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추상적 막연한' 이유로 상주시의회 부의장 불신임의결 무효
[행정] '추상적 막연한' 이유로 상주시의회 부의장 불신임의결 무효
  • 기사출고 2019.02.0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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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불신임 근거 · 이유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의롭지 못하다'는 등의 추상적이고 막연한 사유를 들어 시의회가 시의회 부의장에 대해 불신임을 의결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행정1부(재판장 한재봉 부장판사)는 1월 23일 경북 상주시의회 김태희 부의장이 시의회를 상대로 낸 불신임의결 무효확인소송(2018구합24942)에서 "상주시의회 부의장 불신임의결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성한 변호사가 김 부의장을 대리했다.

김 부의장은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상주시의회 나선거구 시의원으로 당선되었고, 한 달 후인 7월 3일 상주시의회 본회의에서 8대 상주시의회 전반기 부의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런데 넉 달 후인 11월 5일 안 모씨 등 상주시의원 9명이 상주시의회 본회의에서 '의회 의원은 시민의 대변자로서 헌신적인 봉사자의 자세로 지방행정이 공정하고 올바르게 집행되도록 힘써 일하는 자리임에도, 김 부의장은 의롭지 못한 처사로 시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바른 자세를 보이지 못하였으며, 의회 부의장으로서 동료의원들과 화합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지역생활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데 큰 역할을 하여야 함에도, 분란의 중심에서 합리적인 직무수행이 결여되고 의원 사이의 상호협력을 저해하는 등 신임할 수 없는 처사를 보여 불신임하고자 한다'는 사유로 김 부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이어 상주시의회가 본회의에서 불신임안을 상정하여 재적의원 17명 중 10명의 찬성으로 이를 의결하자, 김 부의장이 불신임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지방자치법 55조 1항은 '지방의회의 의장이나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 지방의회는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구지법은 이에 앞서 김 부의장이 낸 불신임의결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인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지방의회 부의장을 불신임하는 의결을 하기 위해서는 피고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원고가 행정구제절차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며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불신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 원고에 대한 불신임 사유를 안씨 등 9명의 의원이 발의한 발의서에 기재된 내용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지 원고가 의롭지 못하고, 시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바른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분란의 중심에서 합리적인 직무수행을 결여하며, 의원 사이의 상호협력을 저해하였다는 것에 불과하고, 이처럼 불신임 사유는 매우 추상적이고 막연한 데다가 도대체 원고가 어떠한 법령을 위반하였는지, 정당한 사유 없이 어떠한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였는지 여부가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불신임 사유에 대하여 이를 소명하고 적절히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전혀 갖지 못하였으므로, 불신임의결처분은 지방자치법 55조 1항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하자는 법규의 중요 부분을 위반한 것으로서 중대한 하자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사유가 적법한 불신임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은 건전한 상식과 경험의 법칙에 비추어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며 "따라서 불신임의결처분은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상주시의회는 재판에서 "김 부의장이 상주시에서 의료법인의 병원장직을 수행함으로써 지방자치법 35조 5항에서 정한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법원 판결(99두6392 등)을 인용,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 있어서는 실질적 법치주의와 행정처분의 상대방인 국민에 대한 신뢰보호라는 견지에서, 처분청은 당초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에 있어서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을 뿐, 기본적 사실관계와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서 주장함은 허용되지 아니하고, 법원으로서도 당초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없는 사실은 이를 처분사유로 인정할 수 없으며,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주장하는 이와 같은 사유는 불심임의결처분 당시 원고의 불신임 사유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함이 명백하고, 게다가 9명의 의원이 발의한 발의서에 기재된 불신임 사유는 피고가 추가로 주장하는 위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직무상 의무위반행위가 특정되어 있지도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