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아이패드 잠금 풀려면 구매영수증 있어야"
[민사] "아이패드 잠금 풀려면 구매영수증 있어야"
  • 기사출고 2019.04.1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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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정보유출 우려…점유만으론 곤란"

애플이 개발해 판매하는 아이패드는 사용자가 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경우에만 기기가 활성화되도록 잠금 및 잠금해제 기능이 설정되어 있고,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경우 ①Apple ID 계정 페이지에서 사용자가 미리 설정해 둔 보안질문에 답을 함으로써 비밀번호를 재설정할 수 있는 절차와 ②사용자 본인이 기기를 구매하였다는 내용과 제품식별번호가 기재된 자료를 제출하면 애플 측이 이를 확인한 후 서비스센터를 통하여 잠금을 해제해 주는 절차가 있다. 아이패드에 저장된 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되어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하여 특정 아이패드의 소유자인지 여부를 엄격하게 확인해 잠금해제를 하도록 한 것이다.

애플 ID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한 변호사가 애플 측에 아이패드 2의 잠금을 풀어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졌다. 잠금 기능 설정 당시 입력한 이메일 주소의 힌트를 기억하지 못해 비밀번호를 재설정하지 못했고, 아이패드를 산 구매 영수증과 제품식별번호가 기재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는 3월 29일 서 모 변호사가 "아이패드 2의 잠금해제를 이행하라"며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낸 소송(2018가합555404)에서 서 변호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가 아이패드의 잠금해제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여 아이패드가 비활성화 상태가 된 것이 제조물 책임법 2조 2호에서 규정한 제조물의 결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는 제조물 책임법상 제조업자로서 아이패드에 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근무하였던 회사에서 2011. 12. 30. (원고가 잠금해제를 요청한) 아이패드와 같은 기종인 아이패드 3대를 구매하여 원고를 포함한 소속 직원들에게 교부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원고가 아이패드를 매수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매매계약상 책임을 부담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쟁점은 잠금을 풀어줄 신의칙상 의무 여부. 원고는 "피고는 아이패드를 제조 · 판매한 자로서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을 경우 잠금을 해제하여 이를 사용하게 할 계약상 ·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는 원고에게 비밀번호 재설정 절차를 통해 소유자임을 입증할 기회를 제공하였으나, 원고가 애플 ID와 잠금 기능 설정 당시 사용자에 의해 입력된 이메일 주소의 힌트를 기억하지 못하여 비밀번호를 재설정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는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줄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 및 원고가 문제의 아이패드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이 아이패드의 소유자인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해 이 절차에 따라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줄 신의칙상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이패드의 잠금해제 기능은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기기 내 정보에 접근하여 소유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하거나 취득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설계되었고, 피고가 이 아이패드의 점유자가 소유자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잠금을 해제하여 줄 경우 기기에 저장된 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되어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잠금을 해제해 줄지 여부를 결정할 때 이 아이패드의 점유자가 소유자인지 여부를 엄격하게 확인하여야 하고, 소유자임이 명확하지 않은 자의 잠금해제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