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제적등본 기재내용 함부로 뒤집을 수 없어"
[민사] "제적등본 기재내용 함부로 뒤집을 수 없어"
  • 기사출고 2019.04.1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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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실제 출생일 소급 인정 곤란"

제적등본 등 호적부의 기재 사항은 진실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추정을 받기 때문에 함부로 이 추정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석 모씨는 2007년 12월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우용리에 있는 임야 12,198㎡에 대해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이 임야의 임야대장에는 A○○가 1932년 2월 15일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나, 석씨가 보증인 3명으로부터 '이 임야는 석씨가 1990년 3월 다른 두 사람으로부터 매입관리하여 현재 사실상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증서를 받아 당시 시행중이던 구 임야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A씨 등 형제자매 3명이 "A○○는 1959년 사망한 우리들의 아버지"라며 임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 것이다. A씨들은 "석씨의 소유권보존등기는 허위의 보증서에 의해 마쳐진 등기로서 실제관계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원인무효의 등기"라며 석씨를 상대로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석씨는 "임야에 관하여 1932년 소유권을 이전받은 A○○은 원고들의 부친이 아닌 동명이인"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원고들이 우용리와 가까운 강원 횡성군 둔내면 두원리에서 출생하였고, 1938년부터 1983년까지 우용리에서 거주하였던 증인이 '우용리 일원에는 원고들의 부친만 있었을 뿐, 동명이인은 없었다'고 증언한 점에 비추어, 임야의 소유권을 취득한 A○○은 원고들의 부친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토지대장에는 A○○의 주소인 우용리에 있는 또 다른 토지에 관하여 1915년 12월 19일 A○○ 앞으로 사정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반면, 제적등본상 원고들의 아버지는 이 사정일 이후인 1920년 7월 20일 출생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실제 출생일로부터 수년이 지난 뒤 출생 신고가 이루어지는 일이 빈번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아버지가 1915. 12. 19. 이전에 이미 출생하였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월 31일 피고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8다240950).

대법원은 먼저 "원고들은 이 사건 임야의 소유명의자인 A○○의 상속인이라는 지위에서 피고 앞으로 행하여진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그 말소를 청구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원고들의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위 말소를 청구할 권원이 없는 것이어서 위 소유권보존등기가 효력이 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원고들의 청구는 인용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이 이 사건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호적부의 기재 사항은 진실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추정을 받고, 그 기재에 반하는 증거가 있거나 그 기재가 진실이 아니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라야 그 추정을 번복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원고들의 아버지가 1920. 7. 20. 출생하였다는 제적등본 내용을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 쉽게 뒤집을 수 없고, 달리 그 추정을 번복할 만한 사유가 주장 ·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의 아버지가 토지대장과 임야대장의 A○○과 동일인이라면, A○○의 주소인 우용리에 있는 또 다른 토지의 경우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를 사정받았다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우용리 임야의 경우 원고들의 아버지가 만 12세도 되지 않은 미성년자로서 이를 취득한 것이 되는데 이를 통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임야대장에 기재된 소유명의자 A○○의 주소는 우용리인데 원고들의 아버지 본적은 강원 횡성군 둔내면 두원리로서 출생장소는 경북 영양군 일월면 오리동이고, 사망한 장소는 본적지와 동일하며, 그의 전 호적은 두원리인 반면, 원고들이나 아버지가 우용리에 거주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기록에 나타나지 않고, 1심 증인은 임야의 소유명의자인 A○○이 생존하였다면 150살 정도 된다면서 그의 둘째 아들이 임야를 관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제적등본에 나타나는 원고들 아버지의 나이와 그 자식들 성명이 이 진술과 모두 다르다"며 "원고들의 아버지와 임야의 소유명의자인 A○○은 성명만 동일할 뿐 원심이 인정한 사정만으로는 그들을 동일인이라고 쉽사리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