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특별기고]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도입과 과제
[리걸타임즈 특별기고]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도입과 과제
  • 기사출고 2019.03.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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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구 변호사]

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핀테크 산업이 다양한 영역에서 기존 금융시스템이 지니고 있는 현상을 파괴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핀테크는 지급결제, 해외송금, 인터넷전문은행, 자산관리 및 보험영역은 물론 블록체인 등 신기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비하여,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은 해외 사례에 비하면 그 발전 속도가 더디며, 심지어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국내에서 영업을 피하고 해외로 이동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현구 변호사
◇강현구 변호사

올 4월부터 시행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현행 금융규제 체계가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으며, 현재의 규제체계로는 신기술, 신산업의 빠른 변화를 신속히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하에, 2018. 3. 6. 국회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이미 도입 · 운영하고 있는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의 해외사례를 참작하여 금융분야 규제 샌드박스 특별법인 '금융혁신지원특별법안'이 발의되었다. 이후 동 법안이 2018. 12. 7.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19. 4. 1. 시행될 예정인바, 곧 시행 예정인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국내에서 과연 잘 정착될 것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아래에서는 현행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주요 내용 및 현황을 설명하고, 이러한 제도가 잘 정착되기 위하여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샌드박스(sandbox)는 미국 가정집 뒤뜰에 어린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만든 모래통에서 유래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제 샌드박스란 "혁신사업을 제공하고자 하는 사업자가 기존 규제의 불허 또는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사업 시행이 어려운 경우 보다 완화된 규제 환경에서 혁신 사업을 시험적으로 운영해 볼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현행 금융법 체계는 규정 중심의 촘촘한 규율체계로서 금융산업 활성화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고, 혁신적 금융서비스의 시장진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현행 금융규제의 유연한 운용이 필수적이라고 보여지므로, 개별법 개정을 통해 정식 법제화를 하기 전에 테스트를 통해 해당 서비스의 시장 영향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는바,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주요 내용이다.

(1)혁신금융서비스의 정의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대상이 되는 서비스는 '혁신금융서비스'라고 볼 수 있는데, 곧 시행 예정인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하 "금융혁신법")은 '혁신금융서비스'란 기존 금융서비스의 제공 내용 · 방식 · 형태 등과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업 또는 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말하는 것으로 규정한다(제2조 제4호). 즉 혁신금융서비스는 '혁신성'에 대한 정의와 '금융서비스'에 대한 정의를 결합하여, 기존 서비스의 제공 내용 · 방식 · 형태 등과 차별성이 인정되어야 하고('혁신성'의 정의), 금융업 또는 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이어야 함을('금융서비스'의 정의) 알 수 있다.

(2)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의 적격자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을 할 수 있는 자는 금융회사 등과 국내에 영업소를 둔 상법상의 회사이다(금융혁신법 제5조 제1항). 사실상 혁신금융서비스의 지정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에 거의 제한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금융회사 등은 물론 혁신적 기술 및 아이디어를 가진 다양한 기업이 제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상법상의 회사를 포함하였고, 다만 금융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제도 취지를 감안하여 국내에 영업소를 둔 경우로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혁신금융서비스의 심사기준 및 심사주체

금융혁신법은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을 심사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바, 즉 (i)해당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자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된 활동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ii)해당 금융서비스가 기존의 금융서비스와 비교할 때 충분히 혁신적인지, (iii)해당 금융서비스의 제공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되는지, (iv)이 법에 따른 규제 적용의 특례 없이도 금융관련법령에 따라 해당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거나, 특례를 적용할 경우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 규제를 회피하거나 우회하는 결과를 초래하는지, (v)신청자가 해당 금융서비스를 적절히 영위할 자격과 능력을 갖추었는지, (vi)영위하고자 하는 금융서비스의 범위 및 업무방법이 구체적이며 사업계획이 타당하고 건전한지, (vii)이용자의 범위 또는 이용자 수, 건별 거래금액의 한도, 고객별 거래 횟수 등에 대한 제한 방안 등을 포함한 '금융소비자 보호 및 위험 관리 방안' 등이 충분한지, (viii)해당 금융서비스로 인하여 금융시장 및 금융질서의 안정성이 현저히 저해될 우려 등이 있는지, (ix)해당 금융서비스가 금융관련법령의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 등이 있는지 여부 등의 요건을 금융위원회가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제4항). 그리고 동법은 금융위원회가 이러한 혁신금융서비스의 심사를 위하여 '혁신금융심사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기술 · 금융 · 법률 · 소비자보호 전문가 등을 포함하여 25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제1항, 제2항, 제3항). 위 심사기준은 영국의 금융규제당국인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의 규제 샌드박스 적용 심사기준을 주로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4)혁신금융서비스의 지정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심사위원회의 심사'와 '관련 행정기관의 동의'를 거쳐 2년의 범위 내에서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할 수 있다(금융혁신법 제4조 제1항). 그리고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는 경우 (i)해당 혁신금융서비스의 종류, 내용 등 업무범위에 관한 사항, (ii)해당 혁신금융서비스 이용자의 범위 등 업무 대상에 관한 사항, (iii)해당 혁신금융서비스의 업무방법에 관한 사항, (iv)자료제출, 검사 등 감독에 관한 사항, (v)금융관련법령 중 적용이 배제되는 규정 등 규제 적용의 특례에 관한 사항, (vi)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의 효력기간(이하 "지정기간") 등 그 밖에 금융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포함하여 지정하게 된다(금융혁신법 제4조 제2항).

