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잘못 입고된 '유령 주식' 판 삼성증권 직원들 자본시장법 위반 · 배임 유죄
[형사] 잘못 입고된 '유령 주식' 판 삼성증권 직원들 자본시장법 위반 · 배임 유죄
  • 기사출고 2019.04.1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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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법] "금융업 종사자 직업윤리 배반"…실형은 면해

우리사주 1주당 1000원의 현금 배당 대신 1주당 1000주씩 잘못 입고된 '유령 주식'을 팔아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삼성증권 전 · 현직 직원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인정된 죄명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배임. 그러나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이주영 판사는 4월 1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삼성증권 과장 구 모(38)씨와 최 모(35)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2018고단3255).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주임 이 모(29)씨와 전 팀장 지 모씨(46)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 정 모(30)씨 등 4명에게는 벌금 1000만∼2000만원이 선고됐다.

구씨 등은 2018년 4월 6일 오전 자신들 명의 계좌로 삼성증권 주식이 전산상 잘못 입력되자, 우리사주 배당금 입금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전산처리 과실로 인하여 배당금 대신에 동일한 수량의 우리사주가 전산상 잘못 입력된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서도 시장가 또는 저가로 매도 주문을 내 거래가 체결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삼성증권에서는 이날 오전 9시 31분쯤 구씨 등을 포함한 직원들이 보유한 우리사주 2,812,956주에 대한 배당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과실로 우리사주 1주당 1000원의 현금 배당 대신 1주당 1000주의 삼성증권 주식을 입고하는 내용의 전산처리가 이루어져 총 2018명의 우리사주 조합원의 계좌에 삼성증권 주식 2,812,956,000주가 전산상 입력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씨의 경우 이날 오전 9시 31분쯤 이 사고로 인하여 자신 명의 삼성증권 계좌에 삼성증권 주식 147만 9000주가 전산상 입력되자, 16분 후인 오전 9시 47분 59초쯤 휴대전화의 삼성증권 애플리케이션인 mPOP을 이용하여 입력된 주식 147만 9000주 전체에 대하여 매도 주문을 제출하였고, '※ 거액주문(30억원 초과)입니다. 주문 처리하시겠습니까?'라는 확인 팝업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한 후, 주문 단가를 3만 8000원으로 하여 매도액이 30억원 이하가 되도록 7만 6315주에 대한 매도 주문을 제출하여 체결시킨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오전 10시 4분 35초쯤까지 14회에 걸쳐 저가 내지 시장가로 삼성증권 주식 111만 8977주, 합계 41,451,886,550원에 대한 매도 주문을 제출하여 체결시킨 혐의다. 최씨는 이날 오전 9시 54분 25초쯤 mPOP을 이용하여 잘못 입력된 주식 144만 5000주 전체에 대하여 주문 단가를 당시 시가보다 200원 낮은 3만 7500원에 매도 주문을 제출하였으나 그중 7604주, 285,346,650원 상당만이 체결되고, 최씨의 대량 매도 주문으로 인한 VI(변동성완화장치)가 즉시 발동된 것을 확인하자, 2분 후인 9시 56분 32초쯤 매도 단가를 당시 시가보다 1000원 낮은 3만 5400원으로 하여 나머지 미체결 주식 143만 7396주, 50,883,818,400원 상당에 대한 정정 주문을 제출하여 체결시킴으로써 2회에 걸쳐 잘못 입력된 삼성증권 주식 144만 5000주 전체, 합계 51,169,165,050원에 대한 매도 주문을 제출하여 체결시킨 혐의다.

정씨도 비슷한 방법으로 이날 잘못 입력된 주식 78만 4000주를 모두 매도했으며, 이씨는 입력된 주식 74만 6000주 중 63만 1주를, 지씨는 211만 6000주 중 56만 5000주를 매도했다. 다른 피고인들도 각각 1만∼2만주를 판 것으로 조사됐다. 구씨와 최씨, 지씨, 이씨, 정씨 등 5명은 이 사건으로 회사에서 해고되었으며, 나머지 피고인들도 징계를 받았다.

