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왜 직장에서 선교활동 하냐' 동료 직원 메신저 뒤져…회사도 연대 배상하라
[손배] '왜 직장에서 선교활동 하냐' 동료 직원 메신저 뒤져…회사도 연대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8.12.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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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지원] "공동불법행위"…60% 책임 인정

회사 내에서 선교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동료 컴퓨터에 들어가 메신저 프로그램 내 대화내용을 복사해 유출한 경우 회사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파주시에 있는 LG디스플레이의 개발보증반 계장인 C씨는 2015년 7월 21일경 반장 D씨로부터 '특정 종교를 신봉하는 같은 반의 직원 A씨와 B씨가 사내에서 강압적인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여사원들과의 면담을 거쳐 다음날인 22일 D씨에게 지시하여 '사이비 종교 주의 요망'이란 제목으로 A, B씨가 신앙하는 종교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비방메일을 반 구성원 모두에게 발신하도록 했다.

또 A, B씨와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E씨는 7월 24일경 개발보증반 사무실에서 B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에 대한 강제 포교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B씨가 사용하는 컴퓨터에 들어가 메신저 프로그램의 '보관함'을 클릭하여 열고 그 안에 저장되어 있던 A, B씨의 선교활동 계획과 선교모임 구성원들의 이름 등이 기록되어 있는 A씨와 B씨 사이의 메신저 대화내용을 복사한 다음, 개발보증반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컴퓨터에 있는 자신의 폴더로 전송하고, 다시 다운받아 저장한 후 상급자인 D씨에게 전송했다. 이어 D씨가 이 파일을 상급자인 C씨에게 전송했으며, 사흘 후인 27일 아침 C씨가 메신저 대화 내용을 프린트해 회사 노경팀에 제출했다. E씨는 이러한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1, 2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불복 상고해 상고심이 진행 중에 있다.

C씨는 7월 29일 오전 A, B씨를 면담하면서 A, B씨가 선교활동한 것을 인정하지 않자 흥분하여 'XX야. 노경에 이 사건을 넘기면 회사생활, 메일, 메신저 다 찾아내고 거기에서 3년치를 관리하고 있으므로 다 나온다. 강압적으로 선교한 사실을 인정해라'는 취지로 말하며 대답할 것을 강요, A와 B씨가 회사와 C, D, E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문병찬 판사는 10월 4일 이 소송(2016가단4672)에서 "LG디스플레이와 C, D, E씨는 연대하여 A씨에게 2600여만원, B씨에게 2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문 판사는 "C, D, E씨는 원고들의 비밀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한편 원고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답변을 강요하는 행위를 통하여 원고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했다고 할 것인바, 각 행위는 객관적으로 관련공동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피고 회사는 C, D, E씨의 사용자로서 공동불법행위자라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이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문 판사는 다만 "원고들의 사내 포교활동에 대하여 회사 차원의 면담 · 조사가 진행되었던 점, E는 2015. 7.경 반장인 D에게 '원고들이 자꾸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고 업무적으로도 배척을 하니 부서를 바꿔달라'고 고충처리 신청을 하고, 원고들이 자신에게 원하지 않는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던 중 B의 메신저 대화내용을 보고 원고들이 포교활동을 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느끼고 자신에 대한 강제 포교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원고들 사이의 메신저 대화내용을 컴퓨터 메모장 기능에 복사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의 과실도 피고들의 불법행위를 유발한 한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