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신고 경로 벗어난 불법 집회라도 단순 참가자는 일반교통방해죄 무죄"
[형사] "신고 경로 벗어난 불법 집회라도 단순 참가자는 일반교통방해죄 무죄"
  • 기사출고 2019.02.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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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신고 범위 현저히 이탈한 공모공동정범이어야 처벌"

신고된 경로를 벗어나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한 집회 · 시위라도 단순 참가자는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2조의 경찰서장이 붙인 조건에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해야 하고 가담 정도가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월 17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모(67)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8847)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여는이 1심부터 조씨를 변호했다.

조씨는 2015년 3월 28일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개최한 '국민연금 강화 ·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결의대회'에 참가하여 행진하면서 오후 4시 33분쯤 전후로 집회 참가자 3500여명과 함께 신고된 행진 경로가 아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LG트윈타워 앞 여의대로 전 차로를 점거한 채 시위하여 집회 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육로의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한 달 후인 4월 24일 민노총이 개최한 '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하여 행진하면서 오후 6시 13분쯤 전후로 다른 집회 참가자 3000여명과 함께 신고된 행진 경로를 이탈하여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차로 전 차로를 점거한 채 시위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검사가 제출한 채증사진에는 조씨가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2015년 3월 28일 오후 4시 33분쯤 LG트윈타워 앞 여의대로를 점거한 채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과 4월 24일 오후 6시 13분쯤 종로1가 교차로를 점거한 채 시위하고 있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주최자 측과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될 정도의 순차적, 암묵적 의사연락이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을 비롯한 집회의 참가자들은 신고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행진을 함으로써 그 일대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고, 피고인도 집회의 신고범위를 벗어난 차로 점거행위에 가담함으로써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자 조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의하여 적법한 신고를 마치고 도로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경우 도로의 교통이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으므로, 그 집회 또는 시위가 신고된 범위 내에서 행해졌거나 신고된 내용과 다소 다르게 행해졌어도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도로의 교통이 방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법 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으나, 집회 또는 시위가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집시법 12조에 의한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는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집시법 12조에 의한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집회 및 시위에 참가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참가자 모두에게 당연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참가자가 이와 같이 신고된 범위의 현저한 일탈 또는 조건의 중대한 위반에 가담하여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거나, 그렇지 아니할 경우에는 참가자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 등에 비추어 참가자에게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야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2014년까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조합원이었고, 이 사건 각 집회 당시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대표로 활동하였으나, 그것만으로 피고인이 각 집회의 주최자 측과 관련이 있다거나 각 집회의 신고 범위나 조건, 행진 계획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각 집회가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없는 상태에서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각 집회에 참가하면서 이미 교통통제가 이루어진 도로를 행진한다는 정도의 인식을 넘어 신고 범위의 현저한 일탈이나 조건의 중대한 위반에 가담한다는 인식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에 대한 채증사진만으로는 피고인의 각 집회에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고, 달리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며, 피고인이 각 집회의 주최자 혹은 직접적으로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참가자들과의 사이에 순차적 · 암묵적인 의사연락을 통해 교통방해의 결과를 초래하였다거나 교통방해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은 각 집회에 단순 참가한 것으로 보일 뿐, 피고인이 각 집회의 신고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데에 가담하여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조씨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