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단말기유통법상 '유도하는 행위'의 의미
[리걸타임즈 칼럼] 단말기유통법상 '유도하는 행위'의 의미
  • 기사출고 2019.04.0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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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규 변호사]

일반인들이 많이 들어보았을 법률 중에 단말기유통법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정식 법명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말기유통법"이라 함)이다. 같은 단말기라도 어느 판매점에서는 공짜, 어느 판매점에서는 수십만원인 천차만별의 가격차를 방지하기 위해 2014년 5월 단말기유통법이 제정되고, 그 해 10월 시행되었다.

◇이현규 변호사
◇이현규 변호사

그러나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말 아이폰6가 출시되며, 이동통신사업자 간에는 아이폰6를 통한 고객 유치에 불이 붙었고, 주말 동안 40만원이 넘는 불법지원금이 판매점들에서 제공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과징금 부과 이어 형사고발

방송통신위원회는 즉각 조사에 나섰고,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단말기유통법에 근거하여 시정명령 및 과징금 등 제재가 부과되었다.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에 의해 규율되던 이전과 달리, 단말기유통법에서는 형사처벌 규정도 있었기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회 의결로 이동통신사업자 3사와 영업담당 임원을 형사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경찰,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결국 이동통신사업자와 영업담당 임원들은 기소되어 아이폰 대란 사건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 단계에서는 이동통신사업자 3사에 대한 행정처분 이후 이동통신사업자가 불복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처분이 확정되었지만, 형사재판은 계속 이어져 4년여가 지난 2018년 9월에 이르러서야 대법원에서 상고기각으로 무죄가 확정되었다. 이하에서는 왜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법원에서는 다른 판단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이 사건 판결의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법원의 판단은 항소심의 판단을 중심을 서술하였다.

참고로, 이동통신대리점 등 유통점에서 이용자가 신규로 가입하거나 기기를 변경할 때 지원되는 금원을 "지원금"이라고 하며, 단말기유통법에 따라 공시된 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이라고 한다. 한편 이동통신사업자는 유통점이 신규로 가입자를 유치하거나, 기기를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하면 유통점에 이에 대한 보상을 하는데, 이를 일반적으로 "판매장려금" 또는 "장려금"이라고 한다.

상위 44개 유통점 조사

방송통신위원회는 2014. 10. 31.~2014. 11. 2.을 조사대상 기간으로 하여, 가입자 모집 실적 상위 유통점 44개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이동통신사업자의 유통점에서 공시지원금을 초과하여 이용자에게 지원금이 지급된 사실과 이동통신사업자가 대리점에게 판매장려금을 20만원 내외로 지급해 오다가, 10월 31일 아이폰6 신규 출시일을 기점으로 주요 단말기에 대하여 판매장려금을 상향 조정하기 시작하여, 11월 1일에는 아이폰6 16G 모델에 대해 최고 41.2만원~55만원 수준으로 장려금을 확대 지급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2014년 12월 4일 유통점이 공시지원금을 초과하여 일부 이용자에게 지급한 행위는 해당 유통점과 이동통신사업자가 단말기유통법 제3조의 부당한 이용자 차별 금지 및 동법 제4조의 지원금의 과다 지급 제한 및 공시 관련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 이동통신사업자가 대리점에 장려금을 대폭 상향하여 일부 이용자에게만 차별적으로 지원금이 지급되도록 유도한 행위는 단말기유통법 제9조 제3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하였다.

행정처분 앞서 형사고발 의결

방송통신위원회는 의결서에서 "건당 판매장려금을 상향 조정할 경우 이동통신 3사의 서비스, 품질, 요금의 경쟁력에 큰 차이가 없어 불법 지원금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유통망 관계자에 의하면 판매장려금이 30만원을 초과하면 이는 불법 지원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견임"이라고 밝혔다. 즉,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사업자가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이 통상 30만원을 넘어가면 유통점이 이용자에게 지급하는 불법 지원금으로 전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 주로 근거하여 처분을 하였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위 행정처분 이전인 2014년 11월 27일 별도로 위원회를 개최하여 "이동통신 3사가 평소와 다르게 대리점에 지급하는 장려금을 대폭 상향 조정한 행위는 유통점에서 일부 이용자에게 공시를 초과하는 차별적인 지원금이 지급되도록 유도한 것으로, 이는 이동통신 3사가 대리점으로 하여금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지시, 유도하지 못하도록 한 단말기유통법 제9조 제3항을 위반하였다고 판단된다"며 이동통신사업자 각 법인 및 장려금과 관련된 이동통신 영업담당 임원에 대하여 형사고발을 하기로 의결하였다.

