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구체적 해산사유 고지 안 한 물대포 직사살수 위법"
[손배] "구체적 해산사유 고지 안 한 물대포 직사살수 위법"
  • 기사출고 2019.02.12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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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한 · 미 FTA 반대 집회 참가자에 배상하라"

2011년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 직사살수에 맞아 다친 시위 참가자들이 사건 발생 8년 만에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당시 경찰이 구체적인 해산사유를 고지하지 않은 채 '불법집회이니 해산하라'는 방송만 한 다음 직사살수를 한 것은 적법한 해산명령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월 17일 한 · 미 FTA 반대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다친 한국청년연대의 공동대표인 박 모씨와 한국진보연대의 공동대표인 이 모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5다236196)에서 "국가는 위자료로 박씨에게 120만원, 이씨에게 8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설창일 변호사가 1심부터 원고들을 대리했다.

박씨와 이씨는 2011년 11일 1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한 · 미 FTA 저지 집회에 참가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가 종료된 후인 오후 3시 30분쯤부터 원래의 집회장소인 산업은행 후문 앞 인도를 벗어나 여의도 문화마당 4개 차선과 산업은행 앞 4개 차선을 모두 점거하면서 국회와 한나라당사까지 진출을 시도하자 일반교통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물포를 발사하는 등 저지에 나섰다. 경찰은 방송차를 이용해 3차례 해산명령을 내렸으나 박씨 등 시위 참가자들이 불응하자 분산살수 1회, 곡사살수 1회, 직사살수 3회 등 5회에 걸쳐 물대포로 약 1만 2000ℓ를 살수했다. 당시 경찰은 해산명령을 하면서 '불법집회이니 해산하라'는 방송만 했을 뿐 구체적인 해산사유를 고지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외상성고막천공의 상해를 입은 박씨가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은 이씨가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이 집회의 경우 피고 소속 경찰관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해산명령을 함에 있어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로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라는 집시법상의 구체적인 사유의 고지 없이 '불법집회이므로 해산하라'는 방송만 하였을 뿐, 적법한 해산명령을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피고 소속 경찰관이 한) 직사살수는 적법한 해산명령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것으로 물포운용지침에 위배된 것"이라고 판단, 박씨에게 위자료 120만원, 이씨에게 8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용되어야 하고, 특히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현존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하며,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하기 위한 목적의 경찰장비이고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는 것은 집회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려면, 먼저 집시법 20조 1항 각 호에서 정한 해산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해산명령을 시행한 후에 직사살수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훈령인 '물포운용지침'에서도 '직사살수'의 사용요건 중 하나로서 '도로 등을 무단점거하여 일반인의 통행 또는 교통소통을 방해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라고 규정하여, 사전에 적법한 '해산명령'이 있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대법원은 "직사살수가 적법한 해산명령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