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시영운수 추가 법정수당 청구, 신의칙 위반 아니야"
[노동] "시영운수 추가 법정수당 청구, 신의칙 위반 아니야"
  • 기사출고 2019.02.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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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경영상 어려움 엄격 판단해야"

단체협약으로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라고 주장해도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신의칙 위반 여부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월 14일 박 모씨 등 인천에 있는 시영운수 소속 시내버스기사 22명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연장 · 야간 ·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수당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추가로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5다217287)에서 이같이 판시, 박씨 등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김주관, 이국성, 최용규, 최선애 변호사가 원고들을, 시영운수는 법무법인 아이앤에스와 김앤장이 상고심을 대리했다.

박씨 등이 소속되어 있는 전국운수산업 민주버스노조 시영운수지회는 2011년과 2012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을 회사 측과 체결했다. 시영운수는 2011년 단체협약 등에 따라 회사에 재직하고 있는 운전직 근로자에게 기본급의 연 600%의 상여금을 연 12회로 나누어 매월 지급해 왔다. 박씨 등은 회사가 임금협정서상 기본급만을 기준으로 시간급 통상임금을 산정했다며 정기상여금과 근속수당을 포함시켜 시간급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2010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기간에 해당하는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신의칙 위반 여부 즉,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대법원은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므로 무효이지만, 노사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신뢰하여 이를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총액 및 다른 근로조건을 정한 경우 근로자가 정기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산정, 추가임금을 청구한다면 허용할 수 없다"고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에 관련된 신의칙의 내용을 분명히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 등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법정수당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것은 노사 양측이 합의 당시 상호 공통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법리적 사유를 들어 사용자에게 상여금을 추가한 통상임금을 토대로 한 추가적인 법정수당 지급의무를 부과함으로써 피고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게 되어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용인될 수 없으므로, 원고 등의 이 부분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 박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노사합의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전제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 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다만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 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고, 또한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고, 기업의 경영 상황은 기업 내 · 외부의 여러 경제적 · 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으므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고, 따라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2009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꾸준히 당기순이익이 발생하고 있으며, 매출액도 계속 증가하고 있고, 버스준공영제의 적용을 받고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한다고 하여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원심 변론종결일 당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빼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에게 청구할 수 있는 추가 법정수당은 약 4억원 상당으로 추산되고, 이와 같은 추가 법정수당 규모는 피고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 정도에 불과하다. 대법원은 또 "피고의 2013년 기준 이익잉여금만 하더라도 3억원을 초과하고 있어서 추가 법정수당 중 상당 부분을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