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직격인터뷰] 이정호 경기중앙변호사회장
[리걸타임즈 직격인터뷰] 이정호 경기중앙변호사회장
  • 기사출고 2019.04.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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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정의는 정의 아니야…
840만 염원 수원고법시대 열렸다"

842만 경기남부 주민들의 염원인 수원고등법원, 수원고등검찰청이 3월 1일 문을 열었다. 2004년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가 서울고법 수원 원외재판부 설치를 안건으로 올려 처음 논의한 지 15년 만의 성사요, 2014년 수원고법 설치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에도 부지 선정과 청사 신축에 5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변호사 1000명 활동

김주현 수원고법원장의 표현을 빌면, 경기남부 국민들에게 '보다 편리한 항소심 재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수원고법과 수원고검의 개원, 개청이 이 지역 주민과 법조계, 약 1000명의 경기중앙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2017년부터 3년째 경기중앙변호사를 이끌고 있는 이정호 회장을 수원의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 수원고법 개원이 갖는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정호 경지중앙변호사회 회장
◇이정호 경지중앙변호사회 회장

-법률사무소를 수원법원청사가 옮겨간 광교 새 법조타운으로 아직 옮기지 않으셨네요.

"여기보다 임대료가 두 배 비쌉니다. 구 법조타운에 사무실이 있던 변호사 150~200명이 광교 쪽으로 옮겼는데, 임대료 때문에 이전을 미루고 관망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직 절반도 못 갔고요."

광교 쪽으로 옮긴 한 변호사는 이와 관련, 새 건물에 입주할 변호사들을 소개해달라는 건물주들이 많다고 고법 개원 한 달이 다가오는 광교 새 법조타운의 분위기를 전했다. 아직 빈 사무실이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경기남부에 사는 842만 주민들에게 수원고법 개원이 갖는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소심 재판을 받으려면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고등법원까지 가야 했는데요.

"우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게 되었는데, 이게 가장 큰 거죠. 900만 돌파가 멀지 않은 경기중부, 남부 시민들의 염원을 이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외재판부 생긴 후 사건 10% 늘어

지연된 정의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잖아요. 무슨 얘기냐 하면, 춘천에 서울고법의 원외재판부가 있는 강원도 예를 들면, 원외재판부가 생긴 후 항소심 사건이 10% 가까이 늘었다고 해요. 원외재판부가 생기기 전 서울까지 와서 항소심 재판을 받아야 했을 땐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만큼 비용도 늘어나니까 좀 억울하더라도 항소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관내에 항소심 재판부가 들어서니까 항소를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권리 실현에 나선다는 것이지요. 항소심 재판을 받으러 속초, 원주에서 서울까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 점에서 수원고법의 설치는 경기중 · 남부지역 주민들에게 1심에서 못 푼 억울함을 항소할, 항고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되찾아 준 너무 늦었지만 꼭 필요한 조치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헌법상의 기본권인데 수원고법이 생겨 부담을 덜 가지고 항소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남부지역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를 감안하면 설령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서울고법에 항소했더라도 항소심 재판을 위해 서울고법을 오가는 데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이 장난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교통이 좀 편리해졌나 모르겠지만, 이십여년 전만 해도 수원에서 서울 가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경부고속도로가 엄청 밀렸어요. 차가 밀려 재판에 5분 늦었는데 벌써 변론을 종결하고 속행을 해 버렸더라고요. 수원에서 두 시간 전에 출발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여주, 평택 등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데 수원고법 설치가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지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로, 서울에서 그렇게 멀지 않다는 이유로 일종의 역차별을 받은 거지요. 사건 수나 규모로 치면 고등법원을 만들어도 벌써 만들었어야 했어요. 수원고법 관할 인구가 842만명인데, 서울고법 관할 인구 다음으로 많아요. 그리고 서울고법 사건의 20~25%가 수원지법과 안산 · 성남 · 평택 · 여주 · 안양지원 즉, 수원고법 관할 지법과 지원에서 올라가는 사건이었습니다.

서울고법 사건의 20~25%가 수원 사건

김주현 수원고법원장이 개원식에서 5개 재판부로 개원하지만, 2년 후에는 12개 재판부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했는데, 재판부 수요 예측은 여기서 나온 거예요. 서울고법에 50개 재판부가 있는데, 이중 20~25%가 경기남부 사건이니까 25%로 보면 50개의 1/4, 12.5개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한 거죠. 서울에서 좀 떨어져 있었으면 벌써 만들어졌겠죠. 그것이 오히려 수원고법 설치에 걸림돌이 되었던 부분입니다."

◇수원고법, 수원고검이 3월 1일 문을 열어 이 지역 법조계에 큰 발전이 기대된다. 수원고법, 수원지법이 위치한 광교의 새 수원법원청사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수원고법, 수원고검이 3월 1일 문을 열어 이 지역 법조계에 큰 발전이 기대된다. 수원고법, 수원지법이 위치한 광교의 새 수원법원청사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서울고법을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 외에도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아야 했을 땐 서울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 같고, 그래서 변호사 비용도 더 들어갔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서울고법에 사건이 올라가면 수원 등 경기중 · 남부 변호사들보다 서울 변호사, 서울 로펌에 항소심 사건을 의뢰하는 게 많았을 것 같아요. 또 수임료 액수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서울 변호사가 비싸고 우리가 싸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지만, 심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로 가면, 다른 지방에 가면 뭔가 낯설고 그렇잖아요. 이것은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부분도 수원고법 개원 후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는 부분 중 하나로 보고 있는데, 수원고법이 들어서면서 의뢰인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편안감 이런 측면이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정호 회장에 따르면, 수원지법 본원과 안산 · 성남 · 평택 · 여주 · 안양지원 등 경기남부 5개 지원 합의부 사건의 항소심을 서울고법에서 관할할 땐 항소심 사건은 물론 1심 사건도 서울 변호사, 서울 로펌들이 수임해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어차피 항소심 재판을 서울에서 받아야 한다면 1심부터 서울 변호사에게 부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아예 1심 재판을 수원지법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법원에 제기해 처음부터 서울에서 서울 변호사를 선임해 다투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서 1심부터 서울 변호사가 맡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허침해소송도 수원지법에 낼 수 있어

