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리베이트로 받은 15억 회사에 반환했다가 다시 인출해 추징금 납부했어도 횡령 무죄"
[형사] "리베이트로 받은 15억 회사에 반환했다가 다시 인출해 추징금 납부했어도 횡령 무죄"
  • 기사출고 2019.01.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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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환수 대상인 범죄수익일 뿐 회사 돈 아니야"

리베이트로 15억원을 받아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대표이사가 재판에서 선처를 받기 위해 이 15억원을 회사에 반환한 다음 법원에 양형자료로 제출한 뒤 판결이 확정되자 다시 15억원을 인출해 추징금으로 납부했다. 횡령죄에 해당할까.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월 10일 특경가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설범(61) 대한방직 대표이사에 대한 상고심(2018도16469)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원,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횡령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설 대표는 회사 소유의 공장부지를 애경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애경그룹으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15억원을 받았다가 2008년 12월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됐다. 설 대표는 재판에서 선처를 받기 위해 2008년 12월부터 2009년 4월까지 4회에 걸쳐 15억원을 회사 명의 계좌로 입금해 반환하고 이를 회사의 설 대표에 대한 일시적인 부채인 가수금으로 회계처리했다. 이어 반환내역을 유리한 양형자료로 제출해 2009년 4월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5억원 등을 선고받아 그대로 확정됐다.

그는 이후 회사에 입금했던 15억원을 2009년 7월부터 13회에 걸쳐 인출해 추징금으로 납부했다가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다시 기소됐다. 또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장기간 차명주식을 보유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량보유상황보고나 소유변동상황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도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설 대표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하자 설 대표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횡령 혐의와 관련, "원고가 입금한 15억원은 피고인이 리베이트 명목으로 불법적으로 지급받은 것으로서 결국 추징으로 환수되어야 하는 범죄수익일 뿐 정당한 매매대금과는 별개의 돈이므로 이 돈이 회사에 반환되어야 할 돈이라거나 피고인이 돈을 회사에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하고, "비록 피고인이 배임수재 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하여 15억원을 회사에 입금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회계처리 내역과 달리 그 돈을 회사에 확정적으로 귀속시켰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피고인이 배임수재 재판 확정 후 적법한 회계처리를 거쳐 회사의 자신에 대한 가수금채무의 이행행위로 15억원을 인출하여 사용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불법영득의사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설 대표는 15억원을 회사 계좌에서 인출한 즉시 이를 회사의 설 대표에 대한 가수금 채무의 이행을 의미하는 '가수금 반환' 등으로 회계처리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15억원이 명목만 가수금일 뿐 소유권은 회사에 확정적으로 귀속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바른이 1심부터 상고심까지 설 대표를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