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축구동호회 축구경기 중 머리 걷어차여 사지마비…가해 선수 책임 20%"
[손배] "축구동호회 축구경기 중 머리 걷어차여 사지마비…가해 선수 책임 20%"
  • 기사출고 2018.12.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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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주의의무 위반 있지만 어느 정도 위험 감수하고 참여"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동욱 부장판사)는 11월 14일 축구동호회 모임에서 축구경기를 하다가 상대 선수로부터 머리를 걷어차여 사지마비가 된 김 모(사고 당시 46세)씨가 부인, 자녀 3명과 함께 손해를 배상하라며 가해 선수의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2018가합522404)에서 피고 측의 책임을 20% 인정하고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원고들에게 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 있는 한국 회사의 현지 법인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며 해당 지역에서 축구동호회 활동을 하던 김씨는 2014년 8월 30일 쑤저우의 한 경기장에서 서 모(당시 16세)씨가 소속되어 있는 상대팀과 축구경기를 하게 되었다. 축구경기 도중 공격수 역할을 하던 김씨는 같은 팀 선수가 상대편 페널티 박스 앞쪽으로 김씨의 머리 위를 넘겨 오버 패스 형태로 찔러준 공에 약간 허리를 숙여 머리를 갖다 대다가 서씨가 공을 걷어내기 위해 어른의 허리 높이 정도에서 휘감듯 돌려찬 발에 머리를 걷어차이고 말았다.

김씨는 머리에 상처를 입고 경기장 바닥에 그대로 쓰러진 채로 약 20분간 누워 있다가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지마비', '원발성 뇌간 손상',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후 한국으로 이송되어 분당서울대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김씨는 결국 뇌손상 후 우측 편마비, 한 개의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겨 이중으로 보이는 복시, 인지장애 등의 후유장해가 남게 되었다. 이에 김씨와 김씨의 부인, 자녀들이 서씨의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12억 68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씨의 어머니는 2011년 2월경 미성년자인 서씨 등 가족들이 일상생활 중 다른 사람의 신체에 장해를 일으키거나 손해를 입혀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1억원의 한도에서 실손비례보상해주는 현대해상의 보험에 가입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1다66849, 66856 등)을 인용,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자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하여 다른 경기자 등이 다칠 수도 있으므로, 경기규칙을 준수하면서 다른 경기자 등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을 확보하여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인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다수 선수들이 한 영역에서 신체적 접촉을 통하여 승부를 이끌어내는 축구나 농구와 같은 형태의 운동경기는 신체접촉에 수반되는 경기 자체에 내재된 부상 위험이 있고, 그 경기에 참가하는 자는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유형의 운동경기에 참가한 자가 앞서 본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는 해당 경기의 종류와 위험성, 당시 경기진행 상황, 관련 당사자들의 경기규칙 준수 여부, 위반한 경기규칙이 있는 경우 규칙의 성질과 위반 정도, 부상 부위와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조기축구회 등 동호인 사이에서 열리는 축구경기는 전문적인 선수들 사이에 치러지는 축구경기와는 달리 승부를 가리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신체를 단련하고 여러 동호인들이 어우러져 경기를 하는 것 그 자체로부터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목적에서 하는 것이므로, 동호인 사이의 축구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상대팀을 이기려는 생각으로 경기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취미로 운동을 같이 하는 다른 동호인 선수들이 뜻밖의 부상을 입지 않도록 안전에 대한 배려를 함에 있어 전문적인 선수들 사이에서의 축구경기에서보다 더욱 세심한 주의를 베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씨는 축구경기를 함에 있어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아니하고, 조심성이 없거나 무모하게 과도한 힘을 사용해 발길질을 함으로써 상대 선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 것으로서, 축구경기에 적용되는 규칙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을만한 반칙을 범한 것으로 추단된다"며 "서씨는 동호인들 사이에서 축구경기를 하는 도중이라면 응당 지켜야 할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인하여 김씨의 신체에 심각한 상해를 입혔으므로, 김씨 자신과 가족들이 입은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씨는 축구경기의 기본적인 규칙을 준수하지 않고 경솔한 반칙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동호인들끼리 축구경기를 함에 있어, 다른 선수가 취미로 축구경기를 하다가 뜻밖의 심각한 부상을 입는 일이 없도록 서로 배려하여 주어야 할 신의칙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다수 선수들이 한 영역에서 신체적 접촉을 통하여 승부를 이끌어 내는 축구경기의 특성상 김씨도 어느 정도의 신체 접촉에 따른 위험은 감수하고서 축구경기에 참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그렇다 하더라도 동호인 선수들 사이의 안전배려의무 자체가 면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데에 있어서는 공이 허리 높이 정도로 튀어 오르는 경우 거기에 발을 들어 걷어 내려는 수비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음에도 김씨가 허리 높이로 고개를 숙여서까지 머리를 갖다 댄 과실도 상당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이며, 가해자인 서씨는 1998년생으로 축구경기 당시 만 16세에 불과하여 성인으로서 동호인 축구경기에 참가한 경우에 비해서는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이 다소 경감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사고로 인하여 김씨가 입은 손해가 더욱 확대된 것은 중국 현지 사정상 김씨가 경기장 바닥에 쓰러진 뒤 약 20여분간 아무런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점도 일부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 서씨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서씨가 사고의 가해자로서 부담하여야 할 배상액은 책임제한을 반영한 재산상 손해액 2억 3900여만원에 위자료 4100만원을 더한 2억 8000여만원.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인수한 서씨 등의 일상생활책임보험의 보험가입금액이 1억원"이라며 1억원에 대해 지급책임을 인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