또 회생이나 파산사건 등은 같은 고법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에도 관할이 있어 서울의 로펌 등이 사건을 맡을 경우 수원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전언. 특허침해소송 등은 서울고법 관내는 서울중앙지법 전속관할이어 수원지법에선 이러한 사건을 아예 취급하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관내에 고등법원이 없어 고법 사건은 물론 1심 사건부터 사건을 서울 변호사에게 빼앗기고, 의뢰인들이 서울을 오가며 재판을 받느라 불편하고 낭비적인 요소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는 것. 그러나 수원고법이 문을 열면서 회생, 파산사건의 경우 고법이 없어서 서울로 가던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었고, 특허침해소송 등은 수원지법, 서울중앙지법 어디든 사건을 접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수원고법의 설치는 변호사들에게도 커다란 낭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이 얼마나 늘어날 것으로 보시나요, 경기중 · 남부지역에서 올라가던 서울고법의 항소심 사건 20~25%가 늘어난다고 보면 되나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강원도의 경우 춘천에 원외재판부가 생긴 후 항소심 사건이 10%가량 늘었다고 하니까 이제 수원고법이 설치되었으니 1심 판결에 불만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항소해서 사건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수원고법 설치는 신건 수임이 월 2건 이하로 떨어진 수원 등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에게 낭보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수원고법 설치 이전부터 서울 로펌, 서울의 변호사들이 서울고법 사건은 물론 수원지법 사건을 수임해 수원에 와서 사건을 진행하는 비율이 해마나 늘어나고 있는데, 수원고법 개원 후 이러한 현상이 더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용인~서울고속도로가 경부고속도로와 합쳐지고 상현 IC에서 나오면 바로 수원법원청사거든요."

상현 IC 나오면 바로 법원

이정호 회장은 "서울서 가까워서 고등법원 설치가 미뤄졌는데, 이제는 교통의 발달로 서울 변호사들의 수원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이러한 고려를 떠나 수원고법, 수원고검이 문을 열면서 경기남부지역의 법조계에 엄청난 변화와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항소심 사건 등 사건이 증가하고, 많아야 변호사 10명 정도인 법무법인의 규모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변호사 10명이 넘는 법무법인이 거의 없는데, 그게 이 지역의 변호사시장 규모라고 보면 된다"고 선을 긋고, "그러나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중장기적으론 고법부장 출신들도 수원에서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하는 등 재야법조의 구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고법 사건 등 규모가 큰 사건도 의뢰될 테고, 수원에도 수십명 규모의 법무법인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수원고법은 서울고법 다음으로 관할 인구가 많고, 사건 수나 사건의 질이 월등하니까요."

경기개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수원고법과 수원고검의 설치로 연 1,300억원, 10년 넘어가면 1조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고, 법조타운 등의 고용유발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 1,300억 생산유발 효과 기대

그러나 사건 수임 증가 등 수원고법 개원의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대로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수원고법 관내에서 활동하는 약 1000명의 변호사 등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는 전국구여서 서울 변호사, 서울 로펌이 수원 사건을 하기 위해 내려오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

이 회장도 "우리가 실력을 더 쌓고 의뢰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며 "수원 등 경기중 · 남부지역의 변호사들에게 맡기니까 실력도 좋고, 비용도 적절하고, 또 서울까지 가서 상담 안 해도 되고, 일거삼득 아니냐 이런 말을 듣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이 된 2년 전부터 회원 변호사들을 상대로 지적재산권이나 기업회생 등에 대한 시리즈 연수를 진행하는 등 고법시대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전부터 준비해왔지만, 중장기적으로 경기중앙 재야법조의 역량 강화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생각합니다. 5월 새 수원법원청사 인근에 오픈 예정인 경기중앙변호사회 새 변호사회관에 회원들을 상대로 수시로 연수강좌나 세미나 등을 열 수 있는 1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강당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설립 40년 만에 변호사회관 마련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는 회원들이 조금씩 마련한 돈으로 독립된 변호사회관을 최근 준공, 5월 입주식이 예정되어 있다. 1979년 수원지방변호사회로 설립되어 설립 40년 만에 변호사회관도 짓고, 지역 주민과 소속 변호사들의 염원인 고등법원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기자는 인터뷰를 마치고 수원고법과 수원지법이 위치하고 있는 광교의 새 수원법원청사를 거쳐 상현역에서 신분당선 지하철을 타고 서초동 사무실로 복귀했다.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로, 이 회장은 서초동에 있는 변호사가 서울북부지법 재판에 가는 것보다 수원고법이나 수원지법 재판에 오는 게 더 가깝다고 했다. 1시간도 안 걸리는 서울고법~수원고법의 짧은 거리가 그동안 수원고법 설치를 막은 가장 큰 원인이었고, 지하철까지 들어선 지금은 이처럼 편리한 교통이 서울 변호사들의 수원행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