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가지면 남자 선배 조언도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
"자신감 가지면 남자 선배 조언도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
  • 기사출고 2019.04.0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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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변호사 성공 모색 'HE for SHE' 성공적 개최
"McKinsey, World Economic Forum, Forbes 등에 의하면, 이사회, 경영진 등 리더십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이 많을수록 해당 조직이 더 성장하고, 수익률이 높아지며, 합리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해요. 협업률도 더 좋아진다고 합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IHCF 여성분과가 공동주최한 'HE for SHE' 행사가 1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참석한 가운데 4월 2일 MS코리아에서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되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IHCF 여성분과가 공동주최한 'HE for SHE' 행사가 1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참석한 가운데 4월 2일 MS코리아에서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되었다.

4월 2일 저녁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중학동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강당. 같은 여성인 MS코리아 정책 · 협력 · 법무실의 정교화 대표변호사의 인사말에 참석자들이 한껏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MS코리아가 여성 변호사들이 조직에서 성장하고 성공하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 여성분과와 공동 주최한 행사로, 'HE for SHE-Men supporting Women to benefit ALL'이라고 길게 내건 행사 명칭부터 참석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정교화 변호사는 "UN에서 진행하고 있는 '남성의 후원으로 양성 평등을 달성하자'는 He for She movement에서 명칭을 차용한 것"이라고 소개하고,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여성 리더가 많은 조직일수록 잠재적인 리더 발굴을 더 잘한다고 하는 등 여성이 숫적으로 많아지고 조직에서 리더쉽 역할을 활발하게 하는 것이 단지 사회적으로만 옳은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사업적으로 회사나 조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조직내에서의 여성의 역할 확대를 반복해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엔 1주일 전에 사전 등록을 마감했을 정도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참석해 봄밤의 열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특히 남성 변호사들도 많이 참석해 주최 측에선 '여성 행사'에 남성 변호사들의 호응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고 연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사이에 여성 변호사 숫자가 8배 증가했다. 그만큼 talent pool이 넓어졌다는 얘기로, 2019학년도 전국의 25개 로스쿨 합격자 2136명 중 여성이 44.43%, 949명으로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양재선 IHCF 회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IHCF 구성원 중 여성 변호사들이 많아짐에 따라 IHCF 여성분과의 역할이 더 커지고 중요해지고 있다"며 "여성 변호사들이 조직에서 성장하고 성공하기 위한 해법을 오늘 행사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행사는 MS코리아 김금선 변호사의 사회로, 로펌과 기업체 등에서 활약하는 시니어 변호사들인 패널들에게 주제별로 질문을 던져 실제 경험담과 의견을 듣는 순서로 진행되었으며,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여성 변호사의 리더십, 여성 변호사들이 마주하는 자신감과 육아 등 도전 과제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법무법인 율촌의 국제중재 공동팀장인 김세연 변호사, IHCF 여성분과장인 Thermo Fisher Scientific Korea의 민유나 변호사, 여성 pro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표팀을 포함해 김앤장 지재권 그룹을 이끌고 있는 양영준 변호사, IHCF 회장을 역임한 DLA Piper의 이원조 한국 총괄대표와 홈플러스의 연태준 부사장, 그리고 정교화 변호사가 이날 토론에 참가한 패널들로, 패널의 구성에 있어서도 중량감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행사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김금선 변호사의 사회로 패널들의 토론과 질의응답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김금선 변호사의 사회로 패널들의 토론과 질의응답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김세연 변호사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중재팀 내에서 남성 시니어와 여성 주니어, 여성 시니어와 남성 주니어가 각각 한 팀으로 일을 하면서 시너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녀가 중재팀을 이끌며 직접 체험한 남여 혼성팀의 시너지 사례였다. 김 변호사는 "예를 들어, 여성 주니어 변호사가 주로 세심하게 detail을 챙기면, 남성 시니어 변호사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고객의 경우에도 남성 고객이 여성 변호사의 자문을 더 잘 받아주고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같이 일하면 시너지가 난다는 점을 몸소, 그리고 팀 차원에서 경험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원조 변호사는 "DLA Piper USA와 DLA Piper International의 경우 전체 여성 변호사가 40% 정도, 여성 파트너는 20~23% 정도, associate는 45% 정도"라며 "그만큼 여성 변호사가 많아지고 있고, 평상시 업무할 때 여성, 남성 변호사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DLA Piper의 경우를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DLA Piper 한국사무소의 경우 처음에는 여성 변호사가 없었는데 여성 고객이 많아지면서 여성들 사이에 끈끈한 sisterhood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그 후 곧바로 여성 변호사를 채용했고 업무에 많은 도움을 받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은 이 외에도 로펌 변호사, 사내변호사로서의 여성의 역할, 임신과 출산, 육아 등 여성 변호사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진솔한 의견 교환이 이어졌다. 다음은 패널들의 생생한 토론 내용.

