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낙태죄 헌법불합치…내년말까지 허용시기 · 사유 정해야"
[헌법] "낙태죄 헌법불합치…내년말까지 허용시기 · 사유 정해야"
  • 기사출고 2019.04.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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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임신한 여성의 자기졀정권 침해"
재판관 4명 불합치, 3명 위헌, 2명 합헌 의견

낙태죄가 형법전에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4월 11일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낙태죄를 처벌하는 형법 270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2017헌바127)을 내리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명했다. 이때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두 조항은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잃게 된다. 재판관 9명 중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재판관 등 4명이 이와 같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으며,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은 단순위헌 의견을 냈다. 또 조용호, 이종석 재판관은 합헌의견을 냈다. 단순위헌 의견이 3인이고,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헌법불합치 의견이 4인이므로, 단순위헌 의견에 헌법불합치 의견을 합산하면 법률의 위헌결정을 함에 필요한 심판정족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

헌재는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각각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며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 결정을 하는 대신 각각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 마련된 낙태죄가 입법 66년 만에 폐지되게 되었으며, 낙태가 허용되는 시기와 허용 사유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입법 단계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가 4월 11일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에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려 낙태죄가 형법전에 도입된 지 66년만에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4월 11일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에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려 낙태죄가 형법전에 도입된 지 66년만에 사라지게 됐다.

헌재는 이와 관련, "입법자는 낙태 처벌 조항들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기 위해 낙태의 형사처벌에 대한 규율을 형성함에 있어서,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하고 결정가능기간의 종기를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결정가능기간 중 일정한 시기까지는 사회적 · 경제적 사유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지 않을 것인지 여부까지를 포함하여 결정가능기간과 사회적 · 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과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헌법재판소가 설시한 한계 내에서 입법재량을 가진다"고 밝혔다. 결정가능기간이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부가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착상시부터의 기간으로, 헌법불합치 의견은 "결정가능기간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임신 22주가 낙태 허용 최대 기간으로, 이 시기를 지나면 낙태를 허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임신 22주 내에서 낙태 허용

헌재는 또 "모자보건법상의 정당화 사유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 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갈등 상황이 전혀 포섭되지 않는다"며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결정가능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 경제적 사유를 이유로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전면적 · 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하여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법익균형성의 원칙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갈파했다. 헌재는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에 대한 우려,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불안정한 경우, ▲자녀가 이미 있어서 더 이상의 자녀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 ▲부부가 모두 소득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느 일방이 양육을 위하여 휴직하기 어려운 경우, ▲상대 남성과 교제를 지속할 생각이 없거나 결혼 계획이 없는 경우, ▲상대 남성이 출산을 반대하고 낙태를 종용하거나 명시적으로 육아에 대한 책임을 거부하는 경우, ▲다른 여성과 혼인 중인 상대 남성과의 사이에 아이를 임신한 경우, ▲혼인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 배우자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게 된 경우, ▲아이를 임신한 후 상대 남성과 헤어진 경우, ▲결혼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등을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낙태갈등 상황으로 예시했다. 모자보건법은 14조에서 의사가 임부와 배우자 또는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한계로,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들고, 모자보건법 시행령 15조는 법 14조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 ·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 출산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이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하여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법익균형성의 원칙도 위반,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에 앞서 2012년 8월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의 의견으로,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고, 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270조 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이나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하였으나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선례를 변경했다.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른바 '임신 제1삼분기(first trimester, 대략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무렵까지)'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합헌의견을 낸 조용호, 이종석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의 일부라고 하더라도 임신한 여성에게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소멸시킬 권리, 즉 낙태할 권리가 자기결정권의 내용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며 "형벌로써 낙태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낙태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만일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할 경우 현재보다 낙태가 증가하여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생명권은 그 특성상 일부 제한을 상정할 수 없고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하며, 낙태된 태아는 생명이 될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된다"며 "자기낙태죄 조항은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면서 불가피한 경우에만 모자보건법을 통하여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비하여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보다 중시한 입법자의 위와 같은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두 재판관은 "다수의견이 설시한 '사회적 · 경제적 사유'는 그 개념과 범위가 매우 모호하고 그 사유의 충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려우며, 사회적 · 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의 허용은 결국 임신한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를 허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여 일반적인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 · 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낙태죄에 대해서도 "법정형의 상한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되어 있어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작량감경이나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아도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길이 열려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지적하고, "낙태는 대부분 낙태에 관한 지식이 있는 의료업무종사자를 통해 이루어지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 또한 크므로, 입법자가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동의낙태죄(269조 2항)와 달리 벌금형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합헌 의견을 냈다. 형법 269조 2항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고 동의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다.

낙태죄 위헌에 관한 헌법소원을 청구한 청구인은 산부인과 의사로, 2013년 11월 1일경부터 2015년 7월 3일경까지 69회에 걸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였다는 혐의(업무상승낙낙태) 등으로 기소되어 1심 재판을 받던 중 형법 269조 1항, 270조 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신청이 기각되자, 2017년 2월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