰받았으면"

오늘 이 귀한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참석해 주신 존경하고 사랑하는 소장님, 재판관님들, 연구관님들, 사무처장님을 비롯한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그리고 저의 소중한 가족, 친구, 친지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서기석 헌재 재판관이 퇴임사를 하고 있다.
◇서기석 헌재 재판관이 퇴임사를 하고 있다.

저는 지금, 재판관으로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인사를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가 지난 6년간 온 힘을 다해 일했던 이곳, 제가 지난 6년간 온 힘을 다해 사랑했던 이곳과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들을 막상 떠나려고 하니 가슴 한 곁이 먹먹해져 옴을 느낍니다.

저는 6년 전 헌법재판관으로 취임을 하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양한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화합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하고 다짐하였습니다.

지난 6년간 우리 사회는 극심한 정치적 ·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겪었고, 이것이 정제되거나 해결되지 못한 채 헌법재판소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저는 어느 정파나 이해집단이든 그 주장이 항상 옳고 정의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정치적 · 이념적으로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열린 시각으로,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시대, 우리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정의에 부합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냄으로써,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화합을 이룩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우리 재판소가 수행해야 할 역사적 소명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소명을 수행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고심하였습니다만, 제가 이룬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동료 재판관님들의 업적에 편승만 한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

저는 부족한 식견으로 인하여 어려운 사건을 만날 때마다 결심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동료 재판관님들께서 가르쳐주시고 기다려주시고 믿어주셨습니다. 연구관 여러분들은 저의 부족한 지혜와 법률지식을 보완해 주셨고, 우리 직원 여러분들, 특히 제 비서실 직원들은 제가 아무런 불편함이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셨습니다. 이렇듯 훌륭하신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큰 기쁨이자 행운이었습니다. 제가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하면서 조금이라도 이룬 것이 있다면 모두 여러분들의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저는 자랑스러운 헌법재판소의 역사에 벽돌 한 장이라도 쌓겠는다는 마음으로 업무에 매진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위를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저의 소중한 가족들과 친구 · 친지들에게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친구로서, 후배로서, 선배로서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감사하다", "사랑한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앞으로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위를 돌아보며 봉사하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살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연구부장으로 2년 6개월, 재판관으로 6년, 8년 6개월의 헌법재판소 생활을 마치고 이제 여러분들의 곁을 떠나려고 합니다. 돌이켜 보면 재판관으로서 지난 6년의 시간은 저로서는 영광되고 보람된 나날이기도 하였지만 참으로 힘든 나날이기도 하였습니다. 왜 이렇게 임기는 길어서 이 고생을 하는지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어느새 여러분들을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있었던 소중한 추억들, 여러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잊지 않고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선배님들의 찬란한 전통을 이어받아 균형 잡히고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재판을 함으로써, 우리 헌법재판소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언제 어디서든 제가 사랑했던 헌법재판소와 여러분들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끝으로 38년 전 법관으로 시작한 공직생활을 헌법재판관이라는 영예로운 자리에서 마무리하게 허락해 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저를 성원해 주신 많은 분들과 바쁘신 가운데서도 귀중한 시간을 내시어 저의 퇴임식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2019. 4. 18.

헌법재판소 재판관 서 기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