◇4월 2일 MS코리아에서 진행된 'HE for SHE' 행사에 참여한 패널들. 왼쪽부터 이원조, 연태준, 김세연, 양영준, 민유나, 정교화 변호사
◇4월 2일 MS코리아에서 진행된 'HE for SHE' 행사에 참여한 패널들. 왼쪽부터 이원조, 연태준, 김세연, 양영준, 민유나, 정교화 변호사

◇연태준 변호사=사내변호사로 일할 때에는 로펌 변호사로서 키우기 어려운 자질들을 필요로 한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과 조직내의 생리를 파악할 수 있는 정무적 감각도 필요한데, GSK에서 일할 때 본사 회장님 사무실 바로 옆방이 General Counsel 사무실인 것을 보고 신뢰받는 advisor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실감했다. 현재 한국 홈플러스 사장님은 여성이다. 요새 걸크러쉬라는 말이 유행인데 그러한 표현이 어울리는 분이다. 여성의 경우 여성성을 발휘함과 동시에 맷집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

◇정교화 변호사=로펌 변호사나 사내변호사 모두 변호사이기 때문에 업무가 완전히 다르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연 변호사님 말씀대로 사내변호사의 경우 유연하지만 빠르게 대처하고, 조직을 관리하고, 여러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로펌은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만, hourly charge를 하는 시스템 하에서는, 즉 내가 업무에 투자한 시간에 따라 보상받는 시스템 하에서는 육아 등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는 여성 변호사에게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양영준 변호사=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communication은 중요하지만 쉽지는 않다. 직설적으로 물어보기보다는 본인 주변의 여성분들을 접한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면, 여성 변호사들도 보다 편하게 본인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임신의 경우 먼저 해당 변호사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여 업무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고, 육아의 경우에도 아이들과 절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지는 못하지만 같이 있는 시간에는 밀도있는 시간(quality time)을 보낸 아빠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조언하면 좋을 것이다. 남편의 애로 사항 등 남자의 입장을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민유나 변호사=회사 내에 여성직원 그룹이 있고 재택근무,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다만, 여성의 경우 본인이 열심히 일하고자 한다는 attitude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reputation을 쌓기 위해서는 그만큼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고, 조직 내에서 능력 있는 변호사라는 인정과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양영준 변호사=여성 변호사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기 마련인데, 자신감을 가지면 겸손함을 가질 수 있다. 이 경우 남자 선배가 조언을 하더라도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반면 자신감이 없고 열등감이 있으면 선배의 진정한 조언도 여자라서 나를 미워한다는 식으로 곡해할 수 있다. 자신의 장점을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고, 또 보다 적극적으로 멘토링을 구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일반화하기보다는 개개인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여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멘토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자 선배와 남자 후배가 무조건 더 끈끈하고 친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입견이다. 눈물을 흘리는 여성 후배의 경우 먼저 공감해주고 진정하기를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고, 우는 자리에서 이야기하기보다는 다시 회의를 잡아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성 변호사가 오랜 육아휴직 끝에 복직해서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경우도 보았고, 반면 육아 때문에 부득이하게 일을 그만두는 안타까운 상황도 지켜보았다. 가사도우미가 비교적 값싼 동남아, 홍콩 등에서 여성 변호사가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 여성 변호사들의 현실은 안타까운 면이 있으나 남성과 여성 변호사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함으로서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

◇이원조 변호사=주위의 여성 롤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외 유수 기업의 CEO들이 여성들인 경우가 있다. IBM의 Ginni Rometty, GM의 Mary Barra, Lockheed Martin의 Maryllin Hewson 등이 그렇다. 이들이 살아온 삶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미래 사회는 인구가 줄어드는 수축사회가 될 것이고 더 경쟁이 치열해질 텐데, 그 가운데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본인만의 독특한 장점, practice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고 본인을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differentiate)할 필요가 있다.

◇연태준 변호사=여성이라고 해서 꼭 soft mentoring이 필요하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hard mentoring을 진행한 경우도 있고 그에 따라 유수 기업의 임원으로 성정한 후배 여성 변호사도 있다. 개인의 개별적 특성에 맞게 mentoring을 진행해야 하고, Mentee도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김세연 변호사=모든 것을 완벽히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멘토링을 구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특기인 communication 능력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민유나 변호사=본인이 노력하지 않고 인정만 받기를 원하는 것은 fair 하지 않다. 본인이 먼저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교화 변호사=이 행사를 기획하면서 남여 변호사들이 일단 서로 신뢰하여야만 소통도 되고 멘토링도 되고 조직도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고, 조직 내에서 남여 동료들 사이에 보다 원활한 소통이 있을 필요가 있고, 조직이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