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법인도 명예훼손죄 보호 대상"
[형사] "법인도 명예훼손죄 보호 대상"
  • 기사출고 2019.01.1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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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출판사 대표에 유죄 판결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명예훼손죄의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2월 28일 출판사 '문학동네'가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소설가 김훈씨의 신작 순위를 조작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해 문학동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기소된 S출판사 대표 이 모(54)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14171)에서 이씨의 상고를 기각, 벌금 3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2015년 9월 25일 오전 3시 49분쯤 한국출판인회의가 선정한 9월 4주차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소설가 김훈씨의 에세이 '라면을 끓이며'가 11위에 진입했다는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용하며 이 책을 출판한 문학동네가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 문학동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페이스북 게시판에 "김훈의 신작은 아직 출간도 전이다", "문학동네 알바 댓글러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사재기'만이 범죄가 아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사실인 것처럼 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사실 문학동네가 자사의 신간 도서를 광고하기 위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하고 온라인 서점에 아르바이트생들을 동원하여 댓글을 달아 도서 판매량을 조작한 사실이 없었다.

재판에서는 법인이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인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1심 재판부는 "법인이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인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은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부적 명예이고(87도739 판결 참조), 이와 같이 명예를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로 이해한다면 법인도 사회적 평가의 대상으로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을 향유하여 당연히 명예의 주체가 된다"고 판단, 유죄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법 규정 전반에 걸쳐 범행의 보호대상인 객체 등을 '타인'과 '사람'으로 달리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문언의 의미, 전체적인 맥락과 흐름,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타인'에는 자연인과 법인이 모두 포함되고, '사람'에는 자연인 외에 법인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나누어 해석할 수 없으며, 입법자가 법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처벌하지 않겠다고 결단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주의 발달로 주식회사 등 법인격을 가진 기업은 자연인과 별개로 독자적인 사회적 · 경제적 지위를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연인과 유사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며 "법인의 사회적 · 경제적 지위로 인하여 오히려 자연인보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가 클 수 있으므로 이를 보호할 필요성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민사상 구제수단으로 보호하면 충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 대법원은 명예훼손죄가 어떤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그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판시하여(99도5407 판결 참조) 일관되게 명예훼손죄에서 법인도 피해자에 해당되는 것을 전제로 판결하고 있으며, 정보통신망법의 허위사실 적시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죄의 경우에도 '사람'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다(2009도3696 판결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 정보통신망법) 70조 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