구씨 등은 재판에서 "우리들이 한 행위는 '오입력된 가상의 주식'을 매도하겠다는 주문을 낸 것에 불과한데, '오입력된 가상의 주식'은 결코 실제 주식이라고 볼 수 없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3조 1, 2항에서 정한 금융투자상품의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결국 이에 대한 매도 주문을 하였더라도 이는 자본시장법 178조가 정한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와 관련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 178조 1항 1호는 "누구든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증권의 경우 모집 · 사모 · 매출을 포함한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443조 1항 8호는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판사는 그러나 "현행 주식거래시스템에서 고객이 증권사에 대하여 매도 주문을 제출한다는 것은 특정한 주식을 매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정 수량의 주식을 매도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하고, 주문이 체결되면 그 때 결제 의무가 생기며, 주문 체결 이틀 후에 체결수량에 대한 결제이행이 이루어짐으로써 거래가 완결되는 것이므로, 주식을 실제로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만 그에 대해 유효한 매도 주문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물론 무차입공매도가 허용되지 않는 피고인들이 실제 소유하고 있지 않은 삼성증권 주식에 대한 매도 주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전제로서 전산시스템에 이미 소유 주식의 수량과 관련하여 사실과 다른 허위의 정보가 입력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는 하나,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들이 각 본인들 명의의 주식거래계좌에서 하였던 매도 주문은 금융투자상품인 '삼성증권 주식'을 매도하겠다는 것으로서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와 관련된 행위임이 분명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씨 등은 또 "본인 명의의 계좌에 입력된 주식에 관하여 단순히 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만으로는 자본시장법에서 말하는 '부정한 수단이나 위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당시 본인들의 계좌에 입력된 주식 수량이 실제로 존재할 리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주식거래시스템 상 그에 대한 매도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시장가 내지 그보다 저가로 대량의 매도 주문을 시장에 내어 놓는 행위를 하였고, 특히나 당시 삼성증권 직원들에게 오입력된 증권의 규모는 총 28억 1000주로 위 회사의 실제 발행주식 8930만주의 31배에 달하고, 그 금액은 112조로서 위 회사 시가총액 3조의 37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었는바, 피고인들은 자신들에게 입력된 대량의 주식에 대하여 매도 주문을 낼 경우 주식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임을 마땅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허용된 무차입공매도를 제외한다면 실제로 확보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것 자체가 법령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인 점, 피고인들의 대량 주문 자체가 실제 시장의 수급에 현저한 영향을 미쳐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하도록 하였고, 이로 인한 잘못된 판단으로 주식을 추격 매도한 일반 투자자들도 있었던 점(물론 그 한편으로는 그 기회에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낮은 금액에 주식을 매수한 자도 있었다), 이는 주식시장 참가자들 사이의 공정한 경쟁을 해한 것이고,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전가된 것인 점 등을 모두 감안하면, 결국 피고인들의 행위는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부정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다만, "피고인들의 행위 자체는 주식 매도 주문에 불과하여, 이것 자체가 불특정 투자자에게 일정한 행위를 유인할 목적이 있다고까지는 보기 어렵고 부정한 수단을 넘는 추가적 기망으로서 위에서 본 자본시장법상 위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공소사실 중 위계 사용 부분에 대하여는 일응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배임 혐의와 관련해서도, 구씨 등은 "회사 직원의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는 기본적으로 그 직원의 본래 업무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써 일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로 한정되어야 하며, 비록 피고인들에게 본건 배당사고를 수습할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들 자신의 사무일 뿐 삼성증권의 재산 보호를 본질로 하는 타인의 사무로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이와 관련, "삼성증권은 이 사건 주식 오입력 사고의 당사자로서 마땅히 이를 수습할 책임이 있었고, 이는 회사 고유의 위기관리업무에 해당하며, 피고인들은 삼성증권과 고용계약을 맺은 직원들로서 기본적 신임관계 하에서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나아가 이 사건 자사 주식 배당사고로 주식이 잘못 입력된 계좌의 명의인들이기도 하다"고 지적하고, "더구나 피고인들은 삼성증권의 직원으로서 내부 윤리, 