◇법무법인 광장이 2월 21일 서울 을지로 은행연합회에서 '금융규제 샌드박스 및 마이데이터 산업 관련 세미나'를 열어 정부가 4월 1일부터 허용하기로 한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소개했다. 강현구 변호사 등이 발표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2월 21일 서울 을지로 은행연합회에서 '금융규제 샌드박스 및 마이데이터 산업 관련 세미나'를 열어 정부가 4월 1일부터 허용하기로 한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소개했다. 강현구 변호사 등이 발표했다.

(5)지정시 규제 특례

금융혁신법은 혁신금융사업자가 지정기간 내에 영위하는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해서는 사업 또는 사업자의 인허가 · 등록 · 신고, 사업자의 지배구조 · 업무범위 · 건전성 · 영업행위 및 사업자에 대한 감독 · 검사와 관련이 있는 금융관련법령상 규정 중 금융위원회가 특례를 인정하는 규정은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제17조 제1항), 다만 특례를 인정할 경우 금융소비자의 재산, 개인정보 등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되거나 금융시장 및 금융질서의 안정성이 현저히 저해될 우려 등이 있는 금융관련법령상 규정에 대해서는 특례를 인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제7조 제2항). 이 규정이 동법의 핵심 규정인바, 혁신금융서비스의 지정을 받게 되면, 인허가 등 금융관련법령상 규제 전반에 대해 폭넓게 특례 인정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6)소비자 권리구제

금융혁신법은 혁신금융사업자가 혁신금융서비스의 제공 및 중단 등으로 인하여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다만 혁신금융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한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7조 제1항). 즉 사업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칙적으로 사업자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나, 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면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입증책임의 전환을 인정하고 있다.

입증책임 전환

그리고 금융혁신법은 혁신금융사업자가 손해배상책임의 이행을 위해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다만 혁신금융사업자가 책임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금융위원회와 별도 협의를 거쳐 규제 적용의 특례로 발생할 수 있는 인적 · 물적 손해에 대한 배상방안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7조 제2항). 즉 사업자의 배상여력이 없을 경우를 대비하여 사업자에게 배상책임 이행을 위한 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7)테스트 종료 후 후속조치

최대 2년의 범위에서 테스트 기간이 종료되면 규제 특례는 원칙적으로 종료되므로, 혁신금융사업자는 지정기간이 만료된 경우 혁신금융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금융혁신법 제9조). 다만 혁신금융사업자는 혁신금융서비스의 지정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의 기정기간 연장 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금융위원회는 연장여부를 심사하여 1회에 한하여 2년 이내로 기정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금융혁신법 제10조).

그리고 혁신금융사업자가 혁신금융서비스를 계속해서 영위하기 위하여 기정기간 만료 이전에 금융관련법령에 따른 인허가 등을 신청하는 경우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인허가 등의 요건 중 일부 또는 전부의 충족 여부에 대한 의견을 금융위원회 및 관련 행정기관에 제시할 수 있으며(금융혁신법 제21조),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간 만료 후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금융위원회 및 관련 행정기관에 법령의 제 · 개정을 권고할 수 있다(금융혁신법 제13조 제5항). 즉 혁신금융사업자의 시장 안착 지원을 위하여,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테스트 기간 중 인허가 또는 등록요건 일부가 충족되었음을 확인한 경우 의견제시 등을 통하여 심사절차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으며, 시범서비스의 정식 시장출시를 위해 관련 법령 제 · 개정 등 제도개선이 필요한 경우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입법조치를 권고하도록 하였다.

끝으로 혁신금융사업자는 인허가 완료 후 최대 2년 이내에서 다른 사업자가 동일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없도록 요구할 수 있는 배타적 운영권을 인정하고 있다(금융혁신법 제23조).

88개사, 105개 서비스 지정 신청

금융혁신법 시행일은 2019. 4. 1.이나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서비스의 조기 출현을 위하여 2019. 1. 21.~1. 31. 기간 중 규제 샌드박스 사전신청을 받았고, 88개 회사(금융회사 15개사, 핀테크기업 73개사)가 105개 서비스에 대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위원회는 분야별 우선심사 대상 후보군을 최대 40여건 선정하고, 3월말 우선심사대상을 최대 20여건 확정하기로 하였으며, 2019. 4월초에 1차 신청공고를 실시하여 우선심사 대상자를 대상으로 신청서 접수를 받고 4월 중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4월 중순 2차 신청 공고를 실시하여 우선심사 대상 후보군에 올랐으나 최종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 우선심사 대상 후보군에 속하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여 신규로 신청을 받기로 하고, 5~6월중 혁신금융서비스를 추가로 지정하기로 하였다.

위와 같이 금융규제 샌드박스 사전 신청 결과를 보면, 금융회사,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대하여 관심과 기대가 큰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기대가 큰 만큼, 금융회사 및 핀테크 기업들이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활발하게 출시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잘 정착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영, 싱가포르, 호주 운영사례 분석 의미

그런데 전술한 바와 같이 금융규제 샌드박스 특별법인 금융혁신법은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이미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는 해외사례를 참고하여 입법한 것이다. 따라서 위 국가들의 규제 샌드박스 운영 사례를 참고하여 그 실효성 여부를 분석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혁신법 제정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실험 근거를 마련하였다고 보고, 핀테크 활성화 및 금융권의 경쟁과 혁신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이 아무리 훌륭하게 정비되었다 하더라도 그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 여부가 그 제도의 성패를 가른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금융위원회 및 그 산하 감독당국은 동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해외사례에 대한 끈임 없는 관찰 및 분석과 우리 핀테크 사업의 현실 및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리라 본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이고, 4차 산업혁명의 일환인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매개체임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는 물론 국내 경제환경이 좋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새로운 산업발전의 동력으로서 그리고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로서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보며,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강현구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hyunkoo.kang@lee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