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암탉이 울면 망한다' 가부장적 남편에 혼인 파탄 책임 인정
[가사] '암탉이 울면 망한다' 가부장적 남편에 혼인 파탄 책임 인정
  • 기사출고 2019.02.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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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법] 아내 이혼 청구 받아들여

두 아이를 키우는 아내에게 신용카드 외에 매달 생활비 100만원을 주면서 자신의 기준을 강요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한 가부장적인 남편이 이혼소송에서 패소했다.

부산가정법원 윤재남 판사는 1월 9일 아내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를 받아들이고, 남편이 낸 이혼청구는 기각했다. 윤 판사는 또 B씨가 아내에게 위자료 1500만원과 재산분할로 1500만원을 주고, 자녀 2명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달까지는 1인당 월 50만원, 그 다음 달부터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는 월 6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2014년 3월 혼인해 두 명의 자녀를 둔 A, B씨는 1년 뒤인 2015년 2월경 중국 음식점을 개업했다. A씨는 친정 어머니에게 자녀를 맡기고 몇 개월 동안 카운터 일을 돕다가 어머니가 아이 돌보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자 일을 그만 두었다. B씨는 A씨가 음식점 일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으며, 음식점 운영이 잘 되지 않을 때도 관심이 없고, 음식점을 개업한 후 소비가 늘었다는 이유로 불만이 있었다.

B씨는 아내 A씨에게 매달 100만원의 생활비를 줬는데 아내가 생활비로 받은 현금을 대부분 친정 가족들과의 외식비, 택시비로 다 쓰고, 신용카드로 과소비를 한다고 생각했다. B씨는 급기야 2016년 6월 술을 마시고 들어와 욕설을 하면서 아내의 뺨을 때렸다. 병원 치료를 받고 와서 하소연하는 A씨에게, B씨는 "가장을 공경하고 섬겨야 가정이 편안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지경까지 올 수밖에 없다. 암탉이 크게 울면 침몰한다. 순종하고 항상 가장의 뜻이 먼저라고 생각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자녀들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불편을 느낀 A씨가  2017년 1월 친정 오빠로부터 차를 받아오면서 심해졌다. B씨는 자녀들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친정 식구들을 태워주려고 A씨가 차량을 가져왔으며 기존에 운행하던 경차에 대해 할인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차를 다시 돌려주라고 A씨에게 요구했고, A씨는 차 명의를 친정 언니로 바꿨다. 그런데도 B씨는 계속 아내에게 차를 돌려주라며 몇 달간 다투다가 차량을 반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활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2017년 4월 이후 생활비를 주지 않자 A씨는 두 달 후인 6월경 자녀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렸다.

별거 중에 B씨는 A씨를 집에 돌아오게 하기 위하여 "그리고 차도 가져오시오. 내년엔 당신과 나 둘이서만 가게를 운영할 것이요. 내년부터 애들 종일반 하고 당신이 여덟 시간만 해준다면 충분히 할 수 있소. 내가 쳐놓은 울타리만 넘지 마시오...그럼 평생토록 평안할 것이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A씨는 '아이들을 종일반에 보내도 6시에 마치며, 두 시간 동안 아이 둘을 가게에(서) 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애들을 아침에 보내고 나서 3시까지 가게 일을 하거나, 4시 이후에 아이들을 어머니께 부탁하고 일하겠다'라고 하여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고, 결국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결국 A, B씨는 각각 서로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윤 판사는 "원고와 피고가 2017. 1.경부터 차량 문제로 다투다가 별거에 이르렀는데, 원고가 피고와 상의 없이 오빠의 차량을 이전받아온 것은 잘못이나, 피고가 3, 4세의 어린 형제를 데리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하는 원고의 수고를 알고 자신의 차량을 사용하도록 배려하였다면 원고가 오빠의 차량을 받아오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피고가 원하는 만큼 음식점 일을 돕지 못하였으나, 어린 연년생 형제를 키우는 원고가 가사와 육아 이외에 음식점 일까지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이는 점, 피고는 원고가 생활비, 차량을 친정 가족들을 위하여 사용한다고 단정하여 원고를 서운하고 불쾌하게 한 점, 원고가 차량 문제로 인한 갈등이 생기기 전까지 피고가 주는 생활비 한도 내에서 피고에게 특별한 요구나 불평 없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면서 생활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피고는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하는 자신의 수고와 노력만 중요시하고, 가사 · 육아에 들이는 원고와 수고와 어려움은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면서 원고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원고에게 자신이 정한 기준에 일방적으로 따를 것을 강요하면서 원고의 희생을 요구하여 부부 사이의 갈등이 극심해졌다고 인정된다"며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은 피고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