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커버스토리] '다른 로펌' 지평 지휘봉 잡은 임성택 변호사
[리걸타임즈 커버스토리] '다른 로펌' 지평 지휘봉 잡은 임성택 변호사
  • 기사출고 2019.03.0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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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로펌은 법률 플랫폼 되어야"

법무법인 지평이 새 경영대표에 임성택 변호사를 선임, 올 1월부터 임 대표가 지평의 업무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약 20년의 역사가 쌓인 지평이지만, 지평의 매니징 파트너로는 사실상 두 번째인 임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로펌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지평의 창립정신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겠다"고 다짐하고, '로펌 이상의 로펌'을 지평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대학동기인 양영태 전임 경영대표와 함께 19년 전 지평의 창립을 주도한 창립멤버 중 한 사람이기도 한 임성택 신임 대표를 만나 그가 그려가고 있는 성년 지평의 모습, 한국 로펌의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임성택 변호사
◇임성택 변호사

-일종의 후발주자로 출발한 지평의 발전이 대단하다는 평가가 많다.

19년 전 14명으로 출발

"2000년 4월 테헤란밸리에서 처음 시작했을 때 강금실 전 장관 등 13명의 변호사와 변리사 1명 이렇게 모두 14명이 모여 출범했다. 이후 업무와 내부 구성 인원이 지속적으로 늘어 오는 3월 합류하는 변호사 등을 포함하면 전문가만 220명이 넘는데, 설립초기와 단순 비교해 15배 이상으로 규모가 커졌다. 전문팀도 설립초기 송무와 자문 파트 단 2개 팀으로 출발했으나 14개팀으로 늘어나 기업법무의 거의 모든 분야를 커버하고 있고, 해외사무소도 한국 로펌 중 가장 많은 9개의 사무소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처음 지향했던 가치와 철학을 지켜가며 이러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구성원들이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19년 전 지평이 출범할 때 로펌업계에선 '아마 1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았다고 들었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었다. 당시 세종에서 경험을 쌓고 있던 10명의 꼬맹이 변호사들이 주축이 되어 지평 설립을 주도했는데, 사법연수원 성적도 좋고, 모두 젊고 우수한 친구들이었어요. 하지만 길어야 3년차, 6년차에 불과한 변호사들이 나와서 로펌을 하겠다고 하니 가당치 않게 보인 것도 사실이었죠. 지평을 출범시킨 변호사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을 간파한 한 대형 로펌에서 '정 어려우면 다 받아주겠다'며 들어오라고도 했는데, 우리로선 그 얘기가 가당치 않았어요. 무슨 소리냐, 우리는 잘 할 거다 그러면서 지평을 시작했어요. 돌이켜보면 그때 정말 저희들의 패기가 하늘을 찔렀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후 지평은 눈부신 발전을 이어갔다. 지평 변호사들의 우수성이 빛을 발하며 클라이언트와 일감이 늘고 역량 있는 변호사들의 합류가 잇따랐다. 대형 로펌에서 자문을 받던 주요 기업이 지평의 문을 두드리고, 지평의 변호사들이 대형 로펌과 대리전을 펼치는 등 그야말로 로펌업계에 새롭게 등장한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들)'이 신흥주자 지평이었다. 지평은 얼마 안 지나 변호사 수 기준으로 '10대 로펌'의 반열에 올랐다. 연매출이나 변호사 1인당 매출 등의 지표에선 그 안에서도 순위가 2~3 단계 위로 올라간다.

