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의결을 거쳐 학생에게 출석정지 등의 처분을 했더라도 학부모대표의 선출 등 학폭대책위 구성에 흠이 있다면 처분도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법 김형원 판사는 3월 13일 경남 고성에 있는 고교에 재학중인 A군이 "출석정지 5일 등의 처분을 취소하라"며 학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단12153)에서 이같이 판시, "출석정지 5일 등의 처분은 무효"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군은, 학교가 2017년 4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하여 'A군이 2017년 3월 23일 학교 앞 바닷가에서 다른 학생에게 폭행을 가하였다'는 안건을 심의 · 의결하고, A군에게 출석정지 5일과 특별교육이수 10시간, 보호자에 대한 특별교육 4시간을 명하는 처분을 내리자 학폭대책위 구성 당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학폭대책위의 의결은 무효이고 이에 따른 처분도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학교폭력예방법령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학폭대책위의 요청내용에 따르도록 정하면서 학폭대책위의 구성원과 구성절차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이유는, 청소년이 평화로운 교육환경에서 자신의 개성과 취향이 억압되지 않음과 동시에 상대방을 존중하며 자유롭게 교육을 받아 건강하고 행복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을 예방하되, 사회생활에서는 구성원 상호간의 다툼이 발생하는 일을 피할 수 없는데 청소년은 아직 법질서에 따른 분쟁해결에 익숙하지 않고 성장하는 교육과정에 있으므로 설령 법령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함에 있어서는 학교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절차와 내용으로 관련 학생들의 바람직한 성장에 기여하는 교육적 방향으로 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해석된다"고 전제하고, "이와 같은 법령의 입법취지에다가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가 해당 학생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학교폭력에 관한 조치요청권을 갖는 학폭대책위는 그 구성이 법령에서 정한 절차대로 이뤄져 학교구성원들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얻어야 하고, 학폭대책위가 이와 같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구성되지 않은 경우라든지 조치요청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결정의 정당성에 영향을 미치는 위법이 개입되어 있는 경우라면 학폭대책위의 요청과 그에 따른 학교장의 조치는 위법하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12조 1항 본문은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학교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고, 13조 1항은 "학폭대책위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하여 5인 이상 1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체위원의 과반수를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된 학부모대표로 위촉하여야 한다. 다만, 학부모전체회의에서 학부모대표를 선출하기 곤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학급별 대표로 구성된 학부모대표회의에서 선출된 학부모대표로 위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학교폭력예방법 14조 1항 3호는 이와 같이 선출된 학부모대표를 학폭대책위의 위원으로 임명하거나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판사는 "피고 측에서는 학부모회의 개최에 관한 어떠한 자료도 보관하고 있지 않고 있고, 2017년 학부모회의가 개최됨에 있어서, 학교 학부모들은 메신저를 통해 자체적으로 음식점에 모여서 학생들이 입을 연주복 등의 선정과 관련하여 협의하였을 뿐이고, 피고 측의 공식적인 개최안내, 회의안건, 학폭대책위 위원 선출과 관련하여서는 아무런 안내도 받지 못한 채 일부 학부모들이 참석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학부모회의의 학부모위원이나 학폭대책위의 학부모위원은 희망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추대되는 형식을 취하여 의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이미 학폭대책위가 심의할 대상이 발생해 있었음에도) 학부모회의 사전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학부모들이 민주적 의사를 개진 · 숙의할 기회가 없었던 이와 같은 학부모회의에서 선출된 학부모위원은 법령에서 예정하고 있는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적법하게 선출된 학부모대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행정처분의 당연무효를 구하는 소송에 있어서는 무효를 구하는 사람에게 행정처분에 존재하는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것을 주장, 입증할 책임이 있으므로 보건대(99두1185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절차에 따른 학폭대책위의 구성은 학교폭력예방법령을 위반한 하자가 중대하다고 할 것이고, 학폭대책위의 학부모위원이 학부모 전체의 의사에 의하여 선출된 것으로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하자가 명백하다고 보인다"고 지적하고, "학폭대책위의 학부모위원 선정, 즉 의결주체 선정절차가 무효인 이상, 학폭대책위의 적법한 의결이었음을 전제로 이루어진 출석정지 5일 등의 처분 또한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