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남북 저작권 교류 활성화를 위한 제언
[리걸타임즈 칼럼] 남북 저작권 교류 활성화를 위한 제언
  • 기사출고 2019.03.0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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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민간 중심 시스템 구축 필요"

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냉랭했던 한반도 정세가 작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하여 4 · 27 남북정상회담과 분단 70년 만에 처음으로 성사된 6 · 12 제1차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인해 완연한 해빙무드에 들어서게 되었다. 특히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와 함께 찾아온 삼지연 관현악단의 축하 공연과 남한 가수들의 평양 공연 '봄이 온다' 등의 문화예술교류가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하고 남북관계의 훈풍을 가져옴은 물론이다. 앞으로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서, 남북 문화예술교류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의 문화예술교류가 활성화됨에 따라 남북한 상호간 상대방의 저작물에 대한 수요가 증대될 것이고 이에 따라 많은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임형섭 변호사
◇임형섭 변호사

저작권법상 실연자에 보상해야

일례로, 삼지연 관현악단의 서울 공연과 방탄소년단과 같은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을 조선중앙텔레비죤이나 남한의 방송사 등에서 방영할 경우 남북한의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 삼지연 관현악단의 서울 공연 등은 저작권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실연'에 해당하고(남한 저작권법 제2조 제4호), 이날 공연이 상업용 음반으로 녹음 제작되어 방송사나 유튜브 등을 통해 방영될 경우 실연자인 삼지연 관현악단이나 국내 아이돌 가수 등에게 상당한 보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남한 저작권법 제65조 제1항 본문).

이하에서는 남북한 저작권법을 비교 분석하면서, 남북한 교류 활성화에 따른 저작권 보호와 분쟁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먼저 현행 남북한 저작권법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법제정 목적과 관련하여, 북한 저작권법은 제1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리용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문학예술과 과학기술발전에 이바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남한의 저작권법과는 달리 저작권법의 제정 목적으로 과학기술발전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건축저작물 보호대상에서 제외

저작물의 종류 및 보호대상과 관련하여, 북한 저작권법 제9조는 저작물의 종류를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어, 위 조항에 열거되지 않은 저작물은 북한에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건축저작물의 경우, 남한에서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남한 저작권법 제4조 제5호), 북한 저작권법에서는 그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한편 북한 저작권법 제6조는 "출판, 발행, 공연, 방송, 상영, 전시 같은 것이 금지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보호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여 북한 체제에 반대하는 출판물 등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남한 저작권법이 저작물성 인정 여부에 저작물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과는 구별된다.

보호기간과 관련하여, 북한 저작권법은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북한 저작권법 제23조), 남한 저작권법은 2011년 개정을 통해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연장하였다(남한 저작권법 제39조).

저작물의 이용과 관련하여, 북한은 저작물의 이용은 저작권자가 하며,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아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북한 저작권법 제27조). 기관, 기업소, 단체에 소속된 공민이 직무수행으로 창작한 저작물은 그 기관, 기업소, 단체가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북한 저작권법 제28조), 저작물을 이용하는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은 저작권자에게 해당한 요금을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북한 저작권법 제31조). 다만, 남한 저작권법은 사적자치의 원칙상 저작권자가 이용자와 저작권 이용료를 협의하여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반하여, 북한 저작권법은 저작권 이용료를 가격제정기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북한 저작권법 제31조). 한편 저작권을 외국인에게 양도할 경우 아무런 제약이 없는 남한과는 달리 북한 저작권법은 정부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북한 저작권법 제21조).

외국인에 저작권 양도, 승인받아야

남북한은 분단 후 상대 저작물에 대한 강한 규제를 해오다가, 1991년에 체결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 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 제16조에서 "남과 북은 과학, 기술, 교육, 문학, 예술, 보건, 체육, 환경과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및 출판물을 비롯한 출판, 보도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실시한다"고 합의하면서 남북 저작권 교류가 시작되었다. 이후 1992년도에는 '제3장 남북 교류, 협력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를 채택하였는데 위 부속합의서 제9조 제5항은 "남과 북은 쌍방이 합의하여 정한데 따라 상대측의 각종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부속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위 합의서는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지 못하였다.