강금실 전 장관이 초대 대표

-지평이 출범할 때 강금실 전 장관이 초대 대표를 맡아 함께 지평을 시작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임성택 변호사는 누구···
◇임성택 변호사는 누구···

"강 전 장관님과 알고 지내던 내가 다리를 놓았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법무부장관을 역임하고 당시 혼자 법률사무소를 운영했던 강 장관님이 내가 세종에서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엔 법률사무소를 둘이서 같이 하자고 했다. 내가 딸린 식구가 많다, 모두 10명이라고 했더니 그것도 좋다고 흔쾌히 동의했다. 그래서 강 전 장관이 초대 대표가 된 것이다. 여기에 세종에서 리쿠르트를 담당했던 양영태 변호사가 세종에 입사할 변호사로 뽑아 놓았던 신입 변호사 두 사람이 우리를 따라 지평으로 입사하고, IP · IT 쪽 일을 하려고 변리사 1명을 새로 뽑았는데, 그래서 모두 14명의 전문가로 지평이 출범했다."

-지평이 빠른 시간에 이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파이팅이 좋은 젊은 변호사들의 우수성이 담보되었기에 가능했고, 아래에서부터 성장한 로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고정관념이 없고, 훨씬 더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로펌이 지평이다. 처음부터 하이어라키(Hierarchy) 즉, 위계질서가 없었다는 점도 지평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 1~2년차, 3년차, 6년차 변호사들이 일종의 같은 배를 타고 시작한 로펌이 지평이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이고 늘 토론을 통해 방향을 정하고 그랬던 것이 지평이 발전하는 힘의 근원이 된 것 같다.

다른 로펌에서도 파트너십을 하고 있지만 지평의 파트너십이 보다 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 지평에선 파트너들이 돈 가지고 싸우는 일도 거의 없다. 이런 문화적 토양이 설립 초기에 이미 만들어졌고, 그런 전통이 잘 이어진 것 같다."

임 대표는 특히 "꼬맹이 변호사들이 시작한 작은 조직이 발전해서 10년도 안 되어 10대 로펌에 진입했다"며 "여기엔 10대 로펌이 되었다는 것을 넘어 여러 의미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성택 변호사
◇임성택 변호사

그가 강조하는 첫째는 로펌으로서의 가치 지향. 물론 여기서 임 대표가 말하는, 지평이 지향하는 가치는 진보 등의 이념을 말하는 게 아니다. 로펌 운영에서의 민주적인 절차 등을 의미한다. 그는 "지평은 처음부터 민주적 로펌, 공익적 로펌, 윤리적 로펌을 지향했다"고 소개하고, "그런데 과연 민주적이고 윤리적인 로펌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이것이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였는데, 19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민주적, 인간적, 윤리적 로펌이 성공할 수 있는 전범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구성원들의 자발성, 로열티가 장점

임 대표는 또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지평의 장점으로 소개했다. 다른 로펌에 비해 선배 변호사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변호사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로열티가 경쟁력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지평이 빠른 시간 내에 10대 로펌으로 올라서며 발전하는 성공비결이 되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얘기해 사법연수원 성적 등을 볼 때 김앤장에 갈 수 있는 친구들이 저희한테 왔거든요.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로펌에 입사하기 위해 김앤장 등 대형 로펌과 지평을 접촉했을 때 어디가 월급이 더 많은지, 어디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지 이렇게 생각하면 지평에 올 일이 없겠죠. 그런데 김앤장에 갈 수 있는 신입변호사들이 지평을 선택했어요. 지평은 10대 로펌 중 여덟 번째, 아홉 번째 로펌이 아닌 겁니다. 지평은 로펌의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또 다른 로펌인 거예요."

지난해 업무혁신위원회 발족

임 대표가 지평의 자발적인 문화가 돋보이는 예로 지난해 발족한 지평의 업무혁신위원회를 소개했다.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들이 제안해 만들어진, 예비구성원들(지평에선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들을 미래의 파트너라는 의미에서 예비구성원이라고 부른다)이 파트너 즉, 구성원 변호사들과 함께 어떻게 협력을 해야 하는지, 일은 어떻게 배당되는지, 피드백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을 추구하는 모임으로, 시즌 2로 이어져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평에선 또 일과 가정의 양립,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아직 적용대상 사업장은 아니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를 법대로 준수하기로 결정, 시행하고 있다. 시간을 다퉈 의견서를 만들어 제공해야 하고, 소송사건 등에 대비해야 하는 기업법무 로펌에서 업무처리에 문제는 없을까. 임 대표는 "사건 배당 등을 통해 주 52시간 근무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사람이 와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이 일류 로펌의 모습이고, 어소 변호사들에게 보다 나은 근무환경을 조성해줌으로써 더 좋은 품질이 담보되고 고객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성택 변호사
◇임성택 변호사

-취임사에서 '로펌 이상의 로펌'을 지평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로펌 이상의 로펌'이란 어떤 로펌을 말하는 것인가.

