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의료생협 명의로 병원 운영했어도 실질적으로 의사 아닌 개인이 의료생협 설립해 운영한 것이면 의료법 위반"
[형사] "의료생협 명의로 병원 운영했어도 실질적으로 의사 아닌 개인이 의료생협 설립해 운영한 것이면 의료법 위반"
  • 기사출고 2019.03.1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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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형식적으로만 의료생협이 의료기관 개설 외관 창출"

의사가 아니면서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개설, 운영하면 의료법 위반이다. 그러면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설립해 이 의료생협 명의로 병원을 운영한 경우는 어떨까.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김동현 부장판사)는 1월 29일 의사가 아니면서 의료생협을 설립해 이 의료생협 명의로 요양병원 등을 운영해 온 강 모(64)씨에게 의료법 위반과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부인 박 모(57)씨에게도 같은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의료생협에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2015고합131). 의료생협 명의로 요양병원 등을 개설해 운영했으나, 의사가 아닌 강씨 부부가 실질적으로 요양병원 등을 개설해 운영했다고 본 것이다.

강씨 부부는 의사 자격이 없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음에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이 의료법보다 우선 적용되어 의료생협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2006년 1월 부산 동구에 주사무실을 둔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이어 한 달 후인 2006년 2월경 부산 동구에서 이 의료생협 명의로 한의원을 개설하고, 한의사들을 고용하여 한의원을 운영했다. 또 같은 시기에 같은 의료생협 명의로 부산 동구에 의원을 개설하여 의사들을 고용해 운영했으며, 2008년 7월과 2012년 6월엔 이 의료생협 명의로 요양병원 두 곳을 개설해 운영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요양 · 의료급여 약 183억원을 받아 챙겨 의료법 위반과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피고인들은 재판에서 "의료생협이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서 정한 요건 및 절차에 따라 설립되어 적법하게 인가받은 다음 그 설립취지에 따라 요양병원 등을 개설하였고,  강씨가 각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하여 의료생협을 형식적으로 설립하거나 각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소유 · 운영한 것이 아니므로, 의료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법원 판결(2012도14360 등)을 인용,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서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법리는 의료사업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가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전제하고, "강씨가 형식적으로만 의료생협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고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비용과 책임으로 각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강씨의 행위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사기죄와 관련해서도, 대법원 판결(2014도11843 등)을 인용해 "국민건강보험법 42조 1항 1호는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 중 하나인 의료기관을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한정하고 있고, 따라서 의료법 33조 2항을 위반하여 적법하게 개설되지 아니한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등의 요양급여를 실시하였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마치 의료법에 의하여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씨 부부가 공모하여 형식적으로만 의료생협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고 실질적으로는 강씨 부부의 비용과 책임으로 각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한 사실, 강씨 부부는 각 의료기관 명의로 국민건강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비용명세서 및 의료급여비용명세서를 제출하여 피해자들로부터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강씨 부부는 각 의료기관이 비의료인에 의하여 개설되었음에도 이러한 사정을 숨긴 채 국민건강심사평가원에 이들 명의로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하였다고 할 것인바,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강씨 부부의 행위는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하고 각 의료기관 명의로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하기 시작한 때부터 편취 범의를 가지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사기죄도 유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는 의료인들에 의하여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한 내역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편취금액의 상당 부분은 직원 월급 등 병원 운영에 사용되어 피고인들이 실제 취득한 이득액은 편취금액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환수조치를 실행할 예정(납부고지액 합계 약 155억원)이므로  피해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