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음주측정 위한 지구대 동행 거부하면 음주측정거부 유죄"
[교통] "음주측정 위한 지구대 동행 거부하면 음주측정거부 유죄"
  • 기사출고 2019.01.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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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5분간 붙잡아도 불법체포 아니야"

음주감지기 시험 결과 음주반응이 나타난 운전자에게 경찰이 음주측정기가 있는 지구대로 데려가려 했으나, 운전자가 이를 거부해 다른 경찰이 음주측정기를 가져오는 5분 동안 그를 붙잡아뒀다.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될까.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2월 13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오 모(27)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12949)에서 경찰이 불법체포를 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오씨는 2016년 5월 2일 새벽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하다가 앞서 가던 이 모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유턴을 할 때 충돌할 뻔했다. 오씨와 이씨는 운전석 창문을 열어 서로에게 욕설을 하는 등으로 실랑이를 벌였다. 이씨는 그 자리를 피하여 차량을 운전하여 갔으나 오씨는 이씨의 차량을 뒤쫓아 나란히 진행하면서 운전석 창문을 연 상태에서 이씨에게 몇 차례 욕설을 했고 이씨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이씨에게 음주감지기 시험을 했는데 음주반응이 나타나지 않자, 이번에는 역으로 이씨가 오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지목했다. 경찰관은 오씨에게 취기가 있고, 오씨의 승용차의 시동이 꺼진 뒤 오래되지 않았음을 확인해 오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보아 그에게 음주감지기 시험을 한 결과 오씨에게서 음주반응이 나타났다.

오씨는 음주운전을 추궁당하자 '운전하지 않았다. 직접 경찰서에 가서 밝히겠다'고 하면서 스스로 현장에 있던 순찰차에 탑승했다. 그러나 지구대에 이르기 전에 갑자기 '집에 가겠다. 순찰차에서 내리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관은 오씨를 하차시켰다. 당시 순찰차에 음주측정기가 없었기 때문에 경찰관은 인근 지구대에 연락하여 음주측정기를 하차 현장으로 가지고 오게 했고, 집에 간다는 이유로 현장을 이탈하려는 오씨를 음주측정기가 도착할 때까지 5분 정도 붙잡아두었다. 음주측정기가 도착한 후 경찰관이 오씨에게 약 10분 간격으로 4회에 걸쳐 음주측정을 요구했으나, 오씨가 이에 불응하자 오씨를 음주측정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현행범 체포했다. 오씨는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경찰관이 순찰차에서 하차 후 집에 가려는 오씨를 붙잡아 둔 행위는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고, 그와 같이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음주측정요구 또한 위법하므로 이에 불응했다고 하더라도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 2호에서 말하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란 전체적인 사건의 경과에 비추어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운전자가 음주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때를 의미한다"며 "경찰공무원이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운전자에게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의 사전 단계로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요구하는 경우, 시험 결과에 따라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이 예정되어 있고 운전자가 그러한 사정을 인식했음에도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에 명시적으로 불응함으로써 음주측정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면,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거부한 행위도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 결과에 따라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이 예정되어 있고 운전자가 그러한 사정을 인식했는데도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에 명시적으로 불응함으로써 음주측정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경우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거부한 행위도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는 상황이었으므로, 단속 경찰관으로서는 피고인의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음주측정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되고,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에 대한 음주감지기 시험 결과 음주 반응이 나타났으므로, 피고인이 그 이후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을 위하여 예정되어 있는 경찰관의 일련의 요구에 불응한다면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경찰관의 음주측정요구를 피하여 현장을 이탈하려 하거나 도주함으로써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고, 그 이후 경찰관이 피고인을 붙잡아 둔 행위는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경찰관의 조치가 여전히 불법체포에 해당하여 피고인이 불법체포 상황에서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한 것은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