"한국 로펌업계의 역사를 돌아보면, 1세대 로펌은 주로 외국계 기업을 상대로 한국 투자 등과 관련해 자문하는, 섭외업무를 하는 로펌이었고, 그 다음의 2세대 로펌은 기업법무 로펌이었다. 3세대는 섭외 업무, 기업법무에 개인 형사까지 포함해 자문하는 일종의 법률 백화점이다. 한국 로펌들이 여기까지 와 있다. 그러면 4세대 로펌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플랫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률전문가들의 플랫폼이다."

-요즈음 플랫폼이 대세인데, 법률 플랫폼이 법률 백화점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이해된다.

'로펌은 뭐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우선 '로펌은 뭐다'라는 식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법률 자문이나 소송대리는 물론 해외진출 컨설팅, 법정책 연구, 공익활동 심지어 법학교육까지 시대 변화에 따라 법률전문가들이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으로 역할을 확장해 나가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영란법 이후 기업들이 대관(對官)업무를 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합법적으로 정부와 기업이 소통하는 이런 일도, 이미 일부 로펌에서 시도하고 있지만, 로펌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물론 이러한 업무들은 개별적으로 여러 곳에서 추구되고 있다. 하지만 따로따로 떼어서 해선 추진력이 약하고,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로펌이라는 큰 플랫폼이 구축되어 있다면 시너지도 낼 수 있고, 수요자들에게 훨씬 더 도움을 줄 수 있다."

임 대표는 "지평이 가동하고 있는, AI와 자율주행차 등이 법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등의 문제를 연구하는 미래산업법연구회나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엘더로(Elder Law)실무연구회, 공공정책팀, 사단법인의 형태로 운영 중인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등도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접근하면 한층 이해가 쉬울 것"이라며 "지평이 플랫폼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름 노력을 해왔고, 모두 9개까지 늘어난 지평의 해외사무소도 같은 차원에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성택 변호사
◇임성택 변호사

9개 해외사무소 가동

임 대표는 지평 미얀마 사무소의 경우 일본 기업에 대한 자문이 많은데, 단순히 현지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을 넘어 2단계 수준까지 발전한 경우라고 풀이했다.

임 대표는 지평 플랫폼의 강화를 위해 업무혁신과 함께 다양한 인재의 영입을 강조했다. "로펌이 발전하고, 플랫폼이 되려면 더 다양성이 요구된다"며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뽑으려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지평의 인재영입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판, 검사 출신 등 경력 변호사들의 가세가 주목을 끌고 있다.

임 대표는 "지평이 인재 채용이 까다롭고, 보수적이며, 비슷한 사람들만 선호한다는 등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고 선을 긋고, "순혈주의도 이미 오래 전에 뛰어넘었다"고 덧붙였다.

19년 전 14명으로 시작한 법무법인 지평이 전문가 200명이 넘는 법률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임성택 대표는 특히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토론을 중시하는 민주적인 문화, 공익을 중시하는 지평의 가치를 발전시키며 민주적 로펌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값진 성과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평의 남다른 시도와 성과가 다른 로펌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19년 전에 탄생한 로펌 '지평'의 이름엔 로펌의 새로운 지평을 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지평의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임성택 대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로펌 이상의 로펌'을 지향한다. 고정관념을 배제하고,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는 법률전문가들의 플랫폼을 추구하자는 것이 그가 구상하는 미래 로펌의 모습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