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항공권 구매 후 7일 안에 취소했으면 위약금 안 내도 돼"
[민사] "항공권 구매 후 7일 안에 취소했으면 위약금 안 내도 돼"
  • 기사출고 2019.02.0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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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환불위약금 규정 무효"

항공권을 구매한 후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 기간인 7일 내에 구매를 취소한 경우 별도의 위약금 규정이 있더라도 소비자에게 위약금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환불위약금 규정은 무효라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최근 권 모씨와 고 모씨가 "항공권 구매 취소 위약금을 돌려달라"며 여행사인 W투어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나29442)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W투어는 원고들에게 각각 21만원씩 지급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이중 20만원씩을 W투어와 연대하여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권씨와 고씨는 2017년 8월 9일 W투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9월 25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호주 시드니에 도착하는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권 2매를 대기예약했다. W투어는 다음날인 10일 권씨와 고씨에게 항공권의 좌석이 확보되어 대기상태가 해소되었고 8월 11일 오후 4시까지 대금을 결제하지 않을 경우 예약이 자동취소됨을 안내했다. 이에 권씨와 고씨는 항공권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1인당 117만 2200원씩 234만 4400원은 항공요금 명목으로 아시아나항공 앞으로, 1인당 1만원씩 2만원은 발권대행수수료 명목으로 W여행사 앞으로 결제되었다. 결제 후 곧바로 권씨와 고씨 앞으로 전자항공권이 발행되었다.

권씨와 고씨는 그러나 6일 후인 8월 16일 W투어에 항공권 구매 취소 의사를 밝히면서 취소 수수료 내지 위약금이 있는지 물었다. W투어 측은 "취소시 1인당 항공사 위약금 20만원, 발권수수료 1만원, 항공업무대행 수수료 1만원으로 1인당 22만원의 환불수수료가 발생한다"고 답변했다. 권씨와 고씨가 구매한 항공권의 요금규정에는 취소일로부터 출발일까지의 기간에 따라 위약금이 차등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출발일 91일 이전에는 무료, 90일 내지 61일 전에는 11만원, 41일 내지 21일 전에는 20만원, 20일 내지 11일 전에는 28만원, 출발일 10일 이후에는 36만원의 위약금을 물게 되어 있었고, 권씨와 고씨는 당시 출발일로부터 40일을 앞두고 있었다.

권씨와 고씨는 항공사로부터 위약금에 대해 설명을 들었지만 다음날인 8월 17일 W투어 사이트 내 1:1 상담코너에 접속해 'W투어가 알려준 바와 달리 항공권 결제 후 7일 이내에는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청약의 철회를 할 수 있고, 항공권 구입을 취소하고자 하니 취소와 환불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이 사이트의 '예약' 페이지에 있는 '취소와 환불 요청'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항공권 대금 234만 4200원 중 1인당 20만원씩 위약금 4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94만 4200원만을 환급하고, W투어는 발권대행수수료 1인당 1만원씩 2만원을 환급해주지 않자 권씨와 고씨가 나머지 42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원고들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적법하게 청약철회를 한 경우, 피고 W투어는 계약상대방인 통신판매업자로서 그 구매대금을 반환해야 하고, 피고 아시아나항공은 계약당사자는 아니지만 전자상거래법 18조 11항에 따라 자신이 지급받은 대금의 범위 내에서 피고 W투어와 연대하여 대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반하여, 피고 W투어가 피고 아시아나항공의 발권 업무를 대행하는 것에 불과하다거나 피고 W투어가 판매하는 것은 발권대행 용역으로서 발권이 이루어진 이상 통신판매가 종료되어 그 부분은 청약철회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위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이 구매대금을 결제하고 전자항공권을 발행받은 것은 2017. 8. 10.인데, 그 때 원고들과 피고 W투어 사이에 항공권구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원고들에게 전자항공권이 발행되었을 때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았거나 전자상거래법 17조 1항 단서의 재화등의 공급이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원고들은 그때로부터 7일 내인 2017. 8. 17.에 W투어의 웹사이트에 청약철회의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전자상거래법에서 정한 청약철회 기간을 준수하였다"고 지적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원고들이 대기예약을 한 2017. 8. 9.부터 7일의 청약철회 기간이 기산된다고 주장하나, 항공권 예약 단계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예약취소가 가능하여 항공권구매계약이 체결된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을뿐더러, 피고의 주장과 같이 2017. 8. 9.부터 청약철회 기간이 기산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그로부터 7일 내인 2017. 8. 16. 피고 W투어에게 환불에 관하여 문의하였는데 W투어가 1인당 22만원의 환불위약금이 부과된다고 안내하였고, 이는 부당하게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청약철회 등에 대한 방해행위로 보아 청약철회 등에 대한 방해행위가 종료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전자상거래법 17조 1항 3호가 적용된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법 17조 1항 1호는 '통신판매업자와 재화 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로부터 7일 내에, 다만 그 서면을 받은 때보다 재화등의 공급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화 등을 공급받거나 공급이 시작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업자와 구매계약을 체결한 소비자에게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통해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17조), 그 경우 통신판매업자는 사유를 불문하고 그 대금을 반환해 주어야 하며(18조 2항), 공급받은 재화 등의 반환에 필요한 비용 외에 청약철회 등을 이유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18조 9항)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법 35조는 나아가 위 규정을 위반한 약정으로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구매한) 항공권의 환불위약금에 관한 약관은 소비자가 7일 이내에 적법하게 청약철회권을 행사한 경우에도 일정 금액의 환불위약금을 공제하고 대금을 반환하도록 한 것인바, 전자상거래법에서 정한 청약철회에 관한 규정(특히 18조 9항)을 위반하여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정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전자상거래법 17, 18조에서 정하는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약정은, 이것이 소비자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점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쉽게 유효하다고 해석하여서는 안된다"며 "원고들은 항공권 구입일로부터 7일 만인 2017. 8. 17. 청약철회권을 행사하였고, 그 때는 출발일인 2017. 9. 25.까지 40일이나 남아 있어 항공권 재판매가 충분히 가능한 시점인 점, 원고들의 청약철회권은 7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만 한정적으로 인정되는 것인 점, 할인 항공권의 경우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할 가능성이 더 크고, 청약철회권 자체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법률에서 특별히 인정한 것이므로 원고들이 위약금 규정을 다 고지받고 항공권을 구매하였다는 점은 청약철회권을 제한한 사정이 되지 않는 점, 청약철회 시점과 출발일이 근접한 경우에는 전자상거래법 17조 2항 3호(시간이 지나 다시 판매하기 곤란할 정도로 재화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 해당하여 청약철회가 제한된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원고들의 경우 출발일 40일 이전에 청약철회를 한 경우로서 그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는 점을 감안하면, 항공권의 환불위약금 규정이 소비자인 원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사정이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전자상거래법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등에서 환불위약금을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시 등 행정규칙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면 무효라고 볼 것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보호지침,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위약금 규정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법률에 반하는 위약금 규정이 유효해진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배선경 변호사가 원고들을, W투어는 김석준 변호사, 아시아나항공은 법무법인 지평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