이후 검찰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사건을 조사하여 "이동통신사업자는 대리점과의 협정을 체결함에 있어서 대리점으로 하여금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지시, 강요, 요구, 유도하는 등의 행위를 하거나 특정 부가서비스 또는 요금제 등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권유하도록 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단말기유통법 제9조 제3항을 위반하였다고 기소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법원은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만,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다투어진 내용이 아니라, 동일한 법 조항(단말기유통법 제9조 제3항) 위반에 대한 형벌 조항에 근거하여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한 것이므로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된 사안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유도하는 행위'의 해석

법원은 "이동통신사업자가 대리점과 체결한 표준협정서 등을 근거로 정책 지시 등의 형태로 '번호이동 또는 신규가입 이용자에게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공지'하고, 가입유형에 따라 장려금을 달리 지급하여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하였다"라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도하는 행위"가 있었는지에 중점을 두고 판단을 하였다.

이에 '유도'의 해석과 관련하여, 단말기유통법 동 조항에서는 '유도'와 함께, '지시', '강요',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유도하는 행위는 이를 '지시', '강요', '요구'하는 것과 동일시할 수 있거나 사실상 이에 준하는 행위"여야 한다고 설시하고, 구체적으로 (1)대리점이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할 의도를 가지고, 해당행위를 특정하여 제안하거나, 직간접적인 이익 또는 불이익을 제공 · 약속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인하는 경우 또는 (2)어떠한 원인 또는 계기를 제공하면 그 결과 대리점에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게 될 것임을 당연히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인과관계가 명백한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장려금, 아무런 제한 없어

또한 법원은 단말기유통법은 "이용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의 상한을 설정하고, 지원금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며, 지원금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지원금에 대하여는 엄격한 규제 장치를 두고 있는 반면, 이동통신사업자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장려금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라는 점과, "이동통신사업자들은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 또는 이용자에 관한 권매율을 높이거나 타 이동통신사업자와의 사이의 판매 우위를 점하기 위하여 판매 장려금의 액수를 조정하는 것은 당연한 영업 활동의 일환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여, 가입유형에 따라 장려금이 차등적으로 지급된다는 사실만으로 동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법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법원은 본건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동통신사업자가 판매 장려금에 관한 정책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되나, 해당 정책에는 조건에 따른 장려금 액수만 기재되어 있을 뿐, "번호이동 또는 신규가입 이용자에게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동통신사업자가 대리점을 상대로 유인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나,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증거 자료에 따르면 기기변경에도 장려금이 더 지급된 경우도 있는 등 이용자의 가입유형에 따라 장려금이 달리 지급되었는지와 그 정도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대리점에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 대리점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급을 유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장려금을 상향 조정하는 행위만으로는 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판단과 차이가 있다.

이 사건 판결의 의미

이 사건 판결은 비록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유통법에 근거하여 처분한 행정제재에 대한 위법성을 판단한 사례는 아니나, 단말기유통법에 대한 상세한 법원의 해석이 나온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말기유통법에 대한 행정소송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법원의 법률 해석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 판단에서 법원은 "유도하는 행위"에 대한 상세한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이동통신사업자가 단순히 장려금을 상향 지급하는 것만으로 단말기유통법 제9조 제3항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장려금 상향과 부당한 차별적 지원금 발생 간에 상당한 개연성이 입증될 필요가 생겼다. 이와 같은 판단을 존중하여서인지,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의 단말기유통법 위반행위 조사 시 차별적 장려금과 차별적 지원금간의 인과관계를 분석하여 위법성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현규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hyunkyu.lee1@kimchang.com)

※이현규 변호사는 변호사시험 합격 전 행정고시 통신직렬에 합격해 정보통신부와 지식경제부에서 방송통신사무관으로 근무하기도 한 방송 · 통신과 미디어 분야의 전문가로, 서울대 로스쿨을 1기로 마쳤다. 학부는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