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결혼해 독립한 입영대상자에 부모 있어도 경제적 도움 못 받고 있다면 병역감면 가능"
[행정] "결혼해 독립한 입영대상자에 부모 있어도 경제적 도움 못 받고 있다면 병역감면 가능"
  • 기사출고 2019.02.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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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경제적 도움 여부 따져봐야"

결혼하여 독립한 입영대상자에게 부모나 형제자매가 있더라도 부모나 형제자매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병역감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양현주 부장판사)는 1월 11일 박 모(27)씨가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 거부처분과 상근예비역 입영처분을 취소하라"며 인천지방병무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누54844)에서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취소하고, "병역감면 거부처분 등을 모두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살이던 2010년 7월 병역판정검사를 받은 결과 신체등급 3급으로 판정되어 현역병 입영 대상자 처분을 받은 박씨는 2013년 12월 상근예비역 소집 대상자로 선발되었으나 자녀양육을 사유로 입영을 연기했다. 박씨는 대학교 1학년이던 2011년 결혼해 자녀 2명을 두었고, 2012년 3월부터 부모로부터 독립해 휴대폰 대리점 판매원과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부인과 자녀들의 생계비를 조달했다.

박씨는 2015년 11월 재병역판정검사 결과 종전과 동일한 신체등급 3급을 받아 재차 현역병 입영 대상자 처분을 받았으나 다시 자녀양육을 사유로 입영을 연기한 후 2017년 병역법상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 해당한다며 생계유지곤란을 이유로 병역감면신청을 냈다. 그러나 병무청이 부모와 여동생을 포함한 박씨 가족의 재산, 수입 등에 비추어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박씨에게 육군 모 사단으로 입영하라는 상근예비역 입영통지를 하자 박씨가 소송을 냈다.

박씨는 "혼인 이후로 부인, 자녀들과 함께 살면서 부모, (미혼인) 여동생과는 세대와 생계를 달리하여 왔고, 아버지는 파산선고를 받았고, 어머니는 개인회생절차 중에 있으며 부모와 여동생이 내 처자식에게 경제적 지원을 한 바가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경제적인 지원을 할 여력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내가 현역병으로 복무하는 경우 부인과 자녀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생계곤란 심의위원회에서 원고의 감면원을 부결처리한 이유로는, 전자부품제조업체의 생산부 팀장으로 일하는 원고의 모가 월 470여만원의 수입이 있어 원고의 생계를 충분히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고려되었는데, 오히려 원고의 모는 그동안 근무하던 회사에서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연장근무와 휴일근무가 현격하게 감소되어 월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수입이 줄어들었고, 줄어든 수입으로는 고정적인 지출(집 대출금, 기타 할부금, 원고의 부모 및 여동생 생활비 등)을 감당하기에도 벅차고 원고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줄 수 없는 형편이다.  또 원고의 여동생은 2016년 4월 자신의 명의로 분양받은 오피스텔에서 부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온라인마케팅 업체에 근무하여 월 170만원의 수입이 있고, 야간대학에 재학 중이다. 원고 본인과 부인, 자녀의 재산은 통장 잔액 100만원, 보험해약금 26만원, 주거지의 임차보증금 평가액 245만원, 원고 부모와 여동생의 재산은 오피스텔과 어머니 명의 자동차(148만원), 여동생 명의의 자동차(337만원)가 있고 예금과 보험 합계 3500만원 정도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원고의 부모와 여동생이 가족에 포함되고, 일정한 재산이 있으며, 원고의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어느 정도의 수입이 있지만, 그들이 원고 본인과 배우자 및 자녀의 생계를 도울 여력이나 의사가 있어 보이지 않고, 더욱이 원고의 주장으로는 원고 본인이 배우자 및 자녀와 함께 살림을 따로 날 때에는 물론 그 후 현재까지 원고의 부모나 여동생으로부터 아무런 경제적 도움도 받지 못하였고 오히려 원고의 부모가 사업을 하면서 원고나 원고의 배우자의 이름으로까지 대출을 받는 바람에 그로 인한 신용불량에 시달리는 등 부담만 있었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피고로서는 원고 가족의 구성형태, 원고의 성장과정, 원고의 부모나 여동생이 과연 원고 본인과 배우자 및 자녀들의 생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사실상 생계에 도움을 주었는지 등에 관하여 객관적 자료를 수집하여 확인하고 생계곤란 심의위원회에 심의토록 하는 등으로 병역법 시행령 130조 2항에 따라 원고가 비록 '사실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를 살폈어야 할 것인데, 이러한 고려없이 병역법 62조 1항 1호의 '가족'의 범위에 '생계와 세대를 달리하는 부모와 미혼의 형제자매'가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만 살펴본 후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 거부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에 대한) 상근예비역 입영처분은 병역감면 거부처분이 적법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병역감면 거부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이상 입영처분도 위법한 것이 된다"고 판시했다.

병역법 62조 1항 1호는 "현역병입영 대상자로서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은 원할 경우 전시근로역으로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병역법 시행령 130조 2항은 "지방병무청장은 1항에 따른 기준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실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사실을 확인한 후 병역법 62조 1항 1호에 따라 전시근로역에 편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1항은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