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동료 메신저 대화 복사해 상급자에 전송…정보통신망법 위반 유죄"
[형사] "동료 메신저 대화 복사해 상급자에 전송…정보통신망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19.01.0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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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타인의 비밀 침해 · 누설 해당"

동료 컴퓨터에 들어가 메신저 프로그램에 있는 대화내용을 복사해 상급자에 전송한 회사원이 회사와 연대하여 4900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민사 1심 판결을 받은 데 이어 형사재판에서도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2월 27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15226)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민후가 상고심에서 A씨를 변호했다.

파주시 월롱면에 있는 LG디스플레이 파주패널품질보증계 개발보증반 직원인 A씨는 특정 종교를 신봉하는 같은 반의 직원 B, C씨와 종교포교 문제로 분쟁이 있던 중, 2015년 7월 24일경 개발보증반 사무실에서 B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에 대한 강제 포교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B씨가 사용하는 컴퓨터에 들어가 메신저 프로그램의 '보관함'을 열고 그 안에 저장되어 있던 B, C씨의 선교활동 계획과 자신을 비롯한 회사 직원들에 대한 개인감정, 선교모임의 구성원들의 이름, B씨의 건강검진 내용 등 B씨와 C씨 사이의 메신저 대화내용을 복사한 다음, 개발보증반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컴퓨터에 있는 자신의 폴더로 전송하고, 이를 다시 다운받아 저장한 후 상급자인 개발보증반 반장에게 전송, 부정한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 · 보관 또는 전송되는 피해자들의 비밀을 침해하여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정보통신망법 49조 위반 행위의 객체인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 ·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에는 정보통신망으로 실시간 처리 · 전송 중인 비밀, 나아가 정보통신망으로 처리 · 전송이 완료되어 원격지 서버에 저장 · 보관된 것으로 통신기능을 이용한 처리 · 전송을 거쳐야만 열람 · 검색이 가능한 비밀이 포함됨은 당연하나 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정보통신망으로 처리 · 전송이 완료된 다음 사용자의 개인용 컴퓨터(PC)에 저장 · 보관되어 있더라도, 처리 · 전송과 저장 · 보관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됨으로써 정보통신망과 관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서만 열람 · 검색이 가능한 경우 등 정보통신체제 내에서 저장 · 보관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는 비밀도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통신망법 49조의 '타인의 비밀 침해 또는 누설'에서 요구되는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에는 부정하게 취득한 타인의 식별부호(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거나 보호조치에 따른 제한을 면할 수 있게 하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등의 행위에 한정되지 않고, 이러한 행위가 없더라도 사용자가 식별부호를 입력하여 정보통신망에 접속된 상태에 있는 것을 기화로 정당한 접근권한 없는 사람이 사용자 몰래 정보통신망의 장치나 기능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타인의 비밀을 취득 · 누설하는 행위도 포함되며, 그와 같은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피고인이 열람 · 복사한 피해자들 사이의 메신저 대화내용이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 ·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피해자 B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위 피해자의 컴퓨터에서 메신저 대화내용을 열람 · 복사한 다음 복사된 전자파일을 상급자에게 전송한 행위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 · 누설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제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항소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은 항소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피고인의 주장도 항소심 판단을 인용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메신저 프로그램의 서비스제공자인 엘지디스플레이가 징계조사나 영업비밀보호 등을 위하여 메신저 대화 내용을 열람 · 확인할 수 있다 하더라도, 위 메신저 프로그램 운영 업무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피고인에게 이와 같이 열람 · 확인할 권한이 없을 뿐더러 회사에서 피고인과 같은 일반 직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승낙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이미 피해자들의 포교활동에 대하여 회사 차원의 면담 · 조사가 진행되던 시점에서 피고인이 회사에 B의 메신저 대화 내용 확보를 요청 · 문의하는 등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임의로 대화 내용을 취득했는바, 피고인에게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와 같은 행동을 할만한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그 밖에 피해자의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된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피고인의 보호이익과 보호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관리자의 추정적 승낙,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