그 후 2000년 6 · 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 문화교류는 이전과 비교하여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북한은 저작권 관련 제도 정비에도 노력을 더하여 2001년에 최초로 저작권법을 제정하였다. 이후 2004년에 저작권 사업을 총괄하는 북한 저작권사무국을 신설하였다. 북한 저작권사무국은 북한의 저작권을 통합적으로 장악, 관리하는 국가기관이다. 북한 저작권법은 재산적 권리를 다른 나라 법인이나 개인에게 양도하려 할 경우에는 해당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제21조),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을 경우 해당 기관의 승인을 받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제27조), 여기서 승인을 하는 해당 기관이 바로 북한 저작권사무국이다.

2005년에는 남북한이 간접적으로나마 남한에서 북한 저작물의 이용 절차와 방법과 관련 최소한의 합의에 이르렀다. 즉, 남한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과 북한의 저작권사무국 및 민족화해협의회와 사이에 「북측 저작물의 남측 사용에 대한 교류와 협력」을 합의하고,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 북한의 모든 저작물에 대한 사전 협상권을 부여하였다. 이에 따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북한 저작권사무국을 통해 저작권 동의를 받아 남측 사용 희망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저작권 교류를 하고 있고, 2006년~2017년까지 계약 건수는 860건에 이른다.

저작권 교류 계약 860건

이러한 저작권 교류 방안이 마련되면서 기존에 남한 내에서 북한 저작물의 무단 사용이나 제3국을 통한 저작권 양도에 따라 발생하던 저작권 분쟁은 다소 감소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적인 교류로는 남북 저작권의 안정적인 교류 확대로 연결되기에는 한계가 있고, 북한 저작권의 남한 사용에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05년 합의를 통해 북한 저작물에 대한 남한 내 보호방안은 마련되었으나, 남한 저작물에 대한 북한 내 보호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비된 상태이다.

이에 대해 우리 법원은 '소설 두만강 사건' 이래로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 지역에 거주한 자의 저작물은 남한 저작권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서울민사지방법원 1989. 7. 26. 89다카13692호 사건 등). 그러나 남한의 사법권이 현실적으로 북한 지역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법원의 입장은 남한 내 분쟁에서는 유효할 수 있겠으나, 실질적으로 북한 지역 내에서 이뤄지는 저작권 침해행위를 시정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별도로 북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서두에서 언급했던 남한 아이돌 가수들의 평양 공연을 예를 들겠다. 만약 위 공연이 상업용 음반으로 녹음 제작되어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죤을 통해 방영될 경우 해당 아이돌 가수들에게 실연에 대한 상당한 보상을 해줄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삼지연 관현악단의 서울 공연 모습(오마이TV 유튜브 화면 캡쳐). 남북간 문화교류 활성화에 따라 남북 저작물의 이용 및 저작권 보호방안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삼지연 관현악단의 서울 공연 모습(오마이TV 유튜브 화면 캡쳐). 남북간 문화교류 활성화에 따라 남북 저작물의 이용 및 저작권 보호방안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북한도 베른협약 가입국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남북한이 현재 저작권에 관한 조약인 베른협약의 가입국이고, 북한 저작권법 제5조에서도 위 조약에 따른 "보호국법주의와 내국민대우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만약 북한이 남한 주민을 외국인으로 본다면 위 조항에 따라 보호가 가능하다. 다만 남북한의 특수성상 북한이 남한 주민을 외국인으로 간주하여 보호할지는 의문이다. 설령 북한 저작권법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저작권법이 국가 관리에 필요한 저작물을 복제, 방송하거나 편집물 작성에 이용할 경우 저작권을 제한하고 있는 이상 위 공연저작물은 "무허가 이용"의 대상에 해당되므로(북한 저작권법 제32조 제4호), 위 공연이 녹음된 상업용 음반을 방송하는 것이 북한의 국가관리에 필요하다고 인정되기만 하면, 해당 가수 등에 대한 보상 없이 얼마든지 방송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간 저작권 보호 불균형

이처럼 남한에서는 북한의 저작물을 남한의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하고 있지만 북한에서 그와 상응하는 보호가 이루어질 것을 현행의 법체계상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저작권 보호의 상호주의라는 대원칙에서 본다면 남북한 사이에 저작권보호의 균형이 맞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결국 남북한 간의 저작권 보호 수준의 간격을 최소화하고, 남북 주민의 저작물을 상호간에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주민의 저작권에 관한 의식을 끌어올리는 노력과 함께 저작권 분야의 교류협력 증진을 위한 별도의 남북협정의 체결이 필요한 대목이라 할 것이다.