준법서약서에 의하여 관련법규에서 정하는 방법 이외의 어떠한 유가증권 거래행위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였고, 사고처리지침 등에 의하여 회사와 관련된 사고를 인지한 때에는 부서장에게 그 사실을 보고하고, 그 지시에 따를 기본적인 의무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증권에서는 당일 오전 9:30경 이 사건 주식 오입력사고가 발생한 직후 일부 직원들의 보고를 통해 사고를 인지하기 시작하였고, 9:40경부터는 전산직원과 영업점 직원들이 이용하는 대화창인 '보이스탑'을 통하여 '우리사주 입력이 오류이니 직원들은 주식을 매도하지 말라'는 공지를 시작하였던 점, 9:45경에는 각 9개 본부에 유선으로, 9:52경 Honors-Net 팝업 및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매도 금지 공지가 이루어졌으며, 이후 10:07경부터 입력주식 일괄 출고 시도 및 주문차단 조치가 이루어지고, 10:14경 착오 입력주식 일괄출고 작업이 모두 완료되어 총 40여 분만에 상황이 종료되었던 점, 이에 주식이 오입력된 우리사주 조합원 2,018명 대부분은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모두 사고 수습에 협조하였는데, 피고인들을 포함한 단 22명만이 보고도 하지 않고 임의로 매매에 나아갔던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피고인들에게는 고용계약뿐 아니라 신의성실의 원칙으로도, 자신들의 계좌에 주식이 오입력된 사실을 알게 된 즉시 부서장 등 상급자에게 즉시 그 사실을 보고하고, 회사측 처리 지침을 적극적으로 알아본 뒤 그에 따름으로써 회사의 손해를 최소화하고 재산을 보호할 임무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는 회사와 맺은 고용계약상 신임관계뿐 아니라 신의칙상으로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사고 수습 업무 협조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이라고 평가하기에 충분하고, 이 때 피고인들이 하였어야 할 사고 수습업무는 엄연히 오입력 사고를 발생시킨 삼성증권이 하여야 할 업무로서 타인의 사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그러나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매도 주문 자체는 그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당해 사무처리시스템상 계좌 명의인인 피고인들의 권한 범위 내 행위일 뿐이어서 권한이 없거나 권한을 넘은 명령이라고 보기 어렵고, 특히 현행 주식거래시스템에서 고객이 증권사에 대하여 매도 주문을 제출한다는 것은 특정 주식을 매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정 수량의 주식을 매도한다는 의미에 불과한 점, 주문이 체결되면 이후 결제 의무가 생기는 것에 불과하고 주문 체결 이틀 후 체결수량에 대한 결제이행이 이루어지면 거래가 완결되는 것이므로, 주식을 실제로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만 유효한 매도 주문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점, 물론 무차입공매도가 불가능한 피고인들이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의 매도 주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전제로서 주식거래시스템상 주식 수량과 관련하여 이미 사실과 다른 허위의 정보가 입력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는 하나, 이 부분 허위 정보 입력은 전적으로 삼성증권 측 과실로 벌어진 일이고, 피고인들이 그 부분에 간여하거나 가담한 것도 아닌 점 등의 사정을 모두 고려한다면, 결국 피고인들이 자기 명의의 주식거래계좌에 이미 매도 가능한 것으로 입력된 주식 수량에 대하여 단순히 매도 주문을 한 행위를 사무처리시스템상 권한 없는 부정한 명령 또는 허위의 명령을 입력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이것이 권한을 넘었다거나 허위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증거도 없다."고 판시, 무죄로 판단했다. 형법 347조의 2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 · 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 판사는 "이 사건은 그 규모가 크고, 주식거래시장에 준 충격도 작지 않으며, 특히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자로서 돈에 관하여는 더욱 철저하여야 할 금융업 종사자의 직업윤리, 도덕성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근본부터 배반한 사건인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어찌 되었건 이 사건의 발단은 회사 측 전산시스템의 허점과, 그로 인한 입력 실수에서 시작된 것인 점, 피고인들 모두 평범한 회사원들로서, 자신 명의의 계좌에 거액의 주식이 입력되자 순간 이성을 잃고 욕심에 눈이 멀어 합리적 판단력을 상실하고 충동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이 점에서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자본시장법 위반죄 등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 이 사건 발생 초기 약 30분 동안 회사 측에서는 업무용 포탈, 업무용 메신저, 팝 메신저 등으로만 다소 소극적인 매도 금지 공지를 하였는데, 사고를 인지한 즉시 일괄 사내방송이나 직원들에 대한 개별 문자메시지 등으로 더욱 적극적인 매도 금지 공지를 하고 즉각적인 주문 차단 조치를 하였다면 손해 규모가 상당히 축소되거나 거의 없었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 모두 행위 직후 바로 계좌 권한을 회사에 순순히 위임하였고, 사고 처리와 피해 축소에 적극 협조하였던 점, 이에 피고인들이 실제로 이득을 취득한 것은 전혀 없는 점, 피고인들 모두 금융위원회의 과징금은 물론 상응하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예정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실형 대신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