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미신고 외화거래 총액 10억 넘어도 건당 10억 안 되면 처벌 불가"
[외환] "미신고 외화거래 총액 10억 넘어도 건당 10억 안 되면 처벌 불가"
  • 기사출고 2019.02.1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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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체 행위 포괄일죄로 처단 불가"

전체 미신고 외화예금거래 총액이 10억원이 넘더라도 건당 미신고 외화예금거래 금액이 10억원을 넘지 못하면 이를 포괄일죄로 보아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월 31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S사 대표 정 모씨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S사에 대한 상고심(2018도16474)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씨는 그러나 특경가법상 사기 등의 혐의가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3년 6월이 확정됐다. 법무법인 법경이 1심부터 정씨를 변호했다.

정씨는 거주자로서 지정거래외국환은행의 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2016년 11월 7일경 해외인 필리핀 랑카완에서 비거주자인 필리핀에 있는 금융기관 '메트로뱅크(Metrobank)'와 정씨가 필리핀에 설립한 유령회사 명의로 예금거래계약을 체결하고 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같은날 미화 500달러를 예금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7년 8월까지 31회에 걸쳐 미화 합계 4,555,785달러(한화 52억 1700여만원 상당)를 예금하여 외화예금거래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외국환거래법 18조 1항 본문은 '자본거래를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29조 1항 3호는 '18조에 따른 신고의무를 위반한 금액이 5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40조 2호는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10억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씨가 한 31회의 외화예금거래 중 10억원을 초과하는 거래는 한 건도 없고, 다만 7회 거래부터는 전체 거래금액 합계액이 10억원을 초과하게 된다. 검찰은 일정 기간 동안 이루어진 일련의 미신고 자본거래가 포괄하여 그 총액이 10억원을 초과하면 외국환거래법 29조 1항 3호, 18조 1항 본문 위반죄의 일죄가 된다며 정씨 등을 기소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포괄일죄는 동일 죄명에 해당하는 수 개의 행위 또는 연속한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하에 일정 기간 계속하여 행하고,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그것을 구성하는 개별 행위도 원칙적으로 각각 범죄의 구성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개별적인 미신고 자본거래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일정 거래금액을 합하면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결과가 된다 하더라도 전체 행위를 포괄일죄로 처단할 수 없고, 외국환거래법 18조 1항 본문의 문언에 의하면 신고의무는 장래의 자본거래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명백한데, 만약 개별적인 미신고 자본거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일정 거래금액을 합하면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전체 행위를 포괄일죄로 처단할 수 있다면 과거의 자본거래에 대해서도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셈이 되고, 이는 이 조항의 문언에 반하거나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확장 또는 유추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환거래법 29조 1항 3호, 18조 1항 본문에 의하여 처벌대상이 되는 미신고 자본거래는, 금액을 일부러 나누어 거래하는 이른바 '분할거래 방식'의 자본거래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자본거래 금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는 외국환거래법 29조 1항 3호, 18조 1항 본문 위반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외국환거래규정에는 개별 자본거래가 누적되어 일정 금액 이상이 되는 경우를 규율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예컨대 외국환거래규정 7-2조 8호 및 9호에서는 신고 등을 요하지 않는 자본거래로 "거주자의 거래 건당 지급금액 또는 수령금액이 미화 3,000달러 초과 50,000달러 이내이고, 연간 지급누계금액 또는 수령누계금액이 미화 50,000달러를 초과하지 않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며, 7-11조 3항 1호에서는 거주자가 해외에서 비거주자와 예금거래 등을 하는 경우 한국은행총재에게 신고하여야 하는 경우로 "거주자가 건당(동일자, 동일인 기준) 미화 50,000달러를 초과하여 국내에서 송금한 자금으로 예치하고자 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