남북한은 1991년도 기본합의서와 1992년도 남북 교류, 협력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를 채택하여 남북한이 상대측의 각종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장기간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실질적인 의미가 없었으나, 다시 남북한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남북 문화교류의 물꼬를 트는 측면에서 조속히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저작권 교류 증진을 위한 남북 협정시, 북한 저작권법에 남한 저작권법 보호 수준 상당의 보호를 규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겠으나, 현실적으로 남한과 북한의 체제 및 저작권 보호 범위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고, 남북한 화해 · 협력의 관점에서 남북한의 저작물 접촉이 최대한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남북한이 합의에 이르지 않을 경우 북한에서 유통되는 남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에 대하여 실효성 있는 보상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시적으로 남한의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를 달리하는 협의를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저작권법을 국제기준에 맞게 수정하여 남북한이 유사한 수준의 저작권법 체계를 마련하고, 남북한 특별협정 내용도 그에 맞게 수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남북한 특별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실무 조직이 없으면 실질적인 운영 · 집행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특별협정과 별도로 남북한 당국이 수시로 논의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남북 저작권 교류위원회 등의 직접적인 채널도 구축될 필요가 있다. 또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하여 국회가 남북합의서의 체결 ·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제21조 제3항), 만약 위 특별협정이 국가 또는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발생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면 위 법에 따른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작권위탁관리기구 설립 필요

한편 민간차원의 저작권 보호 및 분쟁해결 방안으로 남북한에 각각 저작권을 포괄적으로 대리할 수 있는 기구나 회사 즉, 「저작권위탁관리기구」를 설립하여 남북한 상호간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분쟁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강구해볼 필요도 있다. 구체적으로, 남한 저작권위탁관리기구는 남한 저작권자로부터 남한저작물의 북한 지역에서의 사용을 허락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 · 신탁 받고, 북한 저작권위탁관리기구 역시 북한 저작권자로부터 북한 저작물의 남한 지역에서의 사용을 허락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 · 신탁 받아 각 저작물의 사용허락을 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다. 그리고 각 저작권위탁관리기구는 각자 주민들이 상대측의 저작물 사용 신청을 접수하는 창구역할을 감당하도록 하여, 법적으로 또는 사실상 저작물 이용계약 루트를 일원화하도록 하여 남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도 남한의 저작물을 이용하는데 편의성을 제공한다면 남북 문화교류 활성화와 함께 단일하고 공식적인 이용절차를 통해 저작권 분쟁을 해결하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남북 간에 저작권위탁관리기구를 통하여 저작권의 이용거래가 이루어진다면, 남북한의 저작물 및 저작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저작권자와 사용자 사이의 직접 계약에 비해 시간과 경비 절감, 저작권이용계약이 표준화될 수 있고, 저작권료나 보상금 지급 및 배분이 용이하게 되며, 계약위반이나 저작권 침해의 분쟁을 해결함에 필요한 사실 확인 및 정보제공, 세제혜택, 저작권 이용 또는 양도에 관한 이중계약 방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반도에 화해와 남북관계 개선의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저작권 분야의 교류와 협력은 저작물로 대표되는 남북한 사이 문화 교류와 협력이 전제되어야만 활성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남북한 사이의 문화적 교류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활발한 남북간의 문화교류를 뒷받침하기 위해 남북간의 저작권 이용 및 보호를 위한 방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간의 저작권 교류를 통한 남북문화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가능하다면 남북 정부의 통제는 최소화하고 민간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남북 간에 서로의 저작물을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역할과 창구를 일원화하기 위한 저작권위탁관리기구의 설립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으므로, 저작권 교류 및 보호에 관한 남북 특별협정의 내용에도 위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많은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남한 저작물을 이용하게 된다면, 남북한 사이 문화 격차가 완화되고, 통일 이후의 문화적 · 가치관적인 갈등이 최소화되어 남북은 하나의 문화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민족의 동질성이 회복되고, 정신적인, 문화적인 유대와 공감대가 깊어진다면, 어느새 남북한의 통일은 자연스럽게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작권 분야의 교류와 협력의 활성화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준비를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임형섭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hyungsub.lim@leeko.com)

**임형섭 변호사는 법무법인 광장 북한팀의 파트너 변호사로, 통일부 개성공단법률자문단 자문위원, 통일부 통일법제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