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뇌출혈로 쓰러진 동거녀와 무단 혼인신고…사문서위조 등 유죄
[형사] 뇌출혈로 쓰러진 동거녀와 무단 혼인신고…사문서위조 등 유죄
  • 기사출고 2019.02.1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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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혼인신고 추정적 승낙 인정 어려워"

뇌출혈로 쓰러진 동거녀의 재산을 상속받으려고 무단으로 혼인신고를 한 남성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A(37)씨는 주점을 운영하던 동거녀 B씨가 2017년 6월 26일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되자, B씨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다음날인 27일 갖고 있던 B씨의 신분증과 도장을 이용해 무단으로 혼인신고서를 작성하고, 증인란에 자신의 아버지와 동생의 이름을 적고 임의로 서명했다. A씨는 B씨가 쓰러진 지 이틀 만인 28일 울산의 한 구청 민원여권과에 위조한 혼인신고서를 제출해 혼인신고를 마무리했다. B씨는 A씨가 혼인신고한 지 사흘 만인 7월 1일 숨졌다.

울산지법 안재훈 판사는 최근 사문서위조 · 동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했다(2017고단4446) .

A씨는 재판에서 "B씨와 사실혼 관계였으므로 혼인신고에 대한 B씨의 추정적 승낙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안 판사는 그러나 "우리법제가 혼인신고제도를 두고 있고 혼인을 한 경우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절차도 매우 간략한 만큼, 혼인의 의사가 있으면서도 장기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고, 혼인신고로 인하여 신분적 ‧ 경제적 권리의무 변동이 적지 않으므로 그러한 점에서 보더라도 장기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려면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혼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진정한 혼인의사인 만큼 당사자의 의사를 가정적으로 판단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피고인과 B는 혼인신고를 장기간 하지 않고 있다가, B가 지병으로 쓰러져 의식이 없게 되자 바로 그 다음날 피고인 혼자 혼인신고를 마친 점, 두 사람이 같은 집에 살았지만 각방을 쓴 점, 피고인의 집안과 B의 집안 사이에는 교류가 없었던 점 등으로 볼 때, 피고인이 혼인신고를 함에 B의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판사는 "피고인은 지병이 있는 B에게 신장이식을 해준다고 하였고 그로써 B와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은 장기이식을 위해서는 혼인신고를 하여야 한다는 조언을 병원으로부터 듣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고 혼인신고를 미룬 별다른 이유도 없다"며 "피고인에게도 혼인의 의사가 확정적으로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 판사는 "피고인이 B와 연인관계에 있었던 자로서 B의 주점 영업을 도왔고, B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여러 가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나름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