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 약속 후 근저당권 설정하면 배임죄"
[형사]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 약속 후 근저당권 설정하면 배임죄"
  • 기사출고 2019.01.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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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이 고소

부동산을 증여한다고 서면으로 약속한 후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해당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2월 13일 배임 혐의로 기소된 민 모(67)씨에 대한 상고심(2016도19308)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민씨는 2007년 10월 9일경 자신 소유의 경기 양평군 서종면에 있는 목장용지 3017㎡ 중 1/2 지분을, 2000년 8월경부터 2005년 10월경까지 자신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이 모씨에게 증여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했다. 민씨는 이와 같은 증여계약에 따라 이씨에게 목장용지 3017㎡ 중 1/2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해 주어야 할 임무가 발생했음에도, 3년 6개월 후인 2011년 4월 12일경 한 농업협동조합에서 4000만원을 대출받으면서 이 목장용지에 채권최고액 5200만원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다음날 채무자를 자신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이에 이씨가 민씨를 고소, 민씨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 중 1/2 지분에 해당하는 2000만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민씨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1,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검사가 상고했다. 민씨는 특히 1심에서 "이씨가 나와 혼인하여 나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조건으로 증여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이씨가 나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할 당시 제3자와 혼인관계에 있는 등 조건을 이행할 수 없어 증여계약을 취소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 · 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며, 그때부터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이나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법리는 서면에 의한 부동산 증여계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수증자에게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그러한 증여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그가 수증자에게 증여계약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를 하는 행위는 수증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인이 서면으로 증여의 의사를 표시했는지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러한 사실이 인정되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런데도 서면으로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증여자 자기의 사무일 